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 DP 프로그램 현장 적용 방안 탐색 관련 문답
국내 한 연구기관과 IB DP의 적용 방안에 관해서 문답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IB DP과정은 2년 과정으로, 현재 본교에서는 2, 3학년에 IB DP 과목을 편성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IB에서는 HL(High Level) 과목은 240시간, SL(Standard Level) 과목은 150시간 이수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또한 TOK과목은 100시간 이상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고등학교에서의 수업시간은 50분입니다. 대강 계산해 본 결과 한 학기에 4학점으로 2년간 4학기에 과목을 배치할 경우 이수 기준 충족이 어려워 5학점으로 배치하여 여유 있게 이수 시간을 확보하고 있습니다.(50분*5학점*17주*4학기=약 283시간, 다만 내년부터는 3학년 2학기에는 5학점 대신 4학점으로 줄이고자 합니다.) SL과목 역시 마찬가지의 과정을 거치면 3학점을 4학기에 걸쳐 배치할 경우 권장 이수시간(150시간)을 충족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HL 과목은 18학점, SL과목은 11.25학점, TOK(지식이론)는 7.5학점이 필요해서 HL과목은 5학점 3개 과목 4학기를, SL과목은 3학점 3개 과목 4학기를, 그리고, TOK는 2학점씩 4학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50분*2학점*4학기=약 113시간).
Pre-DP과정이라는 이름하에 2-3학년 DP과목과의 연계성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과목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일단은 공통교육과정이기에 기본적인 내용이나 수업, 평가 방식은 다른 학교와 큰 차이는 없으리라 봅니다. 다만 과정중심평가 및 수업 일부에서는 학습자의 성찰을 유도하는 활동, IB학습자상과 연계된 활동, 학습자의 능동적 참여를 이끌어내는 발표, 보고서 작성, 토론 수업 등의 수업을 보다 많이 활용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지필평가에서도 논·서술형 평가 비율을 높임으로써 2, 3학년의 IB DP 수업에 대한 적응과 IB 내·외부평가에 대한 적응력을 높이고 있습니다. 영어 수업을 예로 들어본다면, 다른 학교들처럼 교과서 수업도 하지만 수준별 영어 읽기 자료, 영시, 단편 영소설 일부 등을 활용하며 발표, 글쓰기, 저널 작성 등의 수업을 하고 있으며 또한 원어민 수업을 최대한 활용해 회화, 쓰기 수업을 집중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여름방학에는 원어민 선생님을 활용하여 회화 및 에세이 쓰기 관련 특별 프로그램을 운영하였습니다.) 국어 역시 여타 일반고에서의 국어 수업에서 다뤄지는 것 이상의 문학 수업에 대한 비중을 높이고 있으며 질문과 생각하기 그리고 글쓰기에 초점을 맞추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학교 설명회(고등학교 입학 전 중학생 대상)를 통해서 이 점에 대해서는 가장 먼저 설명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올해 3월 학부모총회에서 한 학부모가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위한 학교 측 대응방안을 요구하셨는데 마침 다른 학부모님께서 IB학교는 수능을 준비하는 학교가 아니며 IB의 가치를 위한 학교라는 말을 하신 적이 있으십니다. 게다가, 입학하기 전에 이미 학교 측으로부터 대입과정과 불일치하다는 점을 익히 들어서 입학을 결정한 것이기에 학교 측에 이에 대한 대응방안을 요구하는 것은 같은 학부모로서 무리라는 발언을 하셨습니다. 저는 3월에 부임하였기에 이와 같은 논의 과정이 무척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기존 재학생 학부모님들은 충분히 IB학교의 가치와 비전, 성격을 공감하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의 교육과정을 이수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습니다. 이미 1학년 공통교육과정을 통해 어느 정도의 필수학점을 이수하고, 2-3학년의 교과목 역시 국어, 영어, 수학, 역사, 과학과목(물리, 화학, 생명과학)을 주로 배우며 그 외 컴퓨터과학과 영어 연극 과목을 통해 부족한 학점을 채울 수 있습니다. 다만, 대입에서 요구하는 보다 높은 수준의 과목(과학 실험 과목)과 충분한 양의 이수 시간은 과학고 및 과학중점학교와 비교했을 때 부족해 보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작년에 서울대를 비롯한 켄텍, 디지스트, 유니스트 등의 공과 대학에도 합격한 걸로 보아 큰 무리는 없을 거라고 판단합니다.
IB 교육과정과 대학 입시와 관련해서는 본교에서도 그 어려움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결국 IB냐, 대입이냐로 귀결될 수 있겠죠. 그러나 우리 학교가 특히 주목받게 된 시점이 대입 결과(수시) 발표 직후였던 점을 감안한다면 둘은 분리될 수도, 합쳐질 수도 없는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4개월 동안 100명 이상의 전·편입학 입학문의를 받아본 결과, 본교 입학 및 전입하고자 하는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었습니다.
첫째는 대입 그리고 대입 및 경쟁을 벗어난 자유로운 교육 환경이었습니다. 이와 같은 고민을 알고 있기에 본교에서도 여러 차례 차년도 교육과정 편제표를 논의하면서 그 고민을 담아내기 위한 교육과정을 작성하고 있습니다. 교직원 내에서도 첨예한 대립이 있었지만 서로 양보와 타협 속에서 IB의 가치를 확대할 수 있는 편제표(일반 학교의 선택과목 축소, IB 계열 과목 신설)라는 방향을 설정할 수 있었습니다. 교육과정이 먼저고 대입은 그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생각하기에 이와 같은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고 봅니다.
둘째는 결국 입시였습니다.
표선고는 IB 교육 이전에는 하나의 지방 농어촌 일반고였습니다. 하지만 일반고였기에 대학을 준비시키는 교육을 해왔습니다. 다만 서울대학교를 배출했어도 크게 주목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IB 교육을 받은 첫 졸업생의 입시 결과는 크게 주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한 해석은 더욱 논의할 여지가 있습니다. IB교육의 결과인지,
선생님들의 헌신인지,
소수의 학생들만의 결과인지,
농어촌 전형의 혜택만으로 치부할 수 있는지 말입니다.
(아직 이에 대한 해석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채 그저 대입결과만 놓고 각기 저마다의 해석만 늘어놓는 상황이 조금은 불편합니다.)
다만, 입시를 위한 학교 입학 및 전편입학은 개인적으로 반대합니다. 왜냐하면 IB학교에서는 학생부종합전형으로만 지원해야 한다는 선택의 축소를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즉, 학생부 교과전형, 정시(수능) 등의 선택지를 배제하고 오로지 협소한 학생부종합전형으로만 들어가야 하는 현실을 받아들인다면 환영하지만 나중에 자녀의 미래가 걸려있는 고3학생의 수시 접수 시기에 처음의 그 굳은 다짐과 의지를 잘 지킬 수 없다면 그냥 다른 일반고등학교를 추천합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전·편입학과 관련한 문의 중 하나가 바로 대입을 벗어난 교육 본질의 교육과정이었습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IB DP과정의 과목들이 과목 구분 없이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진로선택과목으로 배정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즉, 성취기준 절대평가이므로 타인과의 경쟁보다는 협력을, 대입 목표보다는 배움 자체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교사 역시 과정중심평가에 보다 신경을 쓸 수 있었고, 지필평가에서도 논·서술형 평가를 제작할 수 있었던 배경이었습니다.
그러나 2022 개정교육과정에서는 진로선택이든, 융합선택이든 결국 내신(겉으로는 절대평가와 혼합이지만) 상대평가로 운영해야만 합니다. 3월 초 학부모 총회에서도 이 부분에 대한 학부모님들의 걱정과 우려도 이미 접했습니다. 일단은 교육부의 최종 결정을 기다려야겠지만 IB 학교만의 가치와 비전, 그리고 IB 본부의 운영 철학(이미 내·외부 평가는 절대평가로 실시하고 있음,)은 새로운 상대평가 내신 산출 제도와 분명 모순되는 지점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여전히 변경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면 기존처럼 IB과목들은 절대평가로 운영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정책적 변화를 요구하는 바입니다.(들은 바에 의하면 올해 2024년 10월 경에 이와 관련된 교육부의 발표가 있다고 합니다.)
TOK(지식이론)는 위에서 언급했기에 간단히 요약하고자 합니다. 이수 충족 시간 100시간이므로 2학년부터 3학년 2학기까지 4학기 동안 2학점씩 8학점을 배치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EE(Extended Essay: 소논문 작성)는 EE 코디네이터를 통해 1년간의 일정을 따라가게 됩니다. 전체적인 일정과 더불어 기간별 해야 할 일과 제출 마감일자 등을 제시하고 피드백 및 성찰세션도 함께 안내합니다. EE는 2학년 학기 초(3월 하순)부터 안내가 시작되며 3학년 1학기 3-4월 안에 최종성찰세션 진행을 마감하는 것을 목표로 진행됩니다.(하지만 거의 3학년 2학기 8월까지 가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CAS(Creativity Activity Service 창의활동봉사)는 2, 3학년 학생 전체를 대상으로 실시하며 자율활동 및 진로활동 시간 등을 활용하여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것을 기본방침으로 합니다. 모든 학생이 참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조사-준비-행동-성찰-입증의 5단계를 거쳐 지도교사의 피드백 및 승인과정을 거칩니다. 2, 3학년 2년간(18개월) 동안 매주 규칙적으로 창의적 체험활동 및 방과 후 시간 등에 참여하며 포트폴리오를 작성하고 코디네이터 및 지도교사와의 인터뷰를 거쳐 문서를 최종 작성하는 과정입니다.
현재 1학년 학생들이 2학년이 되는 내년(2025년)부터는 '논증적 글쓰기'과목을 고시외과목으로 선택해 EE지도와 CAS지도를 정규 수업시간 안에 실시하고자 계획 중입니다. 이를 통해 글쓰기에 대한 기초, 기본 과정을 거치며 EE에 대한 부담감을 최소화하고자 합니다. 그동안 EE가 정규 외 시간에 이루어지면서 체계적인 수업을 진행할 수 없었고 교사의 개별적 역량과 학생의 능력에 따라 좌우되는 경향이 있어 이를 정규교육과정 안에 포함시킬 예정입니다. TOK는 지식이론이라는 과목으로 이미 운영하고 있습니다.
TOK는 전술했듯이 이미 운영 중이나 생소한 개념의 과목으로 교사와 학생들 모두 큰 부담을 안고 있는 과목입니다. 기존 IB코디네이터 교사가 이를 담당하고 어느 정도 틀을 만들고 전출 가셔서 이에 새로운 TOK 코디네이터 선생님을 필두로 여러 과목의 선생님들이 협력하며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EE는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맞게 내년 신입생을 대상으로 ‘IB융합탐구와 실천 연구 1, 2’를 신설(고시외과목)하여 지도하고자 합니다. 여기서는 위에선 언급한 ‘논증적 글쓰기’의 수업 목표, 내용, 방법, 평가와 함께 ‘CAS’ 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도 내포되어 있습니다.
본교는 IB DP과목에서의 절대평가 방향을 지향합니다. 물론 대입과 IB교육과정은 동전의 양면처럼 밀접하면서도 서로 상반되는 양상을 띱니다. 그렇기에 만약에 IB DP과목에 상대평가가 적용될 시 대입에서 절대평가로 인해 불리했던 점들(예를 들어 내신산출의 어려움)을 상쇄할 수도 있겠다는 역발상도 해보았습니다. 즉, 기존 IB DP 과목들은 절대평가 기반의 진로과목으로 A/B/C의 성취등급만 나와 대학진학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오히려 3등급제에서 5등급 제로 확대되어 변별력이 생김으로써 진로과목으로서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도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해 봅니다. 하지만 그 외에는 뚜렷한 대안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결국 일반 학교 학생들처럼 점점 내신 경쟁에 대한 부담감과 그로 인한 협력형 과정중심평가, 논·서술형 평가의 축소와 같은 부정적 영향만 예상됩니다.
IB 학습자상 및 ATL을 연계시킬 수도 있으나 그러한 점들을 굳이 과목별 세특에 기록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 부분은 창의적 체험활동에서 부각하는 것이 더 나을 듯합니다. 오히려 교과세특에서는 그 교과의 핵심역량 및 학습자의 생각과 성취 수준 등을 바탕으로 학생 활동에 대한 구체적인 기록과 교사의 평가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렇기에 질문과 탐구, 실생활과의 연결고리와 연계성을 중시하는 IB교과들의 핵심 내용과 평가 방식을 적용한다면 일반고 생활기록부와의 차별성을 보여줄 수 있다고 봅니다.
양쪽 모두를 접한 실경험자로서 판단한다면 상당 부문 유사합니다. 다만 IB는 보다 체계적이고 지켜야 할 가이드라인들이 많다는 것, 외부의 평가에 제한을 받기에 더 치중하고 그래서 학생들 스스로의 노력이 요구된다는 점이 큽니다. 예를 들어 보고서 작성인 경우 일반고 학생들도 충분히 하고 있고 교사들도 지도합니다. 형식과 체계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지도교사나 학생, 그리고 학교 환경에 따라 제각각이고 임의적이기에 상황에 따라 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에 반해 IB에서는 학교 환경 및 학생, 교사의 상황에 상관없이 동일한 요구사항을 지켜야 합니다. 소논문인 경우 주제에 따른 질문, 서론, 본론, 결론, 참고문헌(APA양식) 4,000자 이내의 내용, 3번의 교사 피드백(성찰세션), 예상 점수 입력, 최종 세션 등, 일련의 체계적인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결과물은 두 학교 환경 모두 같을 수는 있지만 과정의 체계성 여부가 가장 큰 차이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IB학교에서는 그에 따른 생활기록부 내용도 보다 풍성해질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합니다. 우선 기본적인 글쓰기와 영어 능력(듣기, 말하기, 쓰기 중요)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학교에 들어왔다고 바로 그러한 능력이 생기지는 않습니다. 현재 1학년 학생들 중 영어 능력이 뛰어난 학생들은 국제학교 출신, 외국 중학교 졸업 출신, 그리고 영어 사교육을 어렸을 때부터 충분히 받아온 학생들입니다. 이를 제외하면 학교 교육만으로 열심히 학습하는 학생들도 있지만 상당수는 영어능력이 떨어집니다. 물론 이는 일반고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문제는 IB에서 요구하는 내외부 평가를 치르기에는 부족하며 결국 소수의 학생들만 시험에 응시하게 됩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11명의 최종 DP 취득 학생들만 놓고 봤을 때 '겨우 11명을 위해 그 많은 돈을 지출해야 하는가?'라고 묻는다면 이는 소수를 위한 교육이 맞습니다. 더군다나 IB 교육의 국내 도입 역사를 봐도 민족사관고라든가 일부 외국어고, 국제고들이 도입했다는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최상위권 학생들을 위한 교육이었다.
다만 대한민국의 공교육에 그것도 제주도의 농어촌 일반고에 IB 교육 프로그램을 적용하는 이유는 기존의 수업과 평가 방식에 대한 반성과 새로운 교육 형태를 통해 전반적인 학교 문화와 지역 문화의 탈바꿈을 꾀한 것이기도 합니다. https://www.jejusori.net/news/articleView.html?idxno=213400(2019년 1월 4일 제주의 소리 신문 기사 링크) 모든 학생들이 2년간 IB DP 프로그램을 이수합니다. 그리고 수업과 평가의 혁신을 경험합니다. 그러나 그 열매는 여느 일반고등학교 학생들처럼 소수의 학생들에게 돌아갈 공산이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