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이 과연 있을까?
저번 [수시냐, 정시냐] 글의 다음 내용입니다.
이쯤되면 ‘이 사람은 도대체 무엇을 주장하고자 하는 것인가?’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겠다.
예전에도 주장해왔지만 본인은
즉, 학교 내신 비율은 20-30%로 줄이되, 단순 교과 성적의 정량적 평가와 더불어, 과목별세부능력특기사항만을 살려 학생의 수행평가 및 과목 이해도 등만 점검하는 수준에서 학교 내신 비중을 줄이자. 그리고 객관식 위주의 수능을 대체하는 논술형 시험으로 바꾸자. 참고로 대학의 논술들은 이미 시행착오 끝에 고등학교 수준의 논술대비가능 수준으로 난이도가 내려오긴 하였는데, 이와 비슷한 유형으로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의 논술형 시험으로 대체하는 것이다.(비중은 70-80% 수준)
공정성 문제를 꼭 걸고 넘어지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지금 대학논술의 공정성 문제도 다루지 않으면서 왜 이건 시비걸려고 하는건가? 그렇다면 논술도 비판해야 하는데 최근 입시 비판 기사에서 논술 얘기를 하는 기사는 본 적도 없다.
IB에서 공정성 문제가 있었던 적이 있었나? 참고로 IB에서 채점시 너무 높은 점수를 주거나 낮은 점수를 주는 채점자에게는 오히려 패널티를 적용하여 다음부터 그 교사를 채점위원에서 뺀다고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공정성을 확보하고 그 위신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채점 위원에게 하루 30만원 씩 한달, 검토 위원에게 하루 20만원씩 한달, 그리고 채점 보안을 위한 그 수많은 비용 대신 이를 전국 교사의 채점 연수 및 채점위원 양성 등에 쏟는다면 오히려 더 절약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 이러한 논의도 사교육이 미리 손을 쓸 것이다.(이미 제주에는 IB 학원들이 등장하였다.)
그리고 결국 온갖 비판도 쏟아질 것이라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결국, 사교육은 공교육을 앞서 갈 것이다. 하지만, 학교에서도 주입식, 문제풀이식 교육보다는 사고력 배양의 수업을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며 지금 학종을 위해 시행하고 있는 토론, 논술, 에세이, 보고서작성 등의 노력들이 그대로 논술형 시험을 위한 단계로 그 역할을 할 수 있어 학종 주장자들의 입장도 대변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제 조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우리 아들이 아무리 자동차에 대한 열정과 지식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실업계(전문계고)에 진학하게 되면 주변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견딜 수 있어야 하는데, 우리는 대체로 그렇지 못한다.
물론 상위권 대학을 나온 학생들의 수준이 더 높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수준이라는 것이 꼭 수능 하나만으로 내신 하나만으로 평가되는 것만은 아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학을 정말 좋아하고 잘해서 수학교사가 되고 싶은데, 영어 하나 때문에 교사가 될 수 없는 현실, 공룡이 너무 좋아서 공룡에 대한 연구를 나름 계속 하였지만, 국어실력이 1등급이 아니어서 대학에 떨어지는 현실, 그리고 막상 낮은 대학이라도 합격을 하여 거기서라도 좋아하는 공룡 연구를 신나게 하였지만, 대학 네임밸류로 인해 그 사람의 실력을 평가절하하는 현실, 그리고 결국은 대학 이름으로 100세 인생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 현실이 더 비참한 것은 아닌가?
결국은 대학이라는, 수능 점수라는, 그런 겉모습보다는 그 사람의 성취를 위한 노력과 열정, 그리고 인성 등을 통해 그 사람을 판단하고 평가하는 것이 먼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 못하는 사회야말로 계층 사다리가 무너진 사회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너무 [공정성] 문제에만 매몰된 나머지 교육의 초가삼간을 태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 그게 문제라면 그 문제를 없애고 보완하는 방향으로 가면 될텐데, 너무 ‘수능’ 100%에만 매몰되어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아쉬움이 든다.
일단 2022 대입부터는 기록 가능 글자수 감소 및 수상기록 단순화 등의 변화가 시작되겠지만, 예상컨대 변별력 문제로 인해 결국
그나마 내신 이외의 비교과 요소로 평가해왔던 방식에서 그러한 비교과 요소의 비중을 줄이게 되면 당연히 남아 있는 [교과]에서 학종은 판가름나게 되어 있다. 그러면 이건 또 하나의 [학생부 교과]전형이 되고 만다.
[창의적 체험활동]은 [학교 알리미]에 올리는 수준에서 끝내고 과목별세부능력특기사항을 좀 더 늘려 수업에 대한 고민의 창은 열어두자. 그러면 기록에 대한 교사들의 부담감을 줄일 수 있으리라 본다.
그리고 수시와 정시를 하나로 통합하자.
결국 정시를 6군데 쓸 수 있도록 하되, 정시에서
1) 대체 수능(논술이든, 바칼로레아이든)
2) 학생부 반영 20%
3) 면접(최종 면접 대상자들만) 10%
이렇게 요소들을 반영하자.
그리고 정시 전형 기간을 2달 정도로 늘려서 12월부터 1월까지 하도록 하자.
물론 이렇게 얘기해도 아무도 안 들어줄 것이고 관심도 없다는 것 잘 안다. 그리고 나의 주장에 헛점도 무지 많다는 것도 안다. 그렇게 쉬울 정책이라면 벌써 했을테니깐.
그래도 현직교사로써 학교 현장에서 느끼는 점, 그리고 그 대안에 대해 이렇게나마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을 뿐이다.
그리고 이러한 과감한(?) 주장에 대해서 독자들도 소소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음하는 바램일 뿐이다.
우리 모두 대학 입시에 대해서 너무 근시안적으로 바라보지 말자.
우리 앞에 살아갈 나들이 휘황찬란하게 펼쳐져 있는데 그깟 대학에 우리의 인생을 걸지 말자.
대학은 결국 여러 옵션 중의 하나일테니깐...
그리고,
여러분의 열정과 끈기, 인내, 잠재력 등이 결국 젊은 날의 어느 순간에 분명 빛을 발휘할테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