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소개서 작성법
일단 대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리고 취업 시 이력서와 함께 많이 사용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꼭 자기소개서라는 형식이 아니어도 우리는 사회생활을 하며 자기소개를 해야 하는 상황을 많이 마주하게 된다. 그 사람에 대해서 가장 빠르게, 그리고 핵심을 파악할 수 있는 장치가 바로 [자기소개]이다. 그렇기에 취업 및 사회생활에서 통용되던 것이 대입에서의 학생부 종합전형에서도 중요한 부분으로 차지하게 된 것이다. 입학사정관들이 그 수많은 자료와 데이터들을 빠른 시간 안에 빠짐없이 파악하기에는 부족하므로 그 데이터들의 연결고리와 빈 공간을 메울 수 있는 [자기소개서]를 중요시 여기는 것은 당연하다.
입학사정관에 입장에서 좀 더 들여다보자.
그들에게 학생부 안의 자료들은 일종의 raw data 들이다. 물론 요즘의 학생부 자료에는 그 학생의 활동에 대한 fact 이외에 교사가 관찰하고 느낀 평가도 들어간다. 하지만 영어 수업에서의 수행평가랑, 영어 말하기 대회 참가는 무슨 연결고리가 있으며, 교내 봉사활동을 한 이유는 무엇이며, 동아리를 만들고 어떤 과제를 수행한 이유와 그 이후의 얘기는 찾아내기 쉽지 않다. 그래서 자기소개서를 통해 그 활동들의 이유와 맥락을 파악하고 나아가 그 학생의 객관적 사실 너머의 생각과 가치관 등도 엿볼 수가 있는 것이다.
수능 공부, 내신 공부는 참 열심히 한다. 하지만 자기소개서가 이렇게도 중요한데 대부분의 학생들은 3학년 돼서 그것도 1학기 기말고사 끝나서 작성하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는 한 줄 쓰기도 어렵다며, 차라리 수능 공부가 쉽다며, 자소서 쓰느라 수능 공부 하나도 못 했다며 불만 아닌 불만들을 털어놓기 일수다.
물론 자기소개서 하나로 대학을 갈 수는 없다. 일부 사교육 업체에서 거액의 돈을 받고 자소서 작성을 대행해주기도 한다는데, 부모님들 그리고 학생들은 이 점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
학생부, 자소서, 학교 정보(학교 소개) 등을 놓고 입체적으로 본다. 만약 자소서 하나로 붙을 수 있는 대학이 있다면 그 대학은 자소서 안 써도 수능으로 조그만 성적 나와도 쉽게 입학할 수 있는 대학일 것이다.
우리 3학년 선생님들 입장에서도 ‘엥? 얘가 왜 이 대학에서 받아줬지?’ 하는 경우들 많이 봤다. 이럴 땐
첫째, 그 대학 입학 담당자들 수준이 우리 예상보다 낮거나
둘째, 우리 선생님들이 알아차리지 못한, 그 무언가의 기준으로 판단하는 경우들이다.
그러므로 무엇이든지 학생부라는 기초적인 사실 토대 위에 자소서가 있는 것이지, 자소서가 먼저는 아니라는 말이다. 합격 컷라인 바로 밑에 있는 경우 자소서가 구제해줄 수는 있지만 그 밑에 있는 경우 ‘퍼펙트’한 자소서가 그 학생들을 합격의 세계로 인도해주지는 못한다.
그래서 이번 얘기는 자기소개서의 중요성을 논하고 작성 팁은 무엇이며 앞으로 이 부분들은 어떻게 학생부 종합전형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의 시간을 마련해보고자 한다.
시중에 자기소개서 작성에 관한 책들과 인터넷 자료들은 무지 많다. 솔직히 팁이라는 것이 따로 있지는 않다. 정보의 홍수 속에 나 하나 더 정보를 얹어봤자 아무도 거들떠보지도 않을 것이며 그렇다고 정말 새로운 팁을 줄 수도 없다. 그러므로 여기서는 그간의 자기소개서 작성을 지도하며 느낀 실천적인 노하우들을 공유하고자 한다.
지난 2년간의 활동들을 정리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출결, 수상, 자격증, 진로희망, 자율활동, 진로활동, 봉사활동, 동아리 활동, 성적 추이, 잘하는 과목, 못했던 과목, 성적이 상승(하강)한 과목, 각종 수행평가 및 대회 참여 사실 등을 세부적으로 표로 나누어 기록하는 것이 먼저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매 활동마다 내가 ‘왜 이런 활동들을 했는지’ 메모를 해 두자. 그리고 그 활동 과정과 활동 후 느낀 점을 항상 메모해두자. 없으면 지금이라도 기억을 더듬어서
그래야만 이를 바탕으로 자기소개서를 쓰기 시작할 수 있다.
어디서 본 표현들(노랫말, 신문, 소설, 시 등)을 이용해서 4자 성어를 쓴다던가 속담 등을 인용하며 쓰는 애들이 있다. 물론 화룡정점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글자 수 제한으로 인해 솔직히 그런 어구들을 쓸 여백이 충분할지 모르겠다. 오히려 자신의 진솔한 느낌을 쓰는 것이 훨씬 더 낫다.
예전에 한 학생이 마지막 부분에
‘시위를 당긴 이상 화살은 쏘아야 합니다’
라는 문구를 꼭 넣어야겠다고 우긴 학생이 있었다. 처음엔 무슨 말인지 알지 못했으나 전체적인 맥락을 여러 번 본 후 이해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 표현은 사족에 가까웠다. 그래서 차라리 이 표현 대신 자신의 각오를 진솔하게 쓰는 것이 낫다. 예를 들면,
‘이러한 다양한 활동과 그에 따른 후속 활동을 통해 이제는 이 길이 제가 앞으로도 계속 흥미를 갖고 즐겁게 해 나갈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물론 좀 길지만)
라고 하면 어떨까?
한 문장마다 계속 ‘왜?’라고 물어보고 그에 대한 답이 있는지 체크해보자. 이것이 문장들 간의 응집성, 논리성을 부여해줄 것이다.
예를 들어
“저는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역사체험 동아리를 만들고 친구들과 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 왜 동아리를 만들었는지, 그 계기가 불분명하다. 무엇을 배웠는지 사정관들은 알고 싶어 한다.
“저는 방송 프로듀서가 되기 위해 윤리 시간에 배운 철학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철학책을 탐독하기 시작했습니다.”
-> 왜 철학이 방송 피디와 연관되는가? 그 부분 역시 연결고리가 약하여 잘 드러나지 않는다.
“ 저는 아직 우리나라가 배터리 연구분야가 많은 발전의 여지가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저는 배터리 관련 논문과 연구 분야들을 조사하기 시작했습니다.”
-> 왜 우리나라가 배터리 분야가 약하다고 생각하는가? 무슨 근거이며 또한 본인은 왜 배터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지 단순히 우리나라가 아직 발전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 학생의 연구 동기가 될 수는 없지 않은가?
이처럼 한 문장마다 ‘왜?’라는 질문을 해보면 어떤 부분이 약한지 제대로 알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서울대학교 입학처장을 지내셨던 ‘김경범’ 교수는 “자소서에서 보고 싶은 것은 딱 하나다! 어떠한 지적 호기심을 가지고 학업에 임하였는가이다.”라고 말씀하셨다. 즉, ‘왜?’라는 질문과 함께 모든 활동이 시작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며 나아가 그 질문의 수준이 그 학생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 것이다.
학생들이 많이 약한 부분이 ‘구체성’이다. 왜냐하면 진짜 활동을 한 후 느낀 점들이 아닌 것들을 억지로 쓸려고 하다 보니 즉, 자소서가 아닌 ‘자소설’을 하려고 하다 보니 구체성이 많이 결여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저는 요양원에서 봉사활동을 하다 보니 노인 공경의 마음을 더 확고히 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너무 뻔한 느낌을 쓴 것이라 오히려 추상적 표현에 가까우며 이 보다는
“저는 할머니 휠체어를 밀어드리려고 하였더니 오히려 할머니는 스스로 할 수 있다며 저를 오히려 내쫓았습니다. 많이 당황스러웠습니다. 내가 도와주는 걸 거부하다니...(중략).. 도와준다는 것은 가진 자가 못 가진 자에게 손을 내미는 폭력성이 내재되어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꼈습니다.”
어떤가?
같은 행동이라도 느낌이 보다 구체적이지 않은가? 느낀 점에 대해서 마찬가지로 ‘왜?’라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통해서 자신의 느낌을 단순히 ‘보람을 느꼈다’, ‘협동의 중요성을 느꼈다’, ‘좋았다’ 등의 표현보다는 더 많이 쓴다 하더라도 더 구체적으로 쓰는 것이 좋다.
교육을 전공한다고 치자. 그러면 ‘연극동아리’ 활동은 그 학생의 진로에 도움이 될까? 안될까? 전공에 대한 고민을 충분히 한 학생은 연극 동아리 경험도 충분히 자소서에 쓸 자료가 될 수 있음을 느낄 것이다.
교육은 결국 타인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그들의 변화를 이끄는 활동이다. 그렇다면 타인의 이해가 없이 무대 위에서 연극 대사를 칠 수 있을까?
여기서 마법의 키워드를 소개하고자 한다.
다른 건 몰라도 이것 하나만 기억하자!
이를테면, 선생님의 필수 자질 세 가지는 무엇일까 고민해보는 것이다. 정답은 없다. 그냥 생각해보는 거다.
이렇게 정했다고 치자.
그러면 자신의 활동들을 이 세 가지 키워드로 이어 보는 것이다.
‘저는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인문학적 소양을 갖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스마트폰, 인터넷 등의 발달로 감성 대신 즉흥적인 콘텐츠가 쏟아지는 세상 속에서 행복과 인생의 올바른 가치를 깨닫고 나아가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며 그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바로 교사의 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저는 <독서활동>을 꾸준히 하며 그 느낌을 꾸준히 기록하고 나아가 교실 게시판 및 학교 홈페이지 등에 게재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저의 경험을 타인과 공유하며 그들과 소통 방법을 깨우쳐 나가고자 하였습니다.’
어떤가? 교사 활동과 관련 없게 보였던 <독서활동>이 교사라는 진로와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는가?
위에서 언급한 <연극 활동> 역시 교사의 자질 중 ‘타인존중’ 키워드와 연계할 수 있다.
꼭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