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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의쓸모 Oct 24. 2023

<위저드 베이커리>_구병모

선택과 책임

큰 아이와 동네 작은 서점에 갔다. 각자 읽고 싶은 책을 고르기로 하고 찬찬히 서가를 둘러보았다. 

" 엄마, 이거 재미있을 거 같아! "

" 잘 골랐네~ 재미있다고 소문난 책이거든~"


큰맘 먹고 책을 읽기 시작했으나, 큰아이는 이내 안 읽겠다고 했다. 사실 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아이라 조금이라도 읽었으니 됐다. 그래도 엄마가 책에 줄 긋고 필사하는 걸 종종 보았던지라 그 와중에 줄도 긋고 필사도 했네? 그래, 그거면 됐다. 


* 읽어보니 초4 어린이가 읽기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중학생이 읽으면 좋겠다.

초4 아들의 필사

<위저드 베이커리>는 구병모 작가의 장편소설로 제2회 창비청소년 문학상을 받은 작품이다.

말을 더듬는 열여섯 살 소년 ‘나’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재혼한 아버지와 새어머니, 의붓여동생과 함께 살고 있다. 새어머니인 배 선생과 갈등을 겪으며 힘들어하던 ‘나’는 여동생인 무희를 성추행했다는 누명을 쓰고 집에서 도망쳐 나와, 평소 끼니를 해결하고자 자주 들른 ‘위저드 베이커리’에 숨어든다. 급한 마음에 단골 빵집으로 뛰어든 소년이 마주한 것은 놀라운 마법의 세계. 평범한 빵집인 줄로만 알았던 그곳은 사람들의 소원을 이루어 주는 특별한 빵을 만드는 마법사의 베이커리였던 것이다. 위저드 베이커리에 머물게 된 소년은 자신의 욕망에 따라 마법의 힘을 마음대로 휘두르고 싶어 하는 인간들의 행태를 목격한다. 또한 빵을 만드는 마법사 점장과 그를 돕는 파랑새에게서 따끔한 충고를 듣기도 하고, 때로는 가족에게서 느껴 본 적 없는 위안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위저드 베이커리에 대한 경찰의 수사가 시작되면서, 현실로 돌아가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는데……. 

줄거리_알라딘 책 소개 페이지 참고



<위저드 베이커리>의 핵심 메시지는 '선택'과 '책임'이다. 


마법빵집에서의 점장과 파랑새는 누명을 쓰고 들어온 주인공을 잠시 숨겨 주지만만, 자기 문제는 스스로 알아서 하라고 단호하게 이야기한다. 냉정하면서도 다정한 그들과 함께하며 주인공은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하고 책임지는 독립적인 청소년으로 성장하게 된다.



틀린 선택이 잘못된 것은 아니며, 그 선택의 결과에 대해서 눈에 보이지 않는 힘에 의존하지 말라는 충고.   

진짜 어른으로서 해줄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닐까. 16살 소년이 안쓰러워 뭐든 해결해 주려고, 상처받지 않게 좋은 말만 해주는 것이 결코 좋은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다. 이성을 가지고 냉정하지만 현명한 충고를 해주는 어른이 되어야겠다. 


인정받지 못하고 살던 '나'는 마법빵집 점장으로부터 인정이라는 것을 받고 눈물을 그치지 못했다. 


" 그가 허리를 깊이 숙여 똑바로 마주 들여다보고 말했다."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진실함을 전달하는 모습에 마음이 울컥해 왔다. 나도 내 아이들에게 이렇게 허리를 숙여 눈을 맞추고 진심 어린 칭찬을 언제 했던가...


" 누군가 이런 단순한 한마디로 나를 오해 대신 인정해 준 적이 있었던가. 그것은 또한 끝나지 않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던 긴 밤의 시련을 견딘 나 자신에 대한 인정의 의미이기도 했다. 나는 스스로를 칭찬하는 데에 너무 인색했던 모양이다."


나 스스로를 칭찬한다는 것은, 어린아이부터 청소년, 어른에 이르기까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잘해 나갈 수 있다는 신념, 난 괜찮은 사람이라는 자존감까지 세상을 살아가는데 너무나도 큰 힘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인정과 칭찬을 받아본 적 없는 사람은 어른이 되어서도 결핍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고, 누군가에게 인정과 칭찬에 인색해질 수 있다. 


" 그저 선택에 관한 이야기다. 틀릴 확률이 어쩌면 더 많은, 때로는 어이없는 주사위 놀음에 지배받기도 하는, 그래도 그 결과는 온전히 자신의 몫이다. 상처가 나면 난 대로, 돌아갈 곳이 없으면 없는 대로, 사이가 틀어지면 틀어진 대로. 그렇게 흘러가는 삶을, 단지 견디며 살아가는 사람이 실은 더 많을 터다. 그러다 보니 귀향이나 회복, 치유와 화해를 넘어 미래에의 전망에 이르는 성장의 문법을 무의식적으로 배제했다. " 


작가는 회복, 치유, 희망, 성장 등의 문법을 무의식적으로 배제했다고 한다. 결국엔 결과를 온전히 자신의 몫으로 남겨두자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 아닐까. 모든 마법의 힘은 부메랑이 되어 결국 자신에게로 돌아오게 된다는 메시지. 모든 일은 불가피하며 "흘러가는 대로, 일어나도록 둘 수밖에 없는 일이 있다"는 사실을 가르쳐 주고자 했다. 


청소년 문학이라고 해서, 유치하다거나 쉽다거나 메시지가 가볍다거나 한 건 절대 아니다. <위저드 베이커리> 같은 작품이라면 어른이 먼저 읽고 자녀들에게 권해도 좋을 법한 책이다. 판타지적 요소는 비현실적으로 보이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줄 수 있는 장치가 되기도 한다.  단지 현재를 열심히 살아가기를, 모든 선택은 나에게 있고, 그 결과 또한 내가 책임지는 것임을 기억하며 건강한 어른으로 성장해 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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