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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영호 Aug 28. 2017

수능체제개편과 관련해서

무엇이 논란이고 우리는 무엇을 생각해야 하나?

문재인 정부는 2021학년도 입시를 위해 수능 개편안을 내놓았다.

두 가지 안인데

1안은 국어, 수학을 제외한 나머지 과목(영어, 한국사, 탐구, 제2외국어)에 대한 절대평가!

2안은 모두 절대평가!


그리고 지금 전국을 돌며 두 가지 안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공청회를 열고 있다.

하지만 수능개편안을 내놓은 후 전국은 절대평가 논의를 다 뒤엎고


학종 VS 수능


이 두 가지를 놓고 싸우는 분위기이다.

애초에 교육부가 내놓은 절대평가 패러다임은 다 던지고 금수저 전형이 옳은가 아니면 모두가 공정한 수능이 옳은가를 놓고 싸우는 형국이다.

즉, 논점이 벗어난 소모전이 벌어지고 있다.

답은 정해 놓고 공청회 시늉을 하고 있는 교육부는 지금 "얘네들 왜 이거 가지고 싸우지?"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 여기서는 이러한 학종과 수능에 얽힌 싸움의 배경을 분석하고 우리가 가져야 할 자세는 무엇인지 알아보고자 한다.



1안과 2안의 차이 그리고 그 목적은 무엇인가?


1안(일부 과목 절대평가)은 2안(모두 절대평가)이 너무 급진적이어서 내놓은 일종의 과도기 혹은 중간 쩌리 정책이다. 그 말은 결국 2안으로 언젠가는 간다는 얘기이다. 그렇다면 왜 지금의 상대평가를 내던지고 절대평가로 가고자 하는지를 알아봐야 한다.



1) 사교육 감소 혹은 미래인재 양성?

요즘 화두 중 하나는 4차 산업혁명발 사회 전반적인 위기 의식이다. 즉, 앞으로의 시대는 더 이상 수능식, 혹은 정답고르기식 문제에 익숙한 인재를 기르지 말고, 창의성과 융합성, 적극성을 앞세운 인재들을 양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절대평가는 정답이 없는 시험인가?

9등급제도로 만들면(2008학년도 입시 처럼) 공부에 스트레스 안 받고 막~~ 창의적인 학습을 할 수 있을까?(그 당시 우리반 학생은 서울대를 목표로 하였으나 국어 2등급 나오는 바람에 나머지 전부 1등급 받아도 가지 못한 적이 있었다.)


즉, 절대평가도 미래인재 양성의 목적에는 맞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근데 왜 굳이 절대평가로 가는가? 절대평가의 취지를 살리려면 오히려 9등급이 아닌 5등급 혹은 pass / fail 이라는 극단적인 수준까지 가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 그래야 학생들이 스트레스 받지 않고  공부하지 않겠는가? 아니면 아예 수능을 없애든가....


그리고 사교육 감소를 위해서도 절대평가를 가야 한다고 하는데, 이제까지 보면 알 수 있듯이 그 어떤 입시제도를 내놓아도 사교육업체는 한 발자국 앞서서 시장을 조성하기 때문에 절대 없어지지 않는다. 그러니 사교육 감소 운운 하지 말자.


2) 정시 비율 확대 주장의 논점

* 학종은 금수저 전형이므로 공평한 수능으로 하자


아마 작년 정유라 사건으로 인해 국민들은 면접 혹은 서류를 바탕으로 한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에 대해 큰 반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즉, 깜깜이 전형이며 금수저들만 갈 수 있다는 생각이 머리에 박힌 것이다. 하지만 2017년 경희대학교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경제적 소득이 높을 수록 수능으로 인한 합격비율이 높았고, 경제적으로 어려울 수록 학생부종합전형으로 합격한 경우가 많았다." 라고 한다.

출처: http://naver.me/FqL60MtH

본인이 근무하는 학교는 농어촌 학교이다. 수시에 제대로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3년전부터 서울 상위권 대학에 합격한 학생들은 대부분 학종으로 합격하였으며 그들 중 90% 이상은 힘들게 자식을 키우시는 분들이다. 사교육 하나 못 받고 오로지 학교에서만 공부한 학생들이다.


그렇다면 금수저 전형이라는 말은 왜 나온걸까? 금수저 전형이라는 프레임을 쓰는 사람들은 솔직히 지금 입시에 대해서 하나도 모르는 외부(비교육자) 사람들일 확률이 가장 높다. 왜냐?


지금의 학종과 2014학년도까지 했었던 입학사정관제를 혼동하고 그러한 주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솔직히 입학사정관제까지는 금수저 전형일 수도 있었다. 왜냐하면 외부 스펙이 인정됐으니까. 그러나 이제는 오로지 학교교육활동만 인정된다. 요양원 봉사? 대학교 교수 밑에서의 연구? 영어 점수? 올림피아드? 이런 것들 학종에서는 하나도 반영이 안 된다. 자기소개서에 은근히 쓰면 된다고? 그거 쓰면 사정관들이 '오~ 쓰고이!' 하면서 좋아한다고? 바보들도 아니고 그런 것 아무 의미 없다. 사정관들이나 교수들도 눈이 있다.

그러면 고교등급제 하며 좋은 학교 출신들만 뽑히는 거 아닌가?

전국 3000개 학교의 서열을 나누는 작업도 힘들지만 교수님들한테 사정관들이 어느 고등학교가 좋고 어느 고등학교가 나쁘고 하며 일일히 설명하는 것은 더더욱 힘들다.


어쨌든, 학종이 금수저 전형이라고 공격하며 폐지를 운운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오히려 평가에서의 공정성 및 투명성을 공개하도록 압박하는 쪽으로 주장을 해야 먹힐 것이다.


* 학종은 사교육 유발만 한다


위에서 얘기 했지만 어느 제도를 해도 사교육은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사교육은 수능 상대평가, 정시 확대를 부르짖고 있다. 그렇게 과거로 회귀해야 다시 전성기를 맞이할 수 있을테니깐. 문제풀이식 강의 수업은 사교육이 확실히 공교육에 우위가 있기 때문에 정시 확대로 돌아가기만 바랄 것이다. 물론 일부 학종을 준비하며 고액의 자기소개서 컨설팅이라든가, 입시 컨설팅을 받는 일부 학생들이 있다라는 보도가 있긴 하다. 솔직히 그 학부모들의 지푸라기라고 잡는 심정으로 인한 그런 행동에 대해서 이해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학종은 결국 학생들의 자기주도성을 보고자 하는 것이다. 컨설팅을 받았다 해도 결국 심층면접에서는 모두가 확인된다. 면접 준비도 사교육 받으면 되지 않냐고? 거짓 자소서를 달달 외우면 되지 않냐고?

100% 거짓의 내용을 외운 것을 심층면접으로 걸러내지 못하는 학교에 합격하면 그 학교 버리는 것이 차라리 낫다.

그렇게 수준 낮은 학교 왜 다니는 건가?

수준 낮은 학생들도 다니는 학교를...


입학사정관제 포함 학종 체제에서 7년을 고3 담임으로 보내고 있지만 컨설팅 받는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도 없었다.

왜냐하면 적어도 지금의 제주도는 교사들이 사교육 업체보다 정보량이나 수준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물론 수준 낮은 업체들만 있을 수도 있다.)



3) 학종 하다 보면 애들이 불쌍하다

각종 수행평가, 대회, 보고서 쓰기, 바른 인성 함양하기, 내신, 모의고사 등등 신경 쓸게 많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아이들이 불쌍하다고 한다.

그러면 수능 하나만 준비하면 1, 2학년 때 펑펑 놀다가 3학년 때 공부하면 되기 때문에 애들에게 오히려 자유를 줄 수 있다?


수능 100% 시대때는 사교육 없었나요? 야자 없었나요? 집에 일찍 가서 놀았나요? 숙제, 대회 등 없었나요?


애들은 어느 제도를 하든 다 불쌍할 수 밖에 없는 우리나라 입시 구조를 잊지 말아야 한다. 대학 서열화가 무너지기 전까지는.....



sky, 서성한 중경외시 ...


이런 피라미드 구조는 많이 퇴색되었다 해도 아직까지 학생들과 학부모님들 마음 속에는 남아 있기에 절대 애들은 편안해지지 않는다.

영어 절대평가하니 영어 사교육이 줄어들었는가?

반대로 정시만 있었을 때는 학원 안 가고 집에서 공부했는가?


우리 솔직해 지자. 애들을 위한다는 말로 정시 확대를 부르짖지 말자.


그냥 복잡한 것보다는 단순하니깐 좋은 거다라고 주장하는 것이 오히려 타당성이 있다.


그렇다면 이 모든 논쟁의 끝은?


결국 모두가 만족하는 시험제도인데, 그 만족이라는 것은 결국 공평하면서 힘 별로 안 들이면서 그리고 대학 잘 갈 수 있는 시험제도라는 것이다.



그런 것 없다.


이제 우리 다시 생각해보자.


1) 왜 상대 / 절대평가인가가 아니라 학종 / 정시로 분열되어야 하는가?

오히려 수능이 가지는 문제점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간다면? - 주관식, 서술형, 논술 등의 대안 모색처럼 말이다.

아니면 4차 산업혁명의 인재 양성이라는 취지로 차라리 3등급제 정도의 파격적인 안을 내놓아서 나머지는 고교학점제와 연계해서 스스로 공부하는 것은 어떨까? 평가를 안 하면 애들이 공부 안 한다고? 왜 꼭 모두가 공부, 공부만 해야 하는가? 애들이 놀면 안 되나?


2) 왜 모두 최상위 대학을 가려 하는가?

결국 주장하는 것은 변별력 문제이다. 위 피라미드 구조가 남아있는 한 변별력 문제도 역시 도사리고 있다. 하지만 왜 학과 구분 없이 최상위 대학입학을 지상과제로 삼고 하루에 5시간씩 자며 살아야 하는가?

http://v.media.daum.net/v/20170722090033616?f=m&rcmd=rn

학벌주의 사회가 와해되었다고 한다. 즉, 스카이 나와도 안된단다.


https://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lee7636780&logNo=220695951271&proxyReferer=https://m.search.daum.net/search


그러면 뭘 어쩌라는 건가?



결국 제가 처음 글을 쓸 때부터 주장했던 <자기주도적 삶>의 지향이 답이다.


스스로 생각하고 성찰하고 행동으로 옮기고 그것을 다시 분석하고 일어서서 나아가는 삶. 때로는 실패하더라도 스스로의 인생을 가치 있게 여기며 조금씩 걸어가는 삶. 자신의 일을 사랑할 수 있는 삶.


그러면 학벌주의는 필요 없다.

빅뱅은 서울대 나왔나?

송강호는 연세대 나왔나?

서태지는 대학 나왔나?





이제 대학에 대한 허상을 버릴 때이다. 진로에 대한 교육이 먼저다. 그래서 자유학기제가 생기고, 진로진학교사가 생기고, 키자니아, 잡월드가 생기고 한 것 아닌가? ㅎㅎ


물론, 본인이 있는 학교 학생들의 최대 문제도 진로교육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공부만 강조했지, 진로에 대해서 정확한 정보를 얻는다던가, 진지한 고민을 해보지 못한 학생들이 부지기수이다. 상담할 때마다 안타깝다. 이 부분은 조만간 <학종에 임하는 고3 선생님들의 삶>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저 멀리 비치는 등대를 목표(꿈, 적성, 진로 등)로 찾아가고 싶다면  중간의 장애물들이 아무리 있어도 길을 잃지 않고 언제가는 그 등대에 다다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바로 앞의 것(시험, 과제, 대학교, 취직 등)만 신경쓰고 간다면 인공위성이 괘도에서 이탈하 듯 정신차려 주위를 둘러보면 목표로 한 등대보다 먼 곳에서 헤매고 있는 자기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Knowing is the first step to figuring out you how!

Effort and courage are not enough without purpose and direction.

- 수능완성 지문에서 -


결국, 강력한 동기와 목적이 동반되지 않는 삶은 좋은 대학, 학과, 공부에 대한 매진...하나도 필요없다.


어떤 제도도 상관없다.

그냥 선생님도, 학생도 여유를 가지고 주변을 둘러보고 자신을 둘러볼 수 있는 제도였음 좋겠다. (근데 우리나라는 서로를 믿지 못한다는 것이 함정이다. 그냥 노는 모습을 못 봐주니깐..)


우리도 저녁에 좀 쉬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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