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영어공부를 해야하는 걸까?
선생님은 EBS 교재를 펼치시고 칠판에 빼곡히 영어 단어 뜻과 문장구조를 번역하기에 여념이 없으시다.
그리고 학생들은 선생님의 말씀을 자신의 EBS 문제지에 받아 적는다.
“동명사의 명사적 용법은 말이야......”
“ 현재완료에는 4가지 용법이 있어....”
내가 고등학교 때 받았던 수업과 지금의 수업모습이 별반 다르지 않다.
문법 중심의 교수법이다. 강의식 수업이다. 교사위주의 수업이다.
그렇다.
우리나라의 영어교육은 과거와 현재 그리 달라지지 않았다.
물론, 안다. 모든 영어선생님이 이렇지 않다는 것을.
나 역시 초임부터 5-6년간은 다양한 수업방식을 시도해보았다.(중학교라서 가능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고등학교 3학년을 맡은 후 지금까지의 교수법은 모두 던져버리게 된다.
마치 초등학교 때는 가정에서나 학교에서나 전인교육을 강조하며 인성을 강조하다가 중학교 때부터는 국영수를 강조하는 것처럼 그 전의 교육은 다 필요 없다. 결국 시험이라는 평가가 목적, 내용, 방법을 정하게 되어 있다. 그런 측면에서 이명박정권에서 추진했었던 NEAT(국가영어능력시험)는 영어교육측면에서 환영할만 했다. (물론 그 추진 과정에서는 문제점이 많았다.)
중학교를 마치고 고등학교로 와서 첫 해는 교과서를 가르치며 영어수업에 대한 많은 공부를 했다. 그리고 3학년으로 올라갔다. 더 많이 공부했다. 수능에 대한 공부를 말이다. 어떻게 하면 점수를 잘 받을 수 있을까. 모의고사 때는 애들하고 똑같이 같은 장소에서 같은 시간으로 풀었다.
그리고 만들었다.
이후, 외고로 옮겨 여기서도 3학년만을 가르쳤다. 그래서 EBS 교재가 지겹다. 하지만 반대급부로 스타강사급은 아니지만 수험용 강의는 감히 자신있다고 말할 수 있다.
여기서는 어쩔 수 없이 고등학교 3학년, 아니 수험용 영어를 하기 위한 영어공부방법만을 논의할 계획이다.
어차피 시험이 모두 지배하는 교육 세상이니깐....(이런 제길..!)
일단, 단어다. 하지만 절대 단어장을 사서 공부하지 마라. 한 단어를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적어도 20번에서 30번 정도 그 단어에 노출되어야 한다. 한 자리에서 무조건 20-30번을 쓰는 것이 아니라 하루에 한번씩 20회(20일)을 보는 것을 권장한다. 아니면 포스트잇에 써서 여기저기 붙여서 저절로 그 단어에 노출되게 하는 것이 좋다. 결국 단어는 복습이 생명이라는 것이다. 100만큼 단어를 공부했다고 절대 시험에 100만큼 나오지 않는다. 10 정도 나오면 다행이다. 그리고 그 단어가 나왔다고 해서 독해되지도 않는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나만의 단어장을 만들자. 단어, 뜻, 품사, 그리고 예문(독해 지문에 나온 new word가 들어간 문장을 그대로 옮겨 적자.)
그래야 단어가 문장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그리고 특히 동사의 경우 어떤 구조가 따라오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무조건 발음을 하며 읽자. 소리내어 말하며 종이에 쓰는 순간 말하기, 듣기(자기가 발음한 것을 들었으므로), 쓰기, 읽기가 동시에 된다.
4 skills를 통합시키는 방식이 바로 최고의 효율적인 언어 학습 방식임을 잊지마라.(이 방법은 한국에 오는 몰몬교 선교사들도 한글을 단기간에 배우기 위해 쓰는 방식이기도 하다.)
독해도 듣기 파일이 있으면 말하며 들으며 독해하는 것이 제일 좋다. 어쨌거나 들으면서 말해보고 쓰고 읽어보는 방식을 해본다.
한 가지 팁 하나 더!
단어 공부가 지겨우면 그 단어가 주는 이미지를 그림으로 단어장에 그려넣어도 좋다.
영어는 이미지화이다!
초보자들의 함정 중 하나가 1:1 번역을 하려는 것이다. 모든 단어를 다 해석하려는 노력은 필요없기 때문이다.
결국 독해도 이미지화시키는 것이다.(밑에서 다시 설명하겠다.)
그 다음은 구문독해이다. (시중에 아주 많다. 천일문 같은 교재도 괜찮다.)
문장 하나 하나에 대한 해석 연습을 하시라.
우리말과 어순이 다르기 때문에 영어 어순에 익숙해지는 뇌구조 훈련이 필요하다.
이때 중요한 것은 절대 해석을 앞에서부터 하되, 뒤로 갔다가 앞으로 오는 식의 해석은 금물이다.
예를 들어,
I love the way in which you treat other friends. 라는 문장에서
[나는 사랑한다 그 방식을 네가 다른 친구들을 다루는] (0)
[나는 네가 다른 친구들을 다루는 그 방식을 사랑한다] (x)
순차적으로 하는 것을 우리는 <직독직해>라고 한다. 두 번째 방식이 자연스럽기는 하겠지만 듣기로 위 문장이 나왔을 때도 뒷 부분부터 해석하며 들을 것인가? 처음에는 힘들겠지만(뇌를 훈련하는 과정이니 당연히 힘들다. ) 익숙해져 나가면 빠른 속도로 문장을 읽을 수 있게 된다.
구문독해가 끝나면 EBS교재를 잠시 접어두고 자신의 단어 및 구문수준과 맞는 교재(중학교 교재라도 상관없다)부터 구입해서 독해하는 연습을 하자. 그리고 꾸준히, 빠르게 다음 상위수준의 교재를 밟아가자. 절대 성급하게, 남들과 같은 수준의 교재로 공부한다는 생각은 버려라. 자신의 수준(i) +1 의 수준의 교재(즉, 자신의 수준보다 약~~ 간 어려운 교재)를 가지고 공부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이쯤부터는 독해에 대한 <공부>가 필요한 시점이다.
즉, 주제 찾기, 제목 찾기, 요지 찾기, 요약하기, 어법 파악하기 등을 하기 위한 공부가 요구된다.
위에서 말한 [햄버거 이론]은 간단하다.
햄버거는 보통 패티와 패티 사이의 고기 및 야채로 구성되어 있다.
영어 글도 마찬가지 이다. 보통은 양괄식으로 되어 있다.
main topic(위의 빵) - supporting details(고기, 야채) - main topic(위의 빵)
다시 말해 영어로 된 글의 구조적 특징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서론-본론-결론 구조를 갖추기 마련임을 알아야 한다. (모든 지문이 그런 것은 아니다)
보통 100-130 단어로 구성되어 있는데, 주로 두괄식, 미괄식, 또는 양괄식을 쓴다. 가끔 주제가 가운데 나와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는 ‘however, but’ 등이 따라오기 마련이다.(주로 위의 빵과 아래 빵에 주제가 많이 나온다. 어디까지가 빵이고 어디까지가 고기, 야채인 지를 알아야 한다.)
그리고 영어는 상당히 논리적인 글이어서 한 문장과 그 다음 문장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독해 연습할 때 항상 문장을 해석한 후 왜 이 문장이 여기에 있지? 를 생각해봐야 한다.
그 다음으로 글의 구조를 알아야 한다.
원인 - 결과
주제 - 예시
일화 - 주제
문제점 - 해결책
비교 대조
열거식(두괄식 및 미괄식 구성)
위의 방식을 이해하고 항상 첫 문장을 읽은 후 [예측]을 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그 다음 문장 및 전체 주제는 뭘까?
작가는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가장 많이 반복되는 말(most referred words)는 뭘까?
이 말들을 계속 마음 속에 새기며 독해를 하길 바란다.
그리고 위의 구조를 바탕으로 머릿 속으로 이미지화하여 그림으로 그려보자. 요즘은 visual thinking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수업들이 이루어지는데 바로 이러한 언어의 이미지화 작업이 학습능력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학교현장에서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곤 한다. 이미지화 작업... 정말 많은 도움이 된다.
훈련 방식은
한 문제 독해를 시간 재면서 풀되, 그 다음은 단어를 찾은 후 다시 풀고, 이번에는 어법 및 구문 해설을 보며 풀고, 마지막으로 해설을 보며 한 문장, 한 문장 비교하며 자신이 해석한 것과 해설의 해석을 차근차근 비교 분석하길 바란다. 무조건 많이 푼다고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나라도 천천히 풀고 내 머리로 이해해야 한다.
3등급 수준의 학생들은
위에서 언급한 [i+1] 수준의 교재를 빠른 속도로 읽어나간다. 제일 좋은 교재는 3학년인 경우는 2학년 교과서, 2학년인 경우는 1학년 교과서를 가지고 읽어 나간다. 왜냐하면 이미 한 번 본 교재이므로 대충 제목만 보고 예상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리고 익숙한 내용이기 때문에 금방 읽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반복이다. 한 교과서가 총 8개의 단원으로 구성되어 있다면 한 단원당 10번 씩 읽어라.(원래는 20번인데, 지겨울 수 있으므로 10번도 훌륭하다.) 그러면 총 80번을 읽게 된다. 읽을 때 유념할 것은 교과서에 적혀있는 여러분의 손 글씨는 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판서내용) 오로지 영어 문장들만 보며 다시 읽어나가야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처음에는 지겨울 수 있지만 시간을 재서 읽다보면 점점 빨라지고 단어가 아닌 구, 그리고 문장 단위로 해석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그런 모습에 흐뭇해질 수 있을 것이다.(특히 익숙한 내용의 교재를 가지고 읽어 나가는 연습은 직독직해에 아주 좋다.)
여기서부터는 실전 연습이다.
특히 자주 틀리는 유형 정리를 해라. 어법, 빈칸, 장문 독해, 문장 삽입, 듣기 등 자주 틀리는 문형을 분석하고 ‘어떤 사고 흐름 때문에 그런 오답을 골랐는지를 분석해야 한다.’
기출문제 풀이(유형별 정리된 것)가 효과적이다. 특히 보기 분석을 해라. 시중 문제지 및 EBS 문제지의 보기는 그리 매려적이지 못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기출은 그렇지 않다. 어떤 답이 함정이며 어떻게 고치면 오답이 정답이 되는 지를 분석해라. 보기 분석만 잘해서 9월 모의고사 3등급이 수능 때100점 맞았던 제자도 있었다.
빈칸 문제는 결국 주제 아니면 주제에 대한 근거(supporting details) 찾기 문제이다. 결국 주제를 찾으면 된다. 주제는 위에서도 썼듯이 맨 위 아니면 가운데, 그리고 맨 밑에 있다. 그리고 그 중에서 하나를 빈칸으로 만들거나 아니면 주제를 뒷받침하는 표현에 빈칸을 친다. 그렇기 때문에 문장과 문장의 논리성 파악 훈련이 중요하다.(위의 3등급-5등급 훈련 방안에 언급됨.) 문장 간 연결고리를 찾는 연습은 항상 자기 자신한테 ‘왜 이 문장과 이 문장이 연결되지? 그 연결고리가 뭐지?’라고 끊임없이 물어보는 방법 밖에 없다.
어법 문제는 기출문제를 정리하면 항상 나오는 것만 나온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결국 한국인들이 가장 헷갈려하는 구조, 즉 ‘태’, ‘수의 일치’, ‘관계사, 접속사, 병렬구조’ 등이다. 다시 말해, 한국어에 없는 구조들이 나온다. 그리고 조심할 것은 어법만 알아서 풀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독해가 우선되어야 풀 수 있기에 문맥 추론이 먼저고 어법은 그 다음이다.(함정이 많이 나온다. 특히, 병렬구조 문제 및 수의 일치 문제)
마지막으로 다양한 소재에 대한 친숙도를 높이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심리연구인 경우는 독립집단과 실험집단의 차이점을 알아야 하며, 철학 내용, 인물들의 업적 등, 다양한 소재를 알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어 비문학 공부를 적극 추천한다. 결국 국어와 영어는 한 배이다.
하지만 외국에 나가서 영어로 대화하며 뭔가를 얻을 때의 희열은 잊을 수 없다.
2003년에 나간 첫 해외 배낭여행에서 같은 숙소의 스웨덴 학생이랑 부시 대통령의 정책에 대한 얘기, 2002 월드컵의 한국팀의 쾌거를 바라보는 영국남자의 시선, 8월 15일에 인도 여행자와 나눴던 제국주의 이야기들은 결코 교과서나 같은 한국인에게서는 얻을 수 없는 내용들이었다.
우린 언젠가부터 영어를 하나의 도구가 아닌 존재의 이유이자 목적으로 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영어라는 헤게모니를 앞세워 지배층을 더욱 공고히 하게 되었다.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영어 못하는 개그맨을 앞세워 원어민과의 우스꽝스러운 대화를 보여줌으로써 영어를 못하는 것에 대한 수치심을 주기도 한다.
차라리 영어도 하나의 제2외국어군에 포함시켜 애들한테 선택하라고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면 좀 덜 하게 될까?
어쨌든, 지금의 객관식 위주의 영어, EBS 교재에 의존하는 영어평가를 바꿔야할 때이다.
듣기를 강화하고 에세이를 쓸 수 있도록 하는 평가 방법은 어떨까?
채점은 그 다음이다. 만약 채점의 불공정에 의심을 둔다면 외국 유수의 기관도 전부 의심해야 한다는 말이 된다.(토플 에세이도...)
마지막으로 영어에 너무 목 매달지 말자. 어릴 때부터 영어교육 한답시고 이중언어교육이 뭔지도 모른 채 애들을 학대시키지 말자.
주변에는 영어에 대한 환상으로 영어유아원부터 유치원, 학원까지 다니는 애들이 많은데, 오히려 모국어능력을 떨어뜨리는 결과가 많고, 영어에 대한 흥미를 유아단계부터 단절시키는 현상을 많이 보아왔다.
영어공부방법에 대해서 썼지만 결국 영어는 언어이므로 공부가 아니라 습득(aquisition)이다. 능동적 학습도 중요하지만 노출(exposure)이 많아져서 저절로 체화시키는 방법이 제일 중요한 것이다. 외국가보면 대학 나온 애들만 영어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를 제대로 못 나와도 영어를 하는 사람들이 태반임을 알 수 있다. 결국 머리싸움이 아니라는 얘기이다. 그냥 아무나 하는 언어일 뿐이다.
이 부분은 시중에 영어학습법 책이 많으므로 그걸로 대체하겠다.
우리 모두 영어 스트레스에서 자유로워지자.
영어는 결국 우리가 나아갈 세상을 여는 여러가지 도구 중 하나일 뿐이니깐.
나중에 보다 구체적인 EBS 영어 학습법에 대해서 문제별 정리를 하도록 하겠다. 정말 초간단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