"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 데미안
나 자신을 믿고 의지하는 것이 생존 확률을 높이는 길이라는 것.
- <배움의 발견> 중에서
빌게이츠, 버락 오바마 등 영향력 있는 인물들로부터 극찬을 받은 베스트셀러.
제목만 봤을 땐 그냥 누군가가 배움을 통해 성장한 이야기겠거니 했다. 슬프고, 아프고, 고통스럽고, 분노에 차게 될 이야기일 줄은 몰랐다.
타라 웨스트오버는 1986년 미국 아이다호의 외딴 시골에서 7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종교(모르몬교)적인 이유로 공교육과 현대의학을 거부하는 아버지. 그로 인해, 출생신고조차 하지 못한 주인공은 학교에 가야 할 어린 나이 때부터 매일 이른 시간 아버지를 따라 폐철 처리장에서 일하게 된다. 그녀와 가족들은 화상을 입거나, 높은 작업장에서 떨어져 뇌를 다쳐도, 큰 교통사고로 심각한 부상을 입어도 병원에 가지 않고 '영적치료'에 의존한 채 살아야 했다.
요즘 흔히 하는 말로, "이거 실화냐?"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말도 안 되는 현실 이야기에 읽는 내내 분노가 끊임없이 차 올랐다.
절대로 나를 똑바로 보지 않는 아버지의 시선에서 나는 우리가 함께 가던 길이 두 갈래로 갈라지면서 나는 한쪽을, 아버지는 다른 쪽을 선택해서 걷게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날 밤 이후 내가 집을 떠날지, 계속 머무를지의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답이 나온 듯했다. 마치 우리 모두 미래의 시간을 살고 있는 느낌이었다. 내가 이미 집을 떠난 후의 시간 말이다.
그렇게 16살이 된 타라.
셋째 오빠 타일러의 영향과 우연한 끌림으로 대학에 입학할 결심을 하게 되고 아버지 몰래 준비하여 브리검 영 대학 입학에 성공한다. 그리고 그녀는, 그녀가 살아 온 세상과 집 밖의 세상이 얼마나 다른지에 대해 스스로 깨닫게 되고, 배움을 통해(Educated)-제목처럼- 케임브리지 대학과 하버드 대학에서 공부하며 케임브리지 역사학 박사학위까지 받게 된다.
나는 친절을 제외한 어떤 형태의 잔인함도 견뎌 낼 수 있었다. 칭찬은 내게 독과도 같았다. 그것을 마시면 나는 목이 메었다. 나는 교수가 나에게 고함치기를 원했다. 그의 비난을 너무도 깊이 원한 나머지 궁핍감으로 어지러웠다. 나의 추한 모습을 누군가가 말로 표현하는 것을 들어야만 했다. 교수의 목소리에서 그 표현을 찾지 못하면 내가 스스로 찾아야만 했다.
적극적인 훼방꾼 아버지와 적극적인 방관자 어머니, 그리고 특히 둘째 오빠 숀의 폭력을 당연하게 받아오며 무감각한 상태로 자랐다. '검둥이', '창녀' 등 그 단어의 정확한 의미도 모른 채 들어야 했던 언어적 폭력. 머리채를 휘어잡아 변기에 머리를 쑤셔 넣던 물리적 폭력. 칭찬이라곤 들어본 적이 없는, 고통만이 내면화된 상태.
그런 삶은 타라가 교수로부터 칭찬을 받았을 때 견딜 수 없는 거부감을 느낄 정도의 사람으로 자라게 했다.
새로운 세상을 만나 시간이 흐른 뒤에도, 그녀는 여전히 가족과 세상의 경계에서 혼란스러워한다.
공황발작과 신경쇠약을 겪어내면서도 현실의 모순 속에 괴로워하며 갈등하는 그녀.
나는 영원히, 항상 어린아이로 남아 있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아버지를 잃게 될 것이다.
네 아이를 키우면서, 유년시절의 경험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고 있다. 나의 말과 행동이 내 아이들에게 어떻게 투영되는지가 눈에 또렷이 보이기 때문이다. 6개월간의 심리상담을 통해(약간의 우울증세가 있어서 시작) 지금의 나는, 태어날 때 타고난 성격과 유년시절의 가정환경(특히 부모님의 영향) 그리고 경험을 통해 만들어졌다는 것을 다시 한번 알게 되었다.
쉽게 변화시킬 수 없는 '나'라는 존재.
그런 내가 부모로서 아이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두려울 정도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부모로서의 나와 자식으로서의 나를 되돌아보았다.
가족의 울타리라는 것은 쉽게 넘을 수 없는 높은 장벽과도 같다. 그 높은 장벽을 넘기 위해 무수한 고통을 이겨내고 세상 밖으로 나와야 한다.
"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데미안>의 한 구절은 타라 웨스트오버에게 하는 말 같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해야 한다. 그녀는 힘든 시간 끝에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고 알을 깨고 세상으로 나왔다. 기특하게도.
현실에 대해 불평하고, 남과 비교하고, 고통의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꼭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 낸 그녀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