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교육회의 공론화 논쟁
국가교육회의의 권고안 및 교육부의 2022학년도 대입정책 발표에 따라 2022학년도 대입에서는 정시 확대가 불가피해졌다. 지난 수개월간 논의가 결국 원점으로 돌아감에 따라 교육부 무용론 및 폐지론이 나오고 있으며 나아가 이러한 숙의민주주의의 근간까지 흔들리고 있다. 그래도 소득이 있다면, 국민들의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라는 것 하나일 것이다. 그 만큼 국민들은 현재의 대입제도에 대해서 많은 불만들을 가지고 있다는 방증인 것이다. 이러한 소모적인 논쟁 기간 동안 교육관련 기사들에 딸린 댓글들을 보며 솔직히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첫째, 잘못된 정보로 인한 의견들이 많았다라는 것이다.
자식을 키워본 사람의 입장, 주변 사람들의 의견을 담은 입장, 본인이 자랐던 환경 및 경험을 대변하는 입장 등 모두들 제각각의 관점을 가지고 현재의 교육을 비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입학사정관제랑 학생부종합을 혼동하고 있는 것과, 이미 과학교과에서 물, 화, 생, 지2 과목을 선택하는 학생은 거의 전무한 상황에서 이들 과목에 대한 수능과목 배제가 아닌 강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의견들, 수능으로 100% 정시를 하게 되면 모두가 공정하게 입시를 볼 수 있다는 생각들이 그러한 경우들이다.
둘째, 거의 이분법적인 사고로 지금의 문제를 단순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즉, 학종 아니면 정시 100%가 모든 문제의 해답인 것처럼 말이다. 그 밖의 대안에 대한 고민은 전혀 없었다. ‘사걱세(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 및 ‘전교조’, ‘전진협(전국진학협의회)’ 등에서는 학종을 주요 대안으로 주장하고, 그 밖의 ‘공정모임’ 등에서는 정시 100% 및 정시 확대를 주장하였다. 그렇게 단순하게 해결할 것이었다면 이미 예전에 다 해결하고도 남았다.
셋째, 위와 마찬가지로 진보냐, 보수냐의 갈림길로 나누어져서 이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오히려 더 큰 문제인 듯 하다.
정시확대는 보수고, 학종은 진보인가? 참고로 학종은 ‘박근혜정부’에서 확대되었다. 수능은 김영삼 대통령시절에 시행되어졌다. 오히려 이명박정부에서 시도하였던 ‘국가영어능력시험’이 어느 정부의 정책보다도 진보적이었다. 이렇듯 정책이라는 것은 진보-보수로 나뉘어서 생각하게 되면 맹목적인 추종만 남게 될 뿐이다. 그러므로 부디 이러한 정책에 대해서 지지하는 후보를 머릿 속에서 제외시키고 사안의 본질에 대해서만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그런 답답한 마음에서 지금 세간에 나오는 교육 이슈들에 대한 주요 댓글들에 대해서 우선 논의해보자.
위 내용은 정시가 확대되면 일반고가 약해진다는 취지의 기사에 대한 대표적인 댓글 내용이다. 정시를 하면 일반고도 강해질 수 있다는 논리보다는 수시 즉, 학생부종합의 깜깜이 전형을 불공정하다고 보고 이러한 정보 접근에 대해서는 자사고 및 특목고가 유리하다는 댓글 내용인 것 같다.
그러나, 착각하지 말아야 할 것은 우선 정시가 강화되었을 때에도 일반고는 그리 입시 실적이 좋지 않았다. (사교육이 발달한 지역의 일반고들은 예외다.) 오히려 수능 강세인 특목고 및 자사고가 더욱 좋아할 수 밖에 없다. 정시 확대는 강남의 사립고 및 자사고, 특목고가 오히려 반기는 부분이기도 하다. 왜? 내신이 무력화되니깐.
수능제도 이후 확실히 사교육이 발달한 지역의 학교들의 입시성적이 좋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면 일반고도 죽도록 EBS를 풀고 문제지를 풀면 되지 않느냐라고 반문하는데, 사교육에서 그런 모습 보고 웃을 것이다. EBS의 허상이 드러난지 오래다. 연계율? 그런 것 없다. 수능 영어 성적이 좋은 지역이 어디인지 알면 금방 사교육의 효과를 알 수 있다.
그러면, 학생부를 늘려라? 아니다. 지금 우리가 갇힌 프레임은 바로 [학종이냐? 정시 100%냐?]이다. 왜 그러한 이분법적인 프레임에 갇혀있나? 정시 아니면 학종인가? 수시는 학종 하나 밖에 없나? 그러면 논술은 왜 안 건드는가? 논술만큼 깜깜이 전형은 없을 것이다. 아무도 논술에 대해서는 비판하지 않더라. 그리고 실기 전형은? 이 논쟁의 촉발점이었던 ‘정유라’는 실기 전형이었는데, 왜 실기 전형의 불공정함은 얘기하지 않는가?
학력고사를 폐지한 이유 중 하나가 시험의 타당성이 전혀 없어서였다. 즉, 발음 기호 외우고, 단순 문제 풀고 외워서 시험봤었다는 사실은 왠만하면 다 알 것이다. 그래서 수능이 만들어졌다. 그러니 학력고사로 돌아가자고 하는 학력고사 옹호자들은 결국, 과거로 돌아가자는 것이고, 더 이상 4차 산업이다,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애초에 하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학력고사는 윗분 말대로 정정당당하게 공부하면 점수를 올릴 수 있었던 제도는 맞다.
하지만, 그 당시는 대학입시를 생각하지 않았던 친구들도 많아서 입학률이 50%도 채 되지 않았던 시대였기에 공부하면 개천에서 용나고, 흙수저도 금수저로 전환이 될 수 있었던 시대였다. 그러나 지금은 70% 이상의 대학진학률을 보이기에 ‘토씨’하나 안 틀리고 외우려는 경쟁은 그때와는 전혀 비교가 되지 않을 것이다. 즉, 최근의 논란이었던 공무원 시험의 한국사 시험문제처럼 ‘이런 것도 외워야 하나?’같은 시험 문제를 외우며 풀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또 사람들은 비판할 것이다. 이런 시험은 폐지해야 한다고...
아마, 학력고사를 옹호하는 분들의 주장은 학교에서 열심히 배운 교과서를 바탕으로 한 학력고사야 말로 제일 공정하게 학생들의 노력 정도를 판단할 수 있는 시험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주 좋은 의견이다. 나 또한 이 생각에 적극 지지한다. 단, 암기식 시험 형태는 단호히 거절하고 싶다. 지금의 내신 시험만으로도 애들은 암기력의 한계를 느끼고 있으니까 말이다.
수시는 불공정하고 정시는 공정하다라는 생각이 기저에 깔린 주장이다. 정시 100% 좋다. 여기서의 정시는 수능을 의미할 것이다. 그러나 수능 100%로 했던 90년대 및 2000년 대 초반은 개천에서 용이 많이 나왔나? (학력고사보다는 아무래도 덜 나왔다.) 통계상 강남 학교들이 지난 60년간의 대입에서 딱 5번 실패했는데, 그 중 하나가 수능 첫 등장 그리고 학종 첫 등장이었다.
현직교사로써 수능만 보았던 시절을 되돌아 봤을 때 학교교육에서의 입시는 그렇게 많은 ‘용’들을 만들어내지 못 했다. 오히려 학종이 생기고 나서 더 많은 [개천의 용]들을 만들어낸 것은 사실이다.
맞다. 내 제자 중 하나는 농어촌 학교 출신으로 수능 4-5등급 맞고 서울대에 입학했다. 농어촌 전형 출신으로 8년 만에 그 지역 학교에서는 말 그대로 ‘용’이 되었다. 하지만 수능 성적도 하나의 실력을 측정하는 도구일 뿐, 그 외에도 여러 측정 도구는 존재한다. 아이큐 만으로 그 사람의 지능을 측정했던 시대가 이제는 더 이상 아닌 것처럼, 수능 하나만으로 그 사람의 모든 실력을 예측할 수는 없다. 그 학생은 지금 성적 장학금 받고 다니고 있다. 비록 수능성적은 남들에게 뒤질지언정 학과에 대한 열정과 이해도, 전공에 대한 깊이 있는 노력은 그 학과에서 인정받기에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또 다른 제자(같은 학교) 역시 서울대 00 학과에서 수석을 차지하고 있다. 수능으로는 아마 그 학과에서 밑에 있어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거기서 1등을 한다는 사실을 놓고 봤을 때 우리는 수능이 모든 것을 대변하는 만능 측정도구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다음 시간에 그 대안을 모색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