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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영호 Jan 05. 2017

대입 정시전형에서 나타나는 교육의 문제점

왜 대학들이 정시보다 수시를 더 원하고 있을까?


바야흐로 대입에서 정시의 계절이 다가왔다.


각 대학마다 12월 28일까지 수시 추가합격자를 발표하고 29일 추가합격자들에 대한 최종 등록을 마감한 상태이다.


그리고 차이는 있겠지만 2017년 1월 5일부터 정시  '가군' 전형이 시작된다. (정시 원서 접수는 1월 4일까지)


또한 지금 일선의 고교 3학년 선생님들은 정시 상담으로 여념이 없을 때이다.


물론 당사자인 학생들과 그 학부모님들은 더욱 애간장을 탈 때이다.


"왜 우리 자식은 수능을 못 봤을까?"


"이 점수로 대학은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가군, 나군, 다군 세 군대 중 어디를 안정지원하고 어디를 상향으로 쓸까?"


"기적은 없을까?"


오랫동안 수시 및 정시 상담을 해 온 본인도 특히 정시상담은 참 난감하다. 심지어 각종 사교육업체의 입시설명회도 참석해보고 서로 교사들끼리 정보도 공유하고 대교협의 자료들을 분석해봐도 솔직히 말해 정시는 '운이다!'라는 것을 많이 체감한다. 이렇게 말하면 무슨 교사가 그러냐, 사교육업체들은 정확하고 날카로운 분석으로 그렇지 않다더라 하시겠지만, 정시도 그렇고 수시도 그렇지만 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 참~~ 분석하길 좋아한다.

필자 또한 대교협 선생님들이나 사교육업체의 대표 강사들, 또는 인터넷 강사들의 각종 분석 자료들을 보면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다.

문제는 그것이 전부라는 것이다.

정보는 왠만하면 오픈 되어 있고 감춰져 있는 것이라 할지라도 극상위권 입시 상담할 때나 아니면 또는 생각해봐야 할 변수가 워낙 많아서 그다지 도움이 안된다.

다시 말해 전년도 분석자료라고 해봐야 올해 그래도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많다는 것이다.


내년에도 이러한 통계자료가 유효할까?


예전에 본인의 학생 중 한 명('A' 학생이라고 하자.)

이 수능에서 국어는 100점이지만, 국, 영, 수 등급으로 1, 2, 2 등급이 나온 적이 있었다.(2014학년도 수능)


그 전해에는 우리반 남학생('B' 학생이라고 하자.) 이 2013학년도 물수능에서 국영수 원점수 291(사탐 모두 1등급) 받고 정시로 성대 사회과학부에 겨우 겨우(재수하러 가겠다는 날에 추합 발표....) 합격했었다. 이 학생의 정시상담을 하며 깨달은 점은 절대 배치표 및 사교육 입시결과를 믿지 말자는 것이었다. 아무리 물수능이지만 300점 만점에 겨우 원점수 9점 까였는데, 사탐은 아랍어까지 1등급 받았는데, 정시로 서연고 서성까지 밀린다고? 알고봤더니 상위권(특히, 연세, 고려대) 대학에서는 소위 '빵꾸'가 났었던 것이었다.

그래서 이듬해 'A' 학생의 점수를 바탕으로 정시상담할 때는 보다 신중을 가하였다. 즉, 배치표 및 각종 정시 상담자료 상으로는 서울 시립대 수준이었지만, 과감히 성균관대 글로벌 경제를 써보게 하였다. 특히 더 중요한 것은 대학관계자(입학처)에게 직접 문의해보는 것이었다. 거기서도 긍정적인 답변을 하였던 것이다. 그 결과 추합이었지만 높은 추합순위로 합격하였다.


또한 실제 수능에서 잘 본 학생들이 수시 합격으로 과연 몇 %나 빠져나갔는지 과연 어떻게 알까? 물론 작은 지역사회에서(필자가 있는 제주나 강남의 8개교 등)는 이러한 정보들을 공유하는 것이 가능할 지 모르겠다. 그러나 대부분은 그런 정보를 알아도 정시 예측을 하는데 큰 도움은 안 된다.

예전에 외고에서 근무했을 때 실제 수능에서는 국영수 통틀어서 1문제 틀려서 정시에서 서울대에 지원할 수 있겠다 싶었는데 연세대 논술전형을 수능 전에 이미 응시한 상황이라 연세대 탈락만을 기다렸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결국 연세대에서 이 학생을 낚아 채가고 말았다. 이러한 우수학생이 정시로 얼마나 편입되거나 수시합격을 해버렸는지는 정말 알 수가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시상담을 한다고?


자.......

이것이 정시인데.....


이러한 방법 및 전략을 앞으로도 계속 쓸 수 있다라고 하면 그야말로 '경기도 오산'이다.


세상 어디에도 수능 끝나고도 50% 이상 힘을 쏟아부어야 하는 입시제도는 한국말고는 없는 것 같다.

각종 입시업체의 설명회를 가보라.

대부분 강조하는 것은

'전략' 이다.



근데, 그 전략이라는 것이 해마다 바뀐다.

그 변수는 너무 다양하다.

학생들의 그 해 성향.

입시업체 및 컨설팅 업체의 설명회 내용.

그 해 직업순위도.

미디어 영향.

담임 및 학부모의 상담 내용.

대교협의 설명회 방향.

또는 영화나 드라마 속의 직업 묘사까지.

(아마 아랍권에서 대활약하는 -아랍어로- 송중기의 통역사 모습을 다루는 드라마가 있다면 그 해는 아랍어학과 폭발일 것이다.)


이런 것들을 감안하고 어떻게 전략이란 말을 감히 할 수 있단 말인가?

너나 나나 배치표 및 컨설팅 업체의 상담을 통해 지원한다면 떨어지는 학생은 거의 없어야 한다. 서랍장에 옷이 차곡차곡 쌓이듯이 학생들이 대입합격을 할테니 말이다.

하지만 현실은 아무렇게나 널부러져 있는 서랍의 옷가지 모양일 것이다.

대혼란이다.

더군다나 사교육업체는 어떻게 상담을 하고 있나?

그들의 사례는 과연 믿을만한가?

참고로 메가스터디 및 이투스 청솔 역시 사례수는 5만건 내외라고 알고 있다.

대교협 프로그램은 약 30만건이다.

이 전년도의 합불 사례들을 바탕으로 올해의 학생들을 예측하는 것인데 시스템에서 작년에 합격했으니 올해도 합격이다라고 과연 확신할 수 있나?

물론 학부모님들과 학생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여기에 매달릴 수 밖에 없다는 것 잘 안다.


보통 서울 시내 컨설팅 1회가 약 50만원에서 100만원 사이(실장 대면 상담은 100만원 이상을 호가한다.) 라고 하는데 무슨 점집도 아니고 그게 돈 낸다고 되는가?


그리고 하나 더 생각해봐야 할 것은 .. 바로 정시를 대학는 대학들의 태도변화이다.


예전에는 수시는 생각하지도 않았던 대학들이 언젠가부터 수시모집에 혈안이 되었다.

수능 초기에는 수시 대신 '특차'라는 이름으로 아주 적은 수의 신입생을 미리 뽑고는 했었다.

하지만 뒤에서는 특차로 미리 선발하는 이유가 정시로 우수학생들을 뽑지도 못하기 때문이라는 비아냥아닌 비아냥을 들어야만 했다고 한다.

그래서 한동안 정시가 대세가 되었다.

그러나 수시 모집 확대가 권장되면서(교육부에서는 선발방법의 다양화를 유도하였다) 그리고


어라?


이게 장사가 되네?


라는 것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그리고 옆 동네 대학의 건물이 해마다 바뀌는 것을 몸소 느끼면서


수시는 대세가 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를 뒷받침하기 위해 수시로 입학하는 학생들의 성적변화에 대한 연구를 하기 시작했다.


특히 이러한 연구는 학생부종합전형의 확대 이후 더욱 활발히 이루어졌다.


대학에서의 발표 결과는 학종으로 들어 온 학생들이 입학 초기에는 학점이 정시 및 논술로 들어온 학생들 보다 뒤진다고 나타났지만 이후 점차 점수가 상승하여 졸업시에는 정시선발합격생보다도 평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로 발표하고 다닌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바로 다음의 사실이다.

즉, 이러한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꿈과 목표 및 동기가 분명한 학생들이 대학에서 우수한 성과를 거둔다는 함의를 이끌어내었다는 것이다.


다시말해서, 대학에서도 자신네들의 돈장사도 있지만 정시로 들어온 학생은 대학입장에서는 솔직히 해당학교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학생들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즉, 그들은 대학의 간판만 보고 왔지, 학과는 무시한채, 동기 및 목표도 불분명한채 들어와서는 결국 대학생활에 녹아들지도 못하고 공무원 시험이나 준비하다고 조용히 사라지는 학생들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다시 한 번 정시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정시를 꼭 점수에 맞춰서, 대학 및 네임밸류에만 맞춰서.... 지원해야 하는가?


물론 합격이 중요하다는 것 잘 안다.


하지만 합격만 바란다는 그 마음은 결국 대학 입학 후는 자식들 스스로가 알아서 등록금을 낭비하든 말든, 그 이후의 생활은 내 알바가 아니다라는 말과 같다. 우리 인생이 20살에 끝나는가? 그렇다면 고3 입시에 올인해야 한다. 그러나 앞으로 80년을 더 살아야 하는 이 시기에, 그리고 인공지능과 융복합 산업, 소프트웨어의 발전과 같은 4차 산업혁명이 일어난다는 이 시기에 정말 아무 쓸데 없는 학과라도(물론 쓸데 없는 학과라기 보다는 본인의 적성과 흥미를 고려하지 않은 학과를 말한다.) 가야하나?


하고 싶은 말은 그거다.

지금의 정시 싸움의 기저에 깔려 있는 위와 같은 심리를 잠시만 걷어내고

잠시만 내 적성과 흥미, 그리고 미래의 인생에 대한 생각을 해보자는 것이다.


솔직히 이러한 생각은 수시로 들어가는 학생들이 주로 하는 생각들이다.

그래야 학생부 및 자기소개서에 위의 말들을 적을 수 있을테니깐.

그러나 이제는 정시로 들어가길 희망하는 학생들도

조금은 조급증을 벗어던지고

소수점 단위로 나누어지는 배치표 및 상담프로그램만 바라보지 말고

관련학과의 미래와 내 적성 및 흥미와 일치하는지

내가 4년 동안 등록금 걱정 안하고 내 열정을 쏟아부을 수 있는 그런 학과인지

고민해보자.


결국은


자기주도적인- 내 인생 내가 책임진다는 -

인생을 살아보자는 것이 필자의 일관된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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