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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구 Jul 24. 2015

혼저옵서예

제주도 푸른 밤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으니까 

제주여행은 꽤 자주 했었다. 




올레길 탐방

한라산 등반

맛집 탐험

게스트하우스의 바베큐 파티



여러 차례 다니다 보니 흥미를 잃었고 

제주를 찾는 나의 발걸음은 점차 줄었다. 

그즈음 나의 제주여행에는 변화가 생겼다.   


제주 = 休








흐린 날의 비행, 그리고 구름 위의 파아란 하늘.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이상하게 제주에 갈 때면 늘 비가 내렸다.  

현 회사에서 예전에 워크샵 준비를 맡았었는데 

그 때 추진한 제주 워크샵에서도 비가 엄청 내렸다고 한다. 

제주의 비(Rain)는 늘 저와 함께군요. 




50분이지만 비행기를 탄다는 것은 설렌다. 

하늘 위에서 바라보는 바깥 풍경은 매번 색다르고 늘 아름답다. 






제주의 날씨는 신기하다. 

공항에서는 그렇게 흐리던 하늘이

한라산을 넘어 서귀포로 넘어오면 파랗기 일쑤다. 




숙소에 짐이랄 것도 없는 백팩 하나 던져두고 티비를 켠다. 


휴가가 뭐 별 것 있나. 

푹신푹신한 침대에 한 덩치 하는 몸을 누이고 

평소 켜지도 않는 티비를 켜서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다 아무 프로그램이나 맞춰놓은 후

아무 생각 없이 멍~ 하니 있으면 

그 곳은 천국이 됩니다. 


뒹굴뒹굴 

이리로 뒹굴

저리로 뒹구르르


. . .





그렇다. 

혼자 쉰다는 것은 사실 별로 할 것이 없다. 

그냥 조용히 아무 생각 없이  아무것도 안 하고 멍~하니 있는 것만으로

나는 매우 편안해진다. 






여기서 만족감을 더 높이기 위해

맛있는 음식을 먹어야 한다. 

제일 중요한, 여행의 필수요소다. 


요즘 제주의 맛집이라는 것이 한식 양식 안 가리고 다양하게 많다 보니 

대충 추려서 하루 다섯 끼를 채워도 모자란다. 

간식은 또 왜 그렇게 많은 건지. 

천국이 따로 없다니까-



주변에 맛집이 많지만

이 날은 정말 엄청 귀찮고 움직이기 싫어서

숙소의 레스토랑을 이용하기로 했다. 


부페가 있으니까! 

(먹방계의) 일등 장학생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먹고, 또 먹는다. 

혼자라고 위축되고 그러면 안된다.

늘 당당하게, 음식에 집중을 해본다. 



미친 듯이 흡입하는 바람에

허리가 펴지지 않아 구부린 채로 객실로 돌아왔다고 합니다




혼자서도 잘 먹어요♪





혼자서도 잘 놀아요♪







먹고 뒹굴 대기만 했는데 

일상의 시간과는 다르게 훌쩍 지나가버려서 

사람 참 아쉽게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이 시간이 더 소중하기도 하다. 























혼자 돌아다니는 것은 

생각보다 편하고

생각보다 무섭다



가고 싶은 곳을 찾아가는데

사람도 잘 안 다니는 외지였을 때  


평소에 잘 못 느껴보던 감정, 공포심을 마주하게 됐다. 




평일, 겨울로 넘어가던 11월의 끝자락, 

강정천의 냇길이소 찾아가는 길에는 

인적이 하나도 없었다. 


남들은 다 렌터카로 올 텐데

무슨 패기로 걸어 들어가고 있는 걸까. 

물론 강정교까지는 택시를 이용했다. 


지도 앱을 펼쳤다가 당황해서 꺼버렸다. 





숨은 비경이라는 그 곳의 입구는 작은 철문으로 닫혀있었고

철문을 열고 들어가면 

암벽등반을 해야 할 것 같은 절벽이 있었다. 


인터넷 검색을 했을 때 절벽이 있다는 이야기는 봤으나 생각보다 무서웠다. 

이 절벽에 내려갔는데 살인자라도 만나게 되면 어쩌나 싶은

어마무시한 상상을 펼쳐보기도 했다. 

뭐 요즘 같은 흉흉한 세상에 그런 일이 발생할 수도 있겠다 싶지만.



짐이 되는 백팩은 내버려두고 

몸만 절벽 아래로 내려왔다. 



















이 곳이 정말 천국이었다.

어떠한 수식어도 이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없겠지. 


파아란 하늘도

투명한 물도

파릇파릇한 나뭇잎들도



이 아름다운 공간에 온전히 나 혼자만 존재한다는 것이 믿기질 않았다. 




바위 하나에 걸터앉았다. 

입을 열었다. 


야~ 호~




왠지 해보고 싶었다. 

바보 같지만ㅋㅋㅋ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한 커플이 절벽을 타고 내려오길래 

나는 자리를 비켜주고 

유유자적 신선놀음을 마쳤다. 








평범하지만 안정된 일상이 있기 때문에
이런 휴가는 더욱 달콤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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