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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아 Dec 14. 2023

나는 요양병원 사회복지사입니다.

내가 아니어야 할 이유

나는 요양병원 사회복지사이다. 요양병원에 근무하면서 마주치는 입원 환자들은 각자의 이야기와 삶을 가지고 있다. 


나는 25살이다. 고등학교 다니던 어느 날 암진단을 받고 수술을 하고 방사선치료를 시작하였으나 인생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나는 점점 일상을 유지하지 못하게 되었고, 어린 나이에 요양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부모님은 적극적인 치료를 원하지 않고, DNR 동의서(심폐소생술 거부 서약서)를 작성하였다. 부모님은 정말 어려운 결정을 내리셨다. 


나는 40대 중반이다. 사랑하는 신랑과 함께한 신혼 시절, 불임을 이겨내고 찾아온 임신의 기쁨도 잠시 갑자기 쓰러졌다. 그런 나를 발견한 신랑이지만 시간이 한참 지났다. 응급실로 들어온 이후 나는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아이 얼굴도 한번 보지 못했다. 10년 가까이 병원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며 신랑은 나를 지켜주고 있다. 매주 신랑과 시어머니는 면회를 온다. 허리가 굽은 시어머니가 내 손을 붙잡고 눈물을 흘린다. 

"눈 좀 떠봐라"

"......"

"뭐 먹고 싶은 거 없나?"

"......"

"건강해져서 나랑 같이 집에 가자"

"......"

면회를 마치고 헤어지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시어머니는 또 말씀하신다. 

"우리만 간다고 섭섭해 마래이. 또 온다."

그렇게 신랑과 시어머니는 허전한 눈빛을 마주하며, 가슴 아프게 이야기 나눈다. 


나는 기차역에서 농약을 마셨다. 순간 깊은 어둠 속으로 빨려 들 것처럼 느껴졌다. 눈 떠보니 여전히 이 세상에 남아 있었다. 가족들의 거부와 마주한 어려운 상황에서 요양병원에 입원하여 행정부와 만나게 되었다. 가족은 곁에 없었지만 행정부에서 지역사회와 연계해 준 덕분에 병원비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게 되었다. 


"삶은 때로 예측 불가능한 운명과 힘든 선택을 안겨준다."

우리는 살면서 힘든 일을 겪을 때 '왜 하필 나야?'라는 말을 많이 한다. 나는 다시 물어보어 싶다. 

"왜 내가 아니어야 할 까?"

"왜 네가 아니어야 할 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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