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교육은 과연 무엇인가?
저의 직업은 고등학교 영어교사입니다. 3학년을 담당하고 있죠. 교직 생활 중학교 5년 포함 총16년 중 고3 담임만 올해로 벌써 8년째네요.
여기서 앞으로 올리게 될 글들은 주로 교육관련 글이겠지만 그 중에서도 제가 현장에 있으면서 가장 답답하게 느낀 점들, 즉, 우리 학생들, 학부모님들이 꼭 필요한 인식 개선 사항들을 적어볼까 합니다. 그 첫번째가 바로 요즘 귀가 아프도록 듣는 <자기주도학습의 필요성>이 되겠습니다. 너무 흔해서 그냥 넘어가거나 '그거 다 아는 내용 아냐'하고 넘어갈 만한 주제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분야이면서 새겨들어야 할 분야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주제로 약 4회에 걸쳐 연재하고자 합니다. 1부, 2부는 <왜 자기주도학습이 필요한가?>, 3부는 <현 입시제도에서의 자기주도학습의 중요성>, 4부는 <자기주도학습 방법 및 실천법>을 소개하겠습니다.
참고로 앞으로도 거창한 교육적 이슈들은 아니지만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한 번은 생각해보고 우리 선생님들도 현장에서 고민해볼 만한 것들에 대해서 계속 글을 쓸테니 꾸준한 관심 부탁드립니다~
자기주도학습이란 학생이 스스로 문제집 풀고 교과서 정리하는 공부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낯선 것, 익숙하지 않은 곳을 마주쳤을 때 그것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이러한 자기주도학습의 정의 속에서 알 수 있는 자기주도학습의 필요성은 무엇일까?
결국 학습의 개념을 단순히 학창시절의 공부에만 국한시켜서는 안되고 그 개념을 평생교육 혹은 평생학습으로의 확장을 요구하고 있다. 즉, 단순히 주어진 교육환경 또는 가정환경 및 사회환경에 순응하며 사는 것이 아닌 자기 삶에 대한 주도권 회복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2008년 세계 경제위기에서 우리나라 역시 큰 타격을 받았는데 그 타격에 영향을 받지 않고 스스로의 내수시장 및 국내 경제로의 힘만으로 버틸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그것은 바로 자기주도적인 국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회사에서 쫒겨나서 오갈 데 없는 신세에서 내 능력을 키워 다른 곳에 취직하거나 프리랜서로서의 제2의 삶을 사는 것도 결국 자기주도적인 삶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은 결국 삶의 갑작스런 변화에 대해서 '나는 왜 이 모양일까?' '내 삶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탓하기 이전에 내 인생을 분석하고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을 의미한다.
사교육이 우리나라를 어떻게 지배하고 있는지 굳이 통계를 보지 않아도(아니 오히려 통계는 우리를 속이고 있다. 한 가구당 사교육비 지출이 20-30만원이라는데 과연 믿을 수 있을까? 학교에서 받는 방과후 교육비는 사교육비로 잡지도 않는다. 그리고 사교육비지출가구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닌 사교육비를 지출하지 않는 가구도 포함되다보니 평균 사교육비는 더욱 내려간 것이다.) 알 수 있다. 국내 대형 학원에서 일하고 있는 친구를 보아도 자기자식은 학원에서 공부를 시키겠다고 한다. 학원 시스템이 워낙 잘 되어있기 때문이란다. 좋다. 다녀도 좋다. 하지만 그 '시키겠다는 마인드'가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무슨 말이냐. 아이 스스로 필요에 의해서 다니는 것이 아닌 외부의 힘에 의해 그 아이의 삶을 통제하는 식의 학습은 결국 늪 위에 집을 짓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즉 그 외부의 힘에 의해 삶이 지배받기 때문에 원하는 결과가 나오거나 나오지 않거나 모두 외부의 힘 탓을 하게 될 것이다. 즉 자존감은 당연히 떨어지기 마련이다. 자기 자신을 낮추는 삶은 기초가 계속 침식되고 무너지는 집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은 우리모두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학가서도 대학 졸업 후에도 학원을 다닐 것인가? 화학공학과를 다니다가 어려우면 화공학원을 다닐 것인가? 경영학원을 다닐 것인가? 문제는 그런 학원들이 있나? 자신의 대학공부를, 인생공부를 가르쳐 줄 학원이 따로 있나?(비슷한 것은 있겠지만....)
현재 고등학교 3학년 담임으로서 입시 및 교육의 흐름을 살펴본다면 모두 같은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
중학교에서의 자유학기제, 질문이 있는 교실, 토론과 발표 수업 강조, 고등학교에서의 학생부 종합 전형 확대......
이 모든 정책들의 방향은 하나다.
자기 주도적인 태도 함양이라는 것이다.
주입식 교육을 통해 10년 뒤 없어질 지식을 암기하는 것이 아니고, 부모님이 정해 놓은 인생의 길을 걷는 것이 아닌,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선택하는 삶.....
진보고 보수고 상관없이 교육정책의 흐름이 시대에 맞게 (자기네도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위의 정책들은 일단 애초에 사교육이 끼어 들 틈이 없게 만들어지기는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어떤 나라인가? 공교육 정책이 채 발표가 되기도 전에 사교육이 움직이는 나라가 아닌가? 발표 토론식 학원, 자유학기제 컨설팅, 학생부 종합전형 컨설팅, 입시 컨설팅 등 모두 재빨리 우후죽순처럼 사교육 시장이 형성되고 말았다. 만약 부모들이 대학만을 놓고 이들 입시학원에 자녀를 또 다시 맡긴다면 애초에 그 취지는 사라져버리고 또 다시 부모의 꼭두각시 같은 학생들만 양산되고 만다.
얼마전 타계한 엘빈토플러 역시 한국의 교육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며 개혁을 요구했었다. 지금의 교육 시스템으로는 21세기에 걸맞는 능동적, 자주적, 창의적 인간을 만들어 낼 수 없다고 말이다.
학부모, 학생들, 그리고 우리 선생님들, 마지막으로 교육 종사들은 알아야 할 것이다.
(물로 나를 포함해서 말이다.)
아이들이 생각할 수 있도록, 그리고 스스로 그 생각을 선택하고 행동에 옮길 수 있도록, 그리고 그 선택에는 책임이 따르기에 정말 신중하게, 그리고 자기주도적으로 행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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