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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영호 Oct 28. 2024

IB의 끝에는 뭐가 있을까?(6)

지역사회의 변화

1. 인구 유입의 시작

표선고가 IB 프로그램을 도입하면서 "지역 사회에는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는 최근 제주도 전체의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 이유는 제주도가 교육부로부터 올해 초 (2024. 2)에 '교육발전특구 시범 사업'에 선정되었기 때문이다. '교육발전특구'는 쉽게 말해서 인구 소멸 위기 지역에 교육과 지자체가 합심해서 인구 소멸위기를 막고 교육 인재들이 그 지역에서 교육을 받아 취업까지 그리고 그 지역에 정주할 수 있는 안정적인 여건을 마련하고자 하는 사업이다. 그 해법 중 하나로 IB 프로그램으로 인정받았다고 보면 된다.

실제로 인근 표선초는 2020년에 240명의 학생수가 올해 423명으로, 표선중은 같은 시기에 309명에서 438명으로 증가하였다. 사실 표선 인근 지역은 제주도에서도 인구 감소 폭이 그 어느 지역보다도 높은 지역으로 2008년생 출생자가 100명인 반면 2019년생 출생자는 41명으로 60%나 출생인구가 감소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표선고를 비롯해서 온평초, 풍천초, 표선초, 토산초 등이 IB 학교 혹은 관심 및 후보 학교로 지정되었고 성산중과 표선중도 IB학교로 인증받으면서 지역 사회를 떠나 전국적으로 관심이 폭발하며 인구 유입이 증가하고 있다. 

실제 올해 7월 경에 우리 학교로 전학 문의를 한 학부모는 강원도의 의사부부로 서귀포시 의료원에 지원하여 오겠다고 한 적도 있었다. 또한 표선초인 경우 전학생 증가로 교실이 콩나물 교실로 변모한 지는 오래되었다고도 한다.

이에 제주도내에서도 관심을 갖기 시작하여 지역 도의원, 국회의원, 그리고 도지사까지 방문을 하여 많은 관심과 지원 약속을 아끼지 않으셨고 교육청 역시 '교사 학부모를 위한 IB 토크 콘서트 개최' 등 대대적인 홍보를 하기 시작했다.


2. 마을 생태 환경의 변화

한때 표선해변 중심의 관광지로 유명했으나 이제는 학교의 변신으로 거주지로 발달하기 시작한 모양새다. 다시 '교육발전특구사업'이야기로 돌아가서 그 사업의 목적은 교육을 통해 지역의 생기를 불어넣자는 것으로 현재 상황을 비추어보면 표선에서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일단 관광지에서 거주지로 발달하기 시작했다. 전학 및 입학을 원하는 학부모들은 인근 거주지를 구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하고 있으며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동내 빌라 및 아파트 가격이 상승했다는 말도 들린다. 무엇보다도 교육청 에산으로 선생님들의 숙소를 지원하면서 출퇴근만 하는 뜨내기 교사들이 아니라 지역에 상주하고 있으며 이는 지역 상권에도 자그마한 경제적 도움을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한동안 학교에 관심이 덜했던 학교 학부모회와 학교운영위원회 의원들의 적극적인 학교 활동 참여가 눈에 띄게 증가하였고, 여기에서 파생된 자체 커뮤니티를 통해 IB에 대한 정보 교환, 학교 발전 지원 모색 등 교육에 대한 이해력과 문해력을 높이고 있어 지역 마을 생태계에 큰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물론 교육발전특구의 최종 단계는 공교육의 힘으로 학생들이 역량을 키워 지역의 대학에 입학하고 그 후 지역 사회의 일꾼으로 성장하는 모습이기에 초중등학교의 변화만으로는 아직 역부족이다. 하지만 첫 단추를 잘 꿰맸다는 것만으로도 앞으로의 더 나은 성장을 기대하기에는 충분하다고 본다. 


3. 'IB 표선고등학교'라는 이름이 주는 자부심

앞에서 얘기했듯이 표선고등학교는 예전에 표선상고(상업고등학교) 혹은 표선종고(종합고등학교)로 불렸던 시절이 있었다. 여전히 학교에 대한 이미지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어른들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또는 혹자는 표선고의 성과를 절하하며 그 정도는 일반고등학교에서 얼마든지 이뤄낼 수 있는 성과라고도 치부한다. 이것도 맞는 사실이다. 다만 표선고라는 일반고에서 이루어낸 성과가 IB 월드스쿨로서의 표선고가 이루어낸 성과는 다르고 이 부분은 잘 보이지 않을 수 있다. 

고등학교 '탐구보고서'와 그 기록물인 '학교생활기록부'로 비유하자면 다음과 같다.
일반고에서의 '탐구보고서'와 표선고에서의 '탐구보고서' 결과물이 적혀있는 생활기록부만 본다면 거의 같을 것이다. 그러나 일반고에서 '탐구 보고서'는 보고서 서식, 학생의 노력, 교사의 피드백은 규정화되어 있지 않고 학교마다 제각각이다. 그러나 IB에서는 정해진 양식, 정해진 교사의 피드백, 정해진 학생의 노력이 규정화되어 있다. 즉, 과정에 대한 규격화되어 있고 규정화되어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이다. '탐구 보고서'라는 똑같은 생활기록부 기록물이자 결과물이지만 그 과정은 확연히 다르다. 그 과정은 어느 일반고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부분들로 채워져 있고 그 과정에서 교사와 학생 모두 치열한 노력을 기울였다. 이 부분은 측정하기 힘들다. 'IB'라는 타이틀이 주는 무게감이 그 과정을 달리 만들었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 부분은 학생 만족도 상승(21년도 81.4%에서 23년도 86.8%로 상승)으로만 보일 뿐이다. 실제로 학생들은 IB 월드스쿨이라는 이름으로 자부심을 갖고 있으며 이는 그들의 얼굴과 태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그런 그들을 가르치는 교사에게도, 그들을 양육하는 학부모에게도, 그리고 학교가 있는 마을에게도 자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확신한다. 


IB 교육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모른다. 내년(2025년)에 재승인 과정이 남아 있는데 그 결과에 상관없이, 그리고 대입 결과에 상관없이 표선고의 도전과 실험은 계속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공교육의 변화가 지역사회, 나아가 대한민국 전체에 긍정적인 변화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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