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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넷째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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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의쓸모 Dec 23. 2022

동생은 싫지만 태명은 지어줄게

세번째 동생이 생겼어요

" 더 이상 동생 안 낳는다고 했잖아! 아기 안 생기는 수술도 했다면서 왜 또야? "

넷째가 생겼다는 말에 9살 큰아이는 울음을 터뜨렸다. 생각보다 더 아픈 반응이었다. 태생적으로 속앓이를 하는 스타일로, 남동생 여동생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어지간히 많은 아이였다. 동생 있는 아이들은 누구나 그러하듯이 동생은 좋기도 싫기도 한 애증의 존재.


" 우리 가족이 너무너무 행복해 보여서 하나님이 아기를 한 명 더 보내주셨나 봐. 엄마아빠도 힘들고, 너희들도 힘들지만 안 낳을 수는 없어. 지금도 동생들 챙기느라 많이 힘든 거 알아. 더 이상 아기는 안 낳으려고 아빠 수술한 거 알잖아. 그래도 보내주신 걸 어떡해. " 고이는 눈물을 애써 참으며 조곤조곤 이야기했다. 

시간을 좀 주기로 했다. 받아들일. 받아들여야만 하는. 

나를 닮아 걱정이 많고 생각이 많은 큰 아이를 보고 있자니 마음이 아려왔다. 속상해할 거라 예상은 했지만, 울기까지 할 줄은 몰랐다. 눈물을 잘 보이지 않는 녀석이기에 더 쓰렸다. 


" 엄마, 하나님이 왜 우리한테 또 아기를 보내주셨을까? 아기가 없는 집도 많을 텐데 그런 집에 보내주시지, 왜 아이가 많은 우리집일까 하필. " 곰곰이 생각에 잠기는 아이를 보면서 나도 생각에 잠겼다. 어떻게 이야기를 더 해야 할까. 고요한 시간도 잠시 아이는 고개를 떨구며 이야기했다.

" 생명은 소중한 건데 내가 동생 또 생겼다고 울어서 미안해요."

엄마 마음 상했을까 봐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아이. 이래서 아이들을 천사라고 하나보다. 


" 그럼 우리 건이가 태명을 지어주는 건 어때? 건이는 태명이 '벙글이'였잖아. 동생들은 '사랑이', '딸기', '나무'였고, 막내는 뭐라고 지으면 좋을까? " 엄마아빠가 지어주는 것도 좋겠지만, 유독 힘들어하는 큰아이가 지어주는 게 더 의미 있을 것 같았다. 


" 엄마, '활짝이' 어때? 활짝활짝 웃는 아이가 되면 좋잖아. 활짝활짝 피는 꽃도 생각나고. "

듣는 순간, 그래 이거다! 싶었다. 찰떡같이 입에 붙는 태명이었다. 

" 우와~ '활짝이' 좋다! 건이는 벙글이 막내는 활짝이. 엄마는 활짝이 완전완전 맘에 들어~ 찬성! 있다가 아빠 오시면 말씀드리자. 건이가 동생 태명 지어줬다고." 


이내 아이는 활짝 웃으며 "활짝아~건강하게 만나자~" 했다. 애정이 담뿍 담긴 목소리였다.

활짝이가 태어나기까지 큰아이도 뱃속 아이만큼 훌쩍훌쩍 자라났다. 

동생이 한 명 더 생겨 힘들어 하지만, 또 사랑으로 보듬어 줄 마음이 커다란 아이. 

널 사랑해.



활짝아~ 나는 오빠일까 형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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