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오줌 쌌어?
기침을 하다가 소변도 같이 찔끔하고 말았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었다.
배가 나오기 전부터 허리는 끊어질 듯 아팠고, 임신성비염으로 인한 기침이 넷째를 낳을 때까지 지속되었다. 폐렴인가 싶을 정도로 기침을 해대서 검사도 했지만, 여전히 '임신성비염으로 인한 기침'이었다.
배가 점점 불러가던 가을 겨울엔 환절기까지 더해져 하루종일 기침을 달고 살았다. 눈뜨면서 잠드는 순간까지 콜록이던 날들이었다.
'아, 이게 그 요실금이라는 건가?'
셋째를 낳을 때까지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아무도 보는 이는 없었지만 당황스러움과 수치심으로 얼굴이 화끈거렸다. 어찌할 바를 몰랐다. 짜증이 날 뿐이었다. 기침과 소변을 같이 토해내며 화장실로 들어갔다. 얼굴은 울긋불긋, 손발은 퉁퉁, 배만나온 작은 아줌마가 거울에 비쳤다. 난데없이 눈물이 또르르 흘렀다. 심장을 옥죄는 느낌과 주체할 수 없는 슬픔이 나를 덮쳤다. 소중한 생명을 잉태한 아름다운 엄마의 모습이 아닌, 그냥 그지 같은 아줌마가 한 명 서 있었다.
친정식구들과 둘째 아이 생일파티를 하던 날이었다. 케이크에 촛불도 불고 추억소환하며 옛이야기에 하하호호 깔깔깔깔 즐거운 시간을 한창 보내고 있는데, 또다시 기침이 터져 나왔다. 한번 나오면 그칠 줄 모르는 기침을 하던 때라, 갑작스러운 기침테러에 가족모두 나를 안쓰럽게 보고 있었다. 마침 화장실도 가고 싶었고, 허리도 아파 일어섰는데, 둘째 아이가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 엄마, 오줌 쌌어? 왜 소파가 이렇게 젖었어? "
아이는 재밌다는 듯 큭큭하고 웃었지만, 난 아이의 입을 틀어막고 싶을 정도로 창피했다. 나와 소파를 향한 시선에는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오묘한 빛이 서려있었다. 아이는 재미있는 걸 발견한 게 우쭐했는지 굳이 손가락으로 소파를 가리키며 웃었고, 어른들은 못 들은 척 다른 이야기로 화제를 돌렸다.
" 엄마, 어른이 왜 바지에다가 오줌을 싸ㅋㅋ "
하, 일절만 하라고 제발 아들아.
넷째에 요실금 생긴 거면 아주 양호한 편이라고 산부인과 의사는 위로 아닌 위로를 해주었다. 뱃속 아이가 커지면서 복압이 올라가 첫째에도 요실금 생기는 엄마들이 많다며, 넷째까지 잘 버텼다고 칭찬까지 한 스푼 더해주셨지만, 전혀 위로가 되진 않았다. 출산하고 운동하면 좋아질 수 있다고 의사는 이야기하면서도, 혹시 수술을 원한다면 친한 선배의 병원을 알려주겠다고 했다. 요실금은 현실이었다.
만삭이 되어 갈수록 새어 나오는 양은 점점 많아졌고, 그럴 때마다 짜증과 분노가 팝콘 터지듯 퍽하고 터졌다. 허리통증이나 세 아이들 케어로 힘든 것보다 자꾸만 쏟아지는 소변 때문에 심리적인 우울상태가 깊어져갔다.
넷째 출산 후 2년 가까이 흘렀고 현재는 요실금 수술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중이다.
임신출산으로 아이도 얻고 요실금도 함께 얻게 된 세상의 모든 엄마들에게, 고생했다고 우린 그래도 아름다운 여자라고 이야기해 주고 싶다. 그리고 아들에게도 한마디 하련다.
아들아, 엄마는 너희들 때문에 오줌을 싼 거란다. 알겠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