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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영호 Dec 02. 2016

최순실 사태와 우리나라 교육의 미래

이젠 무엇을 믿어야 하고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온 나라가 최순실 관련 사태로 난리다.

이화여대 사태로 촉발된 이 사건은 사회 각계층의 시국선언으로 이어지고 있고 결국 대통령에 대한 하야 및 퇴진, 탄핵요구로 귀결되는 듯 하다.

종교, 교수, 대학생, 정치인, 연예인 등의 시국선언과 더불어 이제는 10대 학생들마저 길거리로 나가 대통령의 특단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된 여러 사건들은 주요 뉴스 및 미디어매체에서 다루기 때문에 굳이 여기서 자세히 언급을 하지는 않겠다. 다만 여기서는 그런 그들을 보며 교육계에 몸담아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입장에서의 시각을 언급하고자 한다.



1. 대통령의 가치와 의미

어릴 때 우리는

'네 꿈이 뭐니?''

'전 커서 대통령이 될 거예요~''

라는 대답에 익숙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런한 답변은 다음과 같이 바뀌어 있었다.

"전 커서 돈 많이 많이 벌고 싶어요~""


하하. 그게 꿈이라니... 누군 돈 많이 안 벌고 싶은가? 당연한 얘기를 꿈으로 치부하다니. 이 대답을 처음 들은 것은 2009년 고등학교 1학년 담임을 맡을 때였다. 2009년 3월이었다. 무슨 말인지 알겠는가?


그때는이명박 대통령이 당선인에서 대통령으로서 일을 막 하기 시작할 때쯤이었다.


'CEO'로서의 대통령, '경제' 대통령, '4대강' 등'

온갖 자본주의와 연관된 화술로 대중들에게 어필했었다. 그리고 당선이 되었다.

그 선거과정에서 다른 후보들이 내걸었던 '사람의 가치', '민주화', '평등', '자유', '노동권보장'같은 추상적 가치들의 언어는 모두 어렵고 이뤄지기 힘든 영역으로 내몰리고 결국 쉽게 '돈' 잘 벌게 해주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구체적이고도 쉬운, 그리고 저렴한 언어에 우리 모두는 현혹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 당시 '유시민'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무릇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면 초등학생들에게 삶의 모범이 되어야 하며, 인생을 살아가는 가치를 국민들에게 줄 수 있어야한다. 하지만 지금의 대통령의 가치로는 그러한 역할을 할 수 없다.''


쉽게 말해서 대통령은 국민의 한 사람이기도 하지만 또한 그런 국민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꿈을 꾸게하고 삶의 나침반을 제시해줄 수 있어야 하는 존재여야 한다. 하지만 그 이후로 지금의 박근혜 정권에서도 물질만능주의가 더욱 팽배해졌고 어느 덧 우리 10대들의 정신세계에 확고히 자리잡고 말았다. 그리고 그들의 꿈은 겨우(?) 공무원, 또는 돈 많이 버는 사람, 돈 많이 버는 연예인, 돈 많이 버는 식당 주인, 돈 많이 버는 회사원이 되었다.


이것이 지금의 최순실 사태와 무슨 상관이 있을까?

10대 학생들이 박근혜 대통령이 벌인 수많은 범죄(?) 중 가장 분개하는 것은 아마도 서민 코스프레를 하며 최순실을 통해 물질만능주의를 몸소 실천했던 부분일 것이다. 작게는 정유라의 불법 입학 내지 불성실한 학교 생활을 통한 상대적 박탈감과 공정함의 죽음, 크게는 세월호 때 보여준 무능함과 무책임의 극치이다.

그리고 그 속에는 우리가 믿었던(?) 대통령에 대한 가치관의 붕괴가 깊게 자리잡고 있다.


설마 그렇게 대통령이 되고 싶어했던 사람이 이런 일들을 했을까?

그렇게 서민을 위한 정책을 강조했던 사람이 이런 일들을 벌인걸까?

측근비리 및 권력비리를 근절시키겠다고 제일 앞장 섰던 사람이...


대한민국과 결혼했다는 사람이....


2. 10대 운동의 의미

 지난 역사를 돌이켜보면 4.19혁명, 6.10운동, 5.18 광주화운동 등....기성세대 및 절대권력에 맞서 싸웠던 운동의 공통점은


바로 young power!!


젊은이들의 힘이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바로 10대의 힘이었다.


"젊은 우리 힘들이 모이면 세상을 바꿀 수 있고 우리가 서로 손을 잡은 것으로 큰 힘인데..."

- [발해를 꿈꾸며] by 서태지와 아이들


어른들은 못한다. 그런 힘을 뭉칠 수가 없다.

하지만 10대는 가능하다. 10대는 이성도 이성이지만 감성이 더 살아 있어서 사회문제에, 그리고 세상문제에 보다 분노를 할 줄 알고 대처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10대의 힘들을

기성세대, 즉 흔히 말하는 보수세대는 두려워한다.

지난 50년간 그런 파워를 자그마치 세 번이나 보아왔다. 아니, 87년 민주화운동 역시 10대 20대의 파워에서 비롯되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래서 보수세대는, 그리고 부모님 세대는 항상 말한다.


'공부나 하라!"

(근데 이 말 어디서 또 들어보지 않았나? 요즘 '자라'의류브랜드 사장도 우리들의 촛불집회를 이 말을 하며 폄하했었는데...역시 어른들은 그런가 보다..)


그렇다!!

10대 어린 학생들의 힘을 두려워한 나머지 우리에게 툭하면 공부만 하라고 한다. 다른 것에는 신경 쓰지 못하게. 아니 정치나 사회에 신경쓰지 못하게. 우리보고 무비판적으로 살라고 하신다. 주도적으로 창의적으로 살라고 하시면서 기존 체제에 순응만 하라고 하신다. 아주 모순되는 말이다.


어쩌면 20대에게도 스펙만 강조하며 취업을 어렵게 만들어 정치문제 등에 신경 못 쓰게 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과도한 생각마저 하게 만든다.


결국, 우리가 힘을 모은다면 우리가 주제적으로, 자기주도적으로 삶을 이끌 수만 있다면 이 모든 세상의 부조리함을 바꿀 수 있다. 우리의 두 손으로 말이다.


3. 교사가 가르쳐야 할 것은?

그렇다면 우리 교사의 역할은 무엇일까?

여기서 이념적인 부분을 다루고자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니 시비는 사양한다.

그 동안 우리 교사들도 교육부가 지시하는 정책을 순순히 따를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이다.

입시제도를 바꾸면 그에 맞춰 그 동안의 수업 방식과 평가 방식을 바꿔야만 했었고, 학교 폭력이 생기면 그에 맞는 메뉴얼이(말도 안되는 메뉴얼이지만) 몇 개월 안에 만들어지곤 했었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교과서만 잘 공부하면 선생님말씀만 잘 들으면 대학에 가서 니네 좋은 것 다 할 수 있다고 꼬셔왔다.

학교에서 배운 것만 잘 익히면 사회에 나가서 살아가는데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다독여 왔다.


그러나 이번 국정농단 사건 이후 우리는 촛불의 힘을 보았다.

10대 학생들의 주체적인 생각과 행동을 보았다.

그들이 여전히 깨어있음을 보았다.

선생님들이 미안하고 죄송스러울 정도로 우리 학생들은 어른들보다, 선생님들보다 더 참신했고 적극적이었고 의식적이었다.


그러므로 우린 그런 그들의 사고와 행동을 더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만들어주지는 못 할 망정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학교 교육 역시 학생들을 무조건 가르쳐야 하고 따라오도록 명령하는 수동적 존재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그들도 민주시민으로서 어엿한 역할을 할 수 있는 능동적 사고와 행동의 주체로 바라보아야 한다.

비록 아직은 미숙한 면들이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의 생각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어차피 민주사회는 맞고 틀림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 다름의 문제 속에서 공존의 해법을 찾아가는 과정이니 말이다.(물론 이번 문제는 공존의 방법이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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