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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영호 Mar 12. 2017

수능에 대한 고찰

지금의 입시제도에 대해서 이제는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어떤 제도를 도입하든 결국 상위권을 향한 발걸음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번 글에서는 현재 시행되고 있는 각종 대입시험제도들에 대해 어떤 한계점이 있는지를 알아보고 다음 글에서는 그 대안은 없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1. 현 대입 제도의 문제점

1) 학생부종합전형

첫째, 당연히 공정성 문제이다.

해마다 수시 합격 후 벌어지는 일이 누구는 나보다 실력도 떨어지는데 붙었다, 누구는 자소서 학원선생님이 대신 써준 것이다라는 말들이 나돈다.

솔직히 올해 9년째 3학년 담임을 하고 있지만 아직도 어떤 학생이 붙을 지 감이 안 잡힌다.(하지만 당연한 것이기도 하다. 어떻게 합격 불합격을 장담할 수 있단 말인가? 수능에서 만점도 떨어지는 판에...) 하지만 학부모들 또는 국민들이 체감하는 <학종>의 공정성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히 매섭다. 이 문제를 어물쩡 넘어가기에는 학종의 확대 및 발전은 더 이상 없다고 봐야한다.


둘째, 타당성 문제이다.

즉 여기서의 타다성이란 과연 열심히 그리고 학교에 충실한 학생들을 뽑기 위한 제도인지, 그리고 그런 학생들을 뽑은 대가가 대학에서의 성공적인 결과로 나오는지 여부를 말한다. 이 부분은 솔직히 일선 교육 현장에서의 선생님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되는 부분이다.

즉, 수능 공부를 열심히 한 학생과 단순히 내신과 비교과부분이 뛰어나서 입학한 학생 중 어느 학생이 대학에서 성공할 것인가 여부 말이다. 분명 수능 공부, 다시 말해 정시로 들어간 학생들이 더 뛰어난 것은 당연한 말이다.


하지만 성공이란 기준을 좀 달리 해보자. 뛰어난 머리(지적인 부분)만이 성공이란 것은 과거의 기준이다. 한 제자에 따르면 서울대 정시로 들어간 선배는 공무원 준비하고 자기처럼 수시로 들어온 학생들만 학과 공부를 열심히 듣는다고 한다. 분명 그 선배는 공무원 시험에 합격할 것이다. 누구보다도 빨리 말이다. 하지만 교수 입장에서, 그리고 대학 입장에서는 어느 학생이 더 성공적인 대학생활을 하고 있는지는 자명하다. 그런데 문제는 바로 학생부 부풀리기 등으로 인해 들어간 아이들, 혹은 한가지 특기만을 가지고 입학한 학생들(요즘은 이런 학생 뽑지는 않지만)이 과연 대학생활을 잘 할 수 있을까는 여전히 의문이다. 결국 학생부 종합의 타당성 관건은 학교 활동의 내실화가 얼마만큼 진정성 있게 이루어졌는지를 검토하는 일이 되겠다. 이 부분은 우리 교사, 학부모, 학생 모두 반성해야 할 것이다.

셋째, 학종으로 인해 사교육이 증가했다는 말이 나온다는 것이다.

자소서 수정, 수시 상담, 입시 컨설팅 등의 사교육 업체들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수천가지 전형으로 인해 아무것도 모르는 학생, 학부모들이 결국 매달리는 곳이 이런 사교육 업체들이다.

한가지만 묻자.

그들 사교육 업체들은 무슨 데이터와 자료들을 가지고 상담하고 있는 것일까?



학종에서는 객관적인 데이터가 있을 수 없다. 참고로 4등급도 서울대에 이론상이지만 합격할 수 있는 것이 학종의 현실이다. 학생부는 결국 교사의 고유 업무이다. 이들이 이런 학생부에 대해서 얼마만큼 알고 있으며 어느 정도 간섭을 하는지는 미지수이지만 솔직히 말해 내 주변사람들에게는 말리고 싶다. 약간의 정보만 가지고 엄청나게 부풀려서 말하는 곳이 바로 사교육업체들이기 때문이다. 정말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만 알려주면서 시간당 15만원 이상의 상담비를 요구하는 업체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문제는 공교육이 이러한 학생, 학부모의 요구를 수용하지 못하고 있는데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상위권 위주의 입시 상담, 너무 많은 학생들, 복잡한 전형들. 이 모두가 공교육에 대한 불신의 주범이 되고 있기도 하다. 이 부분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사교육 업체들의 사기성 멘트에 당하는 일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물론 더 뛰어난 정보와 상담을 해주는 업체들도 잘 알고 있다.)

마지막으로 학종 위주의 학교 교육의 폐해이다.

담임교사의 역량에 따른 수시 결과 차이 문제 그리고 고등학교 차별 논란, 또는 수업의 방향 논란(결과가 아닌 과정 중심의 교육과정)이다. 어느 담임교사를 만났느냐에 따라 아이의 입시결과가 달라진다는 말이 자주 들린다. 물론 이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예전부터 담임교사 또는 학교의 분위기에 따라 자녀의 입시가 달라지는 일은 얼마든지 있었다. 그 주어진 환경에서 얼마만큼의 기회를 포착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지는 결국 학생 본인의 몫이다.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담임교사 한명에 영향력이 크기는 하지만 그 한분만 학생부를 100% 쓰는 것은 절대 아니다. 요즘 따라 더 중요한 과목별 세부능력 특기사항은 2-30여명의 교사들의 영향으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학교 차별 논란이다. 어느 학교는 학종 준비가 잘 되어 있더라, 어느 학교는 농어촌 학교라서 일부러 대학에서 불이익을 준다더라. 어느 대학교는 특목고만 좋아한더라.

물론 결과 중심의 논쟁거리들이다.

이들에 대한 반박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농어촌 학교에서도 서울대에 2년 연속 합격했다. 예전에 근무한 외고에서는 서울대에 10년만에 들어갔다. 학종이 잘되어 있는 학교와 그렇지 않은 학교를 비교해보는 것이 더 빠를 것이다. 수업의 방향 논란은 무슨 말이냐면 기존의 강의식 혹은 수능 위주의 수업방식에서 토론, 발표, 글쓰기와 같은 과정 중심의 - 실은 학종 중심의 - 수업에 대한 강조로 인해 이게 과연 무슨 뻘짓인가하는 문제들의 발생을 말한다. 토론, 발표 등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과연 그것과 수능하고는 뭔 상관이냐는 것이다. 맞다. 지나가다 보면 참 괜찮은 수업인 것 같은데 애들 입장에서도 참 반응이 좋은데 수업이 끝나면 왠지 찝찝해하는 사람들이 꼭 있다. 뭔가 배운 것 같지는 않고 말이다.


그런데 이 부분은 '공부'라는 것에 대한 개념을 좀 달리 받아들여야 이해가 될 것이다. 꼭 뭔가를 배우고 암기해서 내 것으로 만들어야 그것이 학업능력이라고 생각했던 시절은 지나갔다. 중요한 것은 배운 것(input)을 얼마나 만들어 내느냐(output)이다. 이것이 4차 산업혁명의 시대, 21세기의 사회에서 요구하는 능력들이라고 생각하면 학업역량에 대한 개념을 달리 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런 패러다임의 변화를 우리 국민들이 얼마나 빨리 받아들이고 변화시키느냐이다.



2) 논술 전형

95학번인 나의 세대는 죽음의 트라이앵글이 아니라 펜타곤(5각형)의 세대였다.

즉 전국의 4년제 대학 모두가 내신, 수능, 본고사, 논술, 면접을 지원요건에 넣었던 시대였다.

그리고 얼마 안가 결국 본고사와 논술은 폐지됐다. 그때 기억으로는 논술문제가 정말 어려웠었다. 학원도 없었고 단지 논술문제지 하나 사서 매일 1000자의 논술연습을 했던 것이 전부였다. 결국 폐지 되었는데 다시 수능이 쉬워지면서 변별력 차원에서 부활했다가 사교육 유발의 주범으로 찍히면서 선행학습 영향 평가 보고서를 내라는 교육부의 지침에 의해 울며겨자먹기로 교과서 출제 원칙을 내세우며 시험의 방향을 바꿨다. 즉 이제는 논술이 공부하면 된다는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여전히 찍기 시험이란 오명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내가 알고 있는 문제가 나오면 합격, 그렇지 않으면 불합격 말이다. 그리고 평가 기준의 애매모호함, 쉬운 논술 문제로 인한 내신 또는 수능 최저 기준의 당락 좌우 측면이 대두되면서 대학에서도 논술을 일종의 계륵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학종을 준비 못하는 학생들 또는 재수생들에게는 '인서울'을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시 전형이기에 쉽게 폐지는 못하고 있다.


또 하나의 본질적인 문제는 논술과 학업역량과의 상관관계가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이런 식의 쉬운 논술문제를 찍어서(?) 풀고 들어온 학생들이 과연 대학생활에서의 학업도 잘 할 수 있을까 대학자체에서도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또는 정시와 마찬가지로 점수 눈치를 보고 본인의 희망하는 학과와는 상관없이 입학했기에 전과 및 편입을 자주하는 애들도 결국 이 전형의 합격생들이라고 한다. 그래서 2018학년도부터는 고려대가 논술을 폐지하였나 보다. 예전의 고대 입학관계자가 논술로 들어온 학생들의 실력을 제일 못 믿겠다는 말을 했던 적이 있었는데 이것이 현실이 된 듯 하다.

앞으로도 논술문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대상으로 남을 듯 하다.



3) 특기자 전형


솔직히 이 전형은 소수자를 위한 전형이기도 하지만 연대, 고대 등의 입시요강에서의 그 비율을 보면 결코 만만치 않은 비율을 차지하는 전형이기도 하다. 그냥 깜깜이 전형으로 불리우며 도대체 어떤 과정에으로 (무슨 문제로) 선발되는지 알 수 없는 결과가 허다한 전형이다.

하지만 요즘에는 학종의 형태로 비슷하게 나아가는 다소 긍정적인 변화를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4) 수학능력시험


이것이야 말로 변화의 핵심대상이다.

수학의 주관신 문항 몇 개를 제외하고는  5지 선다형으로서 창의성 역량강화에 역행하는 흐름을 보여주기도 하며, 그런 찍기 신공으로도 이론상 만점도 가능한 시험이다. 소위 수능 대박이란 말은 당일 '마구리'가 터졌음을 보통 말하기도 한다. 공부하면 4등급 이상 가능하며 공부를 안 하면 마구리 같은 운에 의해 6등급부터 9등급이 나뉘는 시험....이제는 다시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처음 도입되던 해(1994년)에는 기존의 암기 위주의 학력고사를 대신해서 이해능력, 추론능력, 분석능력, 논리력 등의 사고력 측정을 위한 시험이었으나 어느덧 시험이 20년이라는 세월을 거치며 패턴화되기 시작하였다. 이로 인해 학교 및 학원에서 이를 분석하여 정형화된 틀을 제시하기 시작하였으며 심지어 말이 5지선다이지 정답상 어떤 답은 절대 나올 수 없다며 3-4지 선다형이나 다름 없는 문제들도 있기에 학생들에게 문제 푸는 방법만을 알려주기도 한다. 나 역시 고3 담임 초기에는 이와 같은 문제풀이 방법 혹은 스킬에 치중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애들로부터 학원 선생님 같다는 칭찬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반응을 얻은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정시 확대를 주장하는 것일까?

평가의 타당성은 생각 않고 그 평가도구의 신뢰도 또는 객관성에만 치중하기 때문이다.

즉, 객관식의 시험이기에 공정하며 애들이 공부하는 내용을 평가하는 도구로서 학생의 실력과 성실성 모두를 검증할 수 있는 유일한 도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학종이 사교육 유발의 주범이니 개천에서 용날 수 있도록 정시를 해야 한다? 그것은 학력고사 시대 얘기이고(그때는 교과서 등에서 암기식으로 출제됐었다.) 지금은 그 어떤 대입제도라 할 지라도 신분상승의 욕구가 살아있는 한 사교육은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렇기에 학원에서 정시 확대를 부르짖고 있는 것이다. 왜? 순수 시험제도는 절대 학교가 학원을 따라올 수 없기 때문이다. 학원의 체계화된 교육으로 인해 학생들에게 숟가락으로 밥을 떠먹여주는 교육이 학원에서는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소위 인강이라는 인터넷 강의 수업, 재수생들을 대상으로 한 기숙학원 등의 존재 이유가 모두 일제식 대입 제도라고 생각한다. 학종의 자소서를 위해 인강이나 기숙학원을 들어가지는 않을테니 말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사교육의 흐름을 따라 잡기 위해 학교에서는 보충수업이라는 이름으로 방과후에도 그리고 방학에도 학생들을 가둬놓고 학원 흉내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학교 선생님들은 왜 학원 선생님처럼 가르쳐주지 못하냐고 비판하고 선생님들은 우리가 학원 선생님이냐고 반발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면서 어쩔 수 없이 교과서를 무시하고 던져버리라고 학생들에게 주문한다. 나한테도 3학년으로 올라가는 학생들이 자주 묻는다.


''3학년 때 교과서 쓸거예요? ''

난감하다.

던지라고 하기도 그렇고 쓴다고 거짓말하기도 그렇고. 시험이 정해진 문제지(보통 EBS 문제지)에서 나오는데 교과서는 왜 필요한가?

순수한 교육적 목적 때문에? 대입이 코앞인데? 난감하다.


더군다나 EBS연계로 인해 창의인재육성과는 거리가 먼 암기위주의 지식인 양산하는 시스템이 되고 있다는 것은 더 큰 문제이다 . 세상 어디에 이런 식으로 정해진 범위 내에서 정해진 교재로 대학 시험 보는 곳이 있단 말인가? 더 웃긴 것은 영어 듣기 역시 연계된다는 것이다. 외국어 듣기를 암기하라고? 비정상회담의 타일러가 들으면 무척 웃을 일이다.

이러한 분석을 봤을 때, 기존의 암기식 교육을 배제하고 창의적인 능력을 함양하는데 적합하다는 우리나라의 수능 제도가 그 탄생 이후 20년이 지난 지금,  이제는 그 능력의 한계를 드러내보이고 있다고 본다.


다시 말해 OECD에서 주장하는 미래사회의 역량을 길러주는 데는 전혀 쓸모가 없게 된 것이다.  더군다나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이렇게 일제식으로 그것도 객관식으로 학생들의 능력을 한 줄세우기로 평가하는 제도는 없다.(일본은 제외, 하지만 일본도 주관식 및 논술이 있다. 이런 걸 보면 우리나라도 참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현 입시제도의 문제점들을 현직 고3 담임교사의 입장에서 대충 정리 해 보았다. 물론 비전문가의 눈이기에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들은 말도 안되는 논리라며 폄하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오늘도 EBS 교재를 꺼내도록 하며 주제는 이렇고 작가의 생각은 어디에 잘 나와 있다라며 분석해주고 있는 내 자신을 보며 이제는 이런 식의 수업이 전혀 교육같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는 입장에서 봤을 때 하루 빨리 입시가 학생들의 삶을 좀 더 편안하게 해주는 날이 다가왔으면 하는 마음에서 썼다는 점을 이해해주길 바란다.


Bloom의 교육의 과정을 보면 목적은 내용을 지배해고 내용은 방법을 지배하며 방법은 다시 평가에 영향을 준다. 그리고 그 평가는 다시 교육의 목적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의 입시제도의 근본적인 변화야말로 교육의 근본적인 목적과 내용, 그리고 방법까지 바꿀 수 있다는 측면에서 교육자들은 심사숙고하여 입시에 대해 머리를 맞대어 논의해야 할 것이다.




다음 글에서는 이에 대한 비판과 아울러 대안은 없는지 같이 고민해보는 내용을 담을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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