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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아 Jan 02. 2024

요양병원 사회복지사입니다.

두려움과 성장의 여정 : 신입 사회복지사

나는 신입 사회복지사로서 병원에서 첫 업무를 시작했다. 그날은 겨울답지 않게 햇살이 따듯하게 내리쬐었다. 나의 마음은 새로운 도전에 대한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사회복지사로서 해야 할 업무 중에 하나는 환자와 보호자의 면회를 돕는 일이었다. 노인 환자들과 가족들이 마주하는 그 순간 나는 생소하고도 책임감 큰 임무를 맡게 되었다. 처음에는 어려웠다. 어떻게 소통해야 할지 환자와 가족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어느 날이었다. 이틀 전에 면회를 마치고 간 보호자가 여러 가족을 데리고 다시 찾았다. 그들은 멀리 서울에서 왔다고 했다. 보호자가 환자를 만나기 전에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다른 보호자들과 달리 병원에서 제시하는 모든 규칙을 잘 따라주었다.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면회실로 보호자들을 안내하였을 때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있었어도 그 미소와 따듯한 눈빛이 통하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면회실에서 나와 의자에 앉기도 전에 보호자 한분이 뒤따라 왔다. 환자가 목 말라한다며 마실물을 요청했다. 옆직원에게 물어보니 종이컵 두 개를 겹쳐서 따뜻한 물과 차가운 물 섞어서 주라고 했다. 그렇게 물을 담아 보내니 다시 다른 보호자분이 와서 빨대를 달라고 하신다. 뒤쪽 간호사에게 물어보니 환자분이 마시기 편하게 ㄱ빨대를 주라고 한다. 보호자를 면회실로 보내고 간호사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와상 환자분들 챙겨 드리는 것이 어렵네요, 알아야 할 것이 많은 것 같아요.”

“누구신데요?”

“면회 신청하신부인데 목이 마르다고 해서요”

“면회 환자는 취식금지예요. 특히 와상환자는 질식사 위험이 있어요.”

“선생님. 면회실 같이 다녀와요.” 하고 일어서는 순간 보호자가 왔다. 환자가 물 마시다가 사례 들었다고 한다. 긴급상황이다. 옆 직원에게 병동에 연락해 달라고 이야기하고 간호사와 면회실로 뛰어갔다. 간호사의 능숙한 응급처치로 환자는 금방 호전을 이루었지만 면회는 금방 끝났다. 나는 그 상황에서의 두려움과 책임감에 사로잡혔다.

환자를 병실로 먼저 올려 보내고 나온 보호자는 나를 원망했다. “물 주면 안 된다고 하셨어야죠.”그 순간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 혼란스러움과 책임감에 마음이 무거웠다. 내가 제공한 물로 인해 환자에게 큰 위험이 발생할까 두려웠다. 동시에 보호자의 실망과 원망을 마주하게 되어 마음이 아프고 어둠에 휩싸였다. 나는 죄송한 마음이 들었지만 책임으로 돌아올까 죄송하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


퇴근 후에도 그 환자와의 상황이 머릿속에서 자꾸 떠올랐다. 사회복지사로 요양병원 근무를 선택한 것을 후회하는 첫 번째 이유는 환자의 사망진단을 입사 첫날부터 보게 된 것이다. 그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내가 면회를 안내한 환자분이, 내가 제공한 물 때문에 환자가 사망하게 될까 봐 두려웠다.

밤잠을 설치고 일어난 다음날 아침 염려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다음 날들도 우려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다음 면회를 안내해 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날의 상황은 여전히 나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요양병원 신입사회복지사로서 환자와의 상호작용이 생사의 연관성을 가질 줄은 몰랐다. 그 일이 있기 전까지 면회를 도와주는 단순업무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 충격적인 경험을 통해 나는 이 분야에서의 일이 얼마나 민감하고 책임감 있는 일인지를 깨달았다. 사회복지사로서는 어떤 상황에서도 마주할 수 있는 어려움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들을 극복하고 성장하는 것이 요양병원 사회복지사의 사명이다. 나는 그날의 어려움을 통해 더 나은 사회복지사로 나아가기 한 출발점을 찾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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