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소중한 리버풀,
런던 민박에서 호스텔로 옮긴 날,
호스텔 라운지의 삼삼오오 모여 앉은 수다모임에 합류했다.
시즌 막바지에 달한 epl 리그에 관한 내용이었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는 내게 그들은 박지성을 이야기했다.
박지성은 한국에서 옆동네에 살았어. (안양과 수원이??? 모를...)
그는 정말 대단한 선수지.
난 리버풀을 응원해. 제라드의 팬이야.
한참 리그 우승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지다가 누군가 내게 물었다.
리버풀에 갈 거야?
한대 강하게 맞은 기분이었다.
영국에 와서 리버풀에 갈 생각을 이제야 하다니!
여기까지 와서 리버풀에 안 들리고 돌아가면 후회할 것이 분명하다.
급하게 자리를 벗어나 리버풀까지 이동하는 방법에 대해 검색을 시작했다.
리버풀에 갈 거냐고 물었던 친구가 호스텔도 추천해주는 등 많이 도와줬다.
런던에서 리버풀 가는 방법
1. 런던 유스턴에서 기차를 타고 이동
2. 런던 빅토리아에서 코치를 타고 이동
- 우리나라의 우등 고속과 비슷
- 왕복으로 예약하면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 버스가 높고 좌석이 넓다
- 맨 뒷 좌석에 간이 화장실이 있다
- 여정 중간에 휴게소도 들린다
아침 일찍 빅토리아역으로 갔다.
난 코치를 타고 리버풀로 이동을 했다.
또 다른 여행에 대한 기대와 설렘으로 가득 찼다.
추천받은 호스텔은 리버풀 코치역에서 약간 떨어져 있었는데
처음으로 블랙캡(영국 택시)을 타고 호스텔까지 왔다.
짧은 거리인데 택시비가 엄청 비싸서
다음부터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다짐했다.
여행자금이 꽤 두둑한 것 같다고 느꼈던 애송이는 며칠 만에 훅 써버린 돈을 보고 금세 현실을 깨달았다
주인은 굉장히 친절했다.
따뜻한 차와 쿠키와 빵, 엄청나게 다양한 종류의 잼을 내주며
편안하게 내 집처럼 지내면 된다던 호스텔 주인.
호스트가 직접 사람들을 데리고 비틀즈 야경투어를 해준다.
리버풀 시내의 비틀즈 관련된 명소를 돌아보고
멋진 야경을 한껏 감상한 뒤
캐번 클럽(Cavern Club)에서 맥주를 부어라 마시며 끝이 난다.
몇 년이 지나도 이 호스텔은 잊혀지지 않는다.
나는 안필드에 가려고 무작정 리버풀에 왔다고 했다.
리버풀 안필드 투어는 예약이 필수라고 한다.
부랴부랴 예약을 하는데 카드가 결제 승인이 안된다.
한국에 있는 친구에게 겨우 부탁을 해서 예약을 할 수 있었다.
리버풀은 정말 깨끗한 시골 마을 같았다.
그러면서 시내는 또 굉장히 번화했고.
항구도시라서 조금만 걸어가면 바다가 보이고.
노후에 이 곳에 살면서 남편이랑 주말마다 축구 보러 다니면 참 좋겠다고 생각을 했다.
물론 제라드가 이렇게 떠나기 전의 생각이다
시내에서 리버풀의 공식 스토어를 구경하고
점심을 먹고 안필드로 이동하기 위해 버스를 탔다.
안필드도 구경하고 오후에 여기저기 돌아다닐 생각에 종일권도 구매했다.
오 마이. 세상에.
맙소사!!!!!!!!!!!!!!!!!
난 정말 안필드에 있었다.
새벽에 축구 중계에서나 볼 수 있었던 그 모습을
내가 직접 보고 있었다.
진짜 이 기분은 세상의 어떤 단어로도 표현할 수 없을 것 같다.
이것만으로도 내 심장은 쿵쾅쿵쾅 난리도 아니었으니까.
솔직한 심정으로는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다.
여러분~ 안필드에 제가 왔습니다!!!
예약시간에 맞춰 가이드가 나왔다.
드디어 안필드에 입장을 하게 되었다.
와 여기가 팬들로 가득 찬, 그 경기가 열리던 구장이라니!
이곳 저곳 구석구석 구경하면서 흥분은 가라앉지 않았고
경기를 직접 보지 못하는 아쉬움은 점점 커졌다.
마침 주말에는 안필드에서 경기가 있었는데 티켓을 구할 수 없었다.
리버풀로 향할 때에는 구장만 들러도 여한이 없겠다 싶었는데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현재는 토레스도 없고 제라드도 없지만, 같이 사진도 찍고(?)
티비에서나 보던
경기 입장할 때 선수들이 늘 하이파이브하던 곳에서 나도 하이파이브를!
선수들은 그냥 팔 뻗어서 툭 치던데, 까치발을 했는데도... 왜 때문이죠???
팬의 입장에서 이런 소중하고 귀한 경험을 하게 되어 기쁘고, 또 기쁩니다.
어디서 덕후 냄새가 나는 것 같은 것은 기분 탓입니다.
경기장 반 바퀴를 돌아보았다.
가이드는 여러 이야기를 했는데 반은 못 알아들었다^^;;;
그리고 경기장은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어서
제라드가 코너킥 차러 왔으면
아마도 나는 심장이 터져버렸을 것 같았다.
터져버려도 그 경험했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요.
투어가 끝나고 뮤지엄은 각자 구경을 했다.
각종 리그컵들과 유명 영상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기념품도 구매하고 아쉬운 마음에 경기장 주변을 슬쩍 돌아보았다.
이렇게 매주마다 경기를 직접 보고 응원하면 얼마나 행복할까!
매년 시즌권 끊고 리버풀에서 정착하고 싶다.
2002 월드컵 때 축구에 관심이 생겼고,
박지성이 영국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입단하면서 영국 축구를 보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잘생긴 축구선수들이 많은 리버풀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04-05 시즌 챔스 결승, 이스탄불의 기적은 결정적으로 내 마음에 쐐기를 박았다.
이 때부터 새벽마다 경기를 챙겨보기 바빴고
당시 국내에서는 맨유 경기 위주로 중계를 해주었기 때문에
외국 서버의 중계를 보는 날도 많았다.
정말 매력적인 팀이었다.
지고 있다가도 어느 순간 판을 확 뒤엎어버리는 일이 잦아서
'리버풀 극장'이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했다.
취업시장에 뛰어들며 슬슬 멀어지긴 했지만
대부분의 주말은 축구를 보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한창 리버풀 팬이라 하면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이 있었다.
Q. 제라드가 없어도 리버풀 팬 할 거야?
A. 제라드는 이적 안 해요.
그나마 영국 리그를 떠나기는 했지만
여전히 링크된 제라드의 각종 SNS 계정에서 보이는 LA 사진은 적응이 안된다.
최근 팀이 워낙 힘들었어서 속상하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리버풀에서 열심히 뛰어준 제라드가 대단하고
나의 소중한 20대 주말 밤이 추억 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