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의쓸모 Feb 02. 2023

<쓰는 직업>_곽아람  

'나'인 것으로 충족되는 단단한 세계


글을 잘 쓰고 싶어졌다. 읽고 정리되어 나오는 정제된 글, 또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풀어쓴 글. 그런 글 다운 글을 쓰고 싶었다. 평소 쓰지 않던 사람이 책을 많이 읽는다고 단번에 글을 잘 쓸리 없었다. 그럼에도 잘 쓰고 싶었고, 쓰기와 관련된 책을 찾아보던 중이었다. 그때 마침 마음산책 북클럽에서 신간을 보내줬다.



<쓰는 직업>. 제목부터가 나에게 말을 건다. 나를 읽으라고. 작가도 심지어 20년 차 신문기자라니! 얼마나 글을 잘 쓰는 사람일까, 20년 동안 글을 쓴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어떤 이야기가 있을까, 기대 반 설렘 반으로 읽기 시작했다.


문득 기억 속 저편 어딘가에 잠자고 있던 여고생 신문기자, 내가 떠올랐다.


학교 신문반에 들어가 신문기자로 3년을 보냈다. 20년도 지난 일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때마다 무척 힘들고 괴로웠던 기억이 난다. 바로 '마감'이라는 것과 내가 과연 기사를 잘 쓴 걸까 하는 초조함. 마감을 거쳐 편집장 국어 선생님의 컨펌 사인이 떨어지면 그제야 한시름 놓으며 호호깔깔 여고생으로 돌아갔던 시절.



이 책은 일이 싫어 울고, 힘들어서 비명 지르고, 버거워 도망가면서도 순간순간 찾아오는 보람과 성장의 기쁨에 중독돼 20년을 버틴 나의 이야기다. 보고, 듣고, 읽고, 느끼고, 결국은 쓰는 일로 귀결되는 나의 일.
기자, 즉 '쓰는 사람'이란 뜻을 가진 이 직업과 눈물과 웃음을 섞어가며 지지고 볶은 이야기. 그러므로 결국, 이 이야기는 러브스토리다.

- 책머리에 


3년도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학생의 신분으로 보낸 신문반 시절도 참 힘들다 느꼈는데(물론 굴러가는 낙엽만 봐도 친구들과 깔깔거리던 즐겁기도 한 시절이었지만), 작가는 쓰는 일로 20년을 보냈다니. 얼마나 고군분투했을지 짐작은 했지만 생각보다 더 애증의 시간인 듯했다.




서럽고 지친 날에는 글을 썼다. 아니, 글이라고 차마 명명하기 어려운 것들을 회사 블로그에 끄적였다. 슬픈 날에도 썼고, 재미있는 일이 있는 날에도 썼고, 회사를 때려치우고 싶은 날에도 썼다.

- 215p



주중엔 신문기자로 글을 써대느라 힘든데, 주말엔 글 써대느라 힘들었던 스스로를 치유하기 위해 또 썼단다. 모순인 것 같지만, 저 말이 훅 하고 마음을 쳤다. 나 또한 네 아이를 키워내느라, 복직해서 일을 하느라, 지치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나를 견딜 수 있게 해주는 건, 고요한 이른 아침 시간이다. 조용히 일어나 책도 읽고, 글도 쓰며 나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 요즘 그 시간이 가장 소중하다.


가족들보다 조금 일찍 일어나 고요히 즐기는 시간



내겐 일이 전부가 아니었다. 
나는 항상 쓰는 사람이었지만, 주말엔 주중과 다른 글을 쓰는 사람이었다. 
직장에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와 상관없이 '나'인 것만으로 충족되는 단단한 세계가 있었다.

-218p



곽아람 기자처럼 잘 쓰는 사람은 아니어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직장에서나, 가정에서나 내가 어떤 사람인지와 상관없이 '나'인 것으로 충족되는 단단한 세계를 만들고 싶다. 엄마, 딸, 며느리, 아내, 주무관 등의 역할을 내려놓고 그냥 '나'는 글 쓰는 세계에서 '나'이고 싶다.



곽아람 기자님의 <모든 기다림의 순간, 나는 책을 읽는다> 도 읽어보려고 한다. 읽고 쓰는 삶을 추구하는 나에게 때맞춰 찾아온 그녀. 그리고 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