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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영호 Oct 02. 2018

RPG게임과 우리 인생

game over 후에 다시 restart를 할 수 있을까?

1. my RPG life

중학교 때 ‘현대 컴보이’를 통해 ‘젤다의 전설’이라는 게임을 처음 접했던 충격은 지금도 잊지 못한다. 그 게임을 하기 전에는 주로 ‘죨리 게임 시리즈’에서 나오는 보드게임을 했었는데 그 중 하나가 ‘젤다의 전설’이었다. 그런데 보드 게임 판에 그려진 자그마한 그림들이 알고보니 실제 젤다의 전설 RPG게임의 매력적인 요소 중의 하나인 보물 및 던전 위치였던 것이었다!(그러한 비밀 들을 하나씩 파헤치는 것이 바로 RPG 게임의 매력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 이후 친구들이 하고 있었던 일본어판 ‘파이널 판타지’, ‘드래곤퀘스트’ 등을 구경하며 나도 해보고 싶은 마음에 빌려서 해보았지만 언어의 압박으로 인해 도저히 진행을 하지도 못했었던 기억이 여전히 새록새록 난다. 물론 이제는 한글화되어 내 핸드폰으로 그때 하지 못했던 RPG게임들을 지금은 신나게 하고 있다.(현재는 드래곤퀘스트 8을 진행중이다.)

이처럼 어린 시절 포함 거의 20여년 간을  RPG게임을 하다보니 그 속의 요소들이 꼭 우리의 인생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주인공(보통 용사이지만)은 처음에는 보잘 것 없는 상태였으나 점차 시간이 흘러 능력을 키우고 각종 고난과 역경을 거치며 결국 해피엔딩에 이르게 되는 내용이 마치 우리가 가야할 인생과 비슷하지 않을까?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RPG 게임과 우리 인생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해서 말해보고 그 게임을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삶의 자세는 어떤 것인지 알아보고자 한다.


2. 공통점과 차이점

1) 레벨업 과정

아마 대부분의 RPG 게임들의 레벨업(level up) 과정은 거의 엇비슷하지 않을까? 즉, 몬스터와 전투하며 경험치를 쌓거나 아이템을 얻으며 자신의 능력을 키우는 방식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작은 몬스터 혹은 약한 몬스터는 적은 경험치를, 위험하고 어려운 몬스터는 많은 경험치를 준다. 마지막으로 보스몬스터는 몇단계의 레벨을 올려줄 정도로 많은 경험치를 주기도 한다.


우리의 삶도 그러지 않을까?

쉬운 일들은 소기의 성과를 주지만 큰 발전을 이루는데는 부족하기 마련이다. 수학공부를 예로 들면, 처음에는 쉬운 계산만 풀며 주변사람으로부터 칭찬이라는 경험치를 얻을 수 있겠지만 이는 다음 레벨의 수학수준으로 올려다주기에는 부족하다. 다음 차원으로 가기 위해서는 보다 고난이도의 수학문제에 도전하면서 실패하더라도 또 맞서고 성공할 때까지 또 시도하는 정신이 중요하다.

 

일상생활에서도 쉬운 일(경험치)만 했을 경우는 결국 그 자리에 머물 뿐이다.

때로는 도전하는 것이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실패로부터 배울 능력이 있는가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도전을 해야만 무엇인가를 배울 수 있고 본인의 능력을 레벨업할 수 있다는 것이다.


2) 동료 합류 및 협동 과정

요즘 따라 우리는 혼밥, 혼술 등의 흐름 속에서 누군가와의 커뮤니케이션에 두려움을 느끼며 살고 있다. 막상 협동을 하려니 제대로 배워본 적도 없고 조별활동은 난감하기만 한 세상이다.

그러나, RPG게임에서는 동료 없이 보스를 깨는 것이 여간 어렵지 않다. 물론 디아블로나 젤다의 전설처럼 혼자 헤쳐나가는 유형의 게임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RPG게임은 여행 도중 동료를 만나고 그런 동료와 갈등도 보이고 같이 퀘스트를 격파하며 동료에게 아이템도 주고 스킬도 나눠주고 경험치도 분배하기도 한다.(물론 디아블로나 젤다의 경우에도 npc 같은 사람들의 정보가 없으면 퀘스트를 해결하거나 아이템을 얻기가 어렵다.)그래야 최종 보스에서 동료를 만난 의미를 확인할 수 있을테니까 말이다. 특히 동료의 스킬을 보면 보통 주인공의 스킬과는 다르게 분배하는 경우가 많다. 즉 주인공이 기사거나 팔라딘 계열이면, 동료들은 보통 힐러 계열의 마법사인 경우가 많다.


즉, 동료라는 것은 나에게 없는 면을 가진 경우에 더욱더 동료의 가치를 느끼게 해준다. 나와 비슷한 점이 많으면 물론 좋겠지만 내가 가지지 못한 부분을 가진 친구나 동료를 만난다면 보다 다양한 것들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내가 가진 것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하고 동료들에게도 도움을 얻을 수 있어야만 우리 사회가 주는 퀘스트를 깨고 다음 단계의 사회생활 혹은 인생생활을 즐길 수 있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세상은 혼자서 모든 것을 헤쳐나가기에는 너무 복잡하고 힘들다. 아무리 천재라 할 지라도 동료의 도움이 더 시의적절하게 필요할 때가 있고 그런 도움으로 보다 쉽게 헤쳐나가며 그럴 때 우리의 인생도 보다 풍성해지리라 생각한다.


그게 가족이든, 친구든, 주변 동료든, 싫든 좋든 우리는 서로 도와가야 하는 삶의 주인공들이다. 우리 인생의 최종보스는 그들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3) 기술 습득 및 조합

RPG게임에는 보통 ‘주머니’, 또는 ‘인벤토리’라는 창이 있다. 즉, 얻은 전리품 및 물건 등을 정리하는 곳이기도 하다. 때로는 무기들도 정리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아이템들은 그냥 집어넣기만 해서는 안되며 최적의 조합을 찾고 그때그때의 상황마다 어떤 무기는 버리고 어떤 아이템은 지니고 활용을 해야만 주어진 상황을 타개할 수 있다. 그리고 쓸데없어 보이는 아이템이 나중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하여 괜히 버렸다가 그걸 다시 찾으러 가야하는 난감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현실도 마찬가지이다. 때로는 내가 쌓은 스펙이 당장은 쓸모없다가도 어느 한 순간 귀중한 무기가 될 수 있으며 무심코 참여했던 경험이 ‘스티브 잡스’가 ‘스탠포트 대학 졸업식’에서 연설하며 강조한 ‘connecting the dots’의 의미처럼 후일에 귀중하게 쓰일 소중한 경험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고등학교때는 만화를 즐겨 보고 즐겨 그렸었다. 한때 만화가가 되볼까 생각을 했을 정도로 말이다. 물론 그 이후는 전혀 그린 적이 없다. 그러나 지금 교사로서 그렇게 만화를 봐왔던 경험, 만화를 그렸던 경험은 영어지문을 설명할 때 무척 도움이 되며, ‘비주얼 씽킹’을 수업시간에 적용할 때에도 손쉽게 적용할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고등학교 때 춤, 연극, 동아리 부회장 등의 경험이 대학교 생활에, 그리고 지금의 교직 생활에 유용한 것은 더할 말이 없을 정도다. 그리고 이러한 모든 경험의 조합 및 총합은 지금의 나를 있게 해주고 있으며 ‘미래의 나’와 이어진다는 것은 분명히 말해줄 수 있다.


4) 퀘스트

RPG게임 뿐만 아니라 다른 게임에도 있긴 하지만 주로 ‘퀘스트(quest)’라고 불리우는 모험적인 요소들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는 주인공 일행이 마을 및 던전을 돌아다니다가 사람들에게 어떤 부탁 등을 받고 그 일을 대신 행해줌으로써 특정 아이템 등을 얻고 레벨을 상승시킬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하기도 한다.


대학교 1학년 때 학과 축제를 위해 영어 연극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너무 힘들어서 술만 마셨던 기억이 난다. 그때 한 선배가 나에게 했던 말은 지금도 생각난다.


“살다보면 때로는 하기 싫은 일도 해야할 때가 있다. 그렇지만 그 하기 싫은 일이 나중에 너의 성장에 큰 자양분이 될 거다. 지금이 바로 그 때다. 힘들어도 끝까지 매듭을 지어라.”


그 선배의 조언은 새내기였던 나에게는 공부보다도 큰 퀘스트였다.

결국 박수 갈채를 받으며 3개월 간의 연극 연습과 무대 공연은 무사히 끝마칠 수 있었고 그 이후 나는 졸업할 때까지 (영어)연극에 몸을 담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의 교사역할을 하는데 큰 경험치와 아이템 역할을 하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처럼 인생은 퀘스트의 연속이다. 부모님, 선생님, 친구, 또는 지나가는 사람들(게임에선 이들을 npc라고 한다)에게서 수많은 부탁 내지 명령을 받는다. 이를 우리는 [기회]라는 다른 이름으로 부를 수도 있는 것이다.

‘실패’해본 자만이 결국 성공할 수 있다.

‘실패’를 하지 않은 자는 단 한번도 시도 내지 도전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이다.

인생의 각종 퀘스트에 도전할 필요가 있다.


5) 보스전

저작권 침해 의도 없음요~

만약 우리 인생이 20세에 끝난다면 최고의 보스는 아마도 수능이 아닐까? 20세 직전에 만나는 최고 난이도의 퀘스트이기 때문이다.


게임에서는 단계별로 보스가 존재하며, 때로는 중간보스 같은 경우도 있다. 그리고 최종보스 외에 숨겨진 던전 같은 곳의 [최최종 보스]가 있는 경우도 더러 있다. 여기서 웃기는 것은 현실성 없게시리 보스를 때려잡으러 성 같은 곳을 탐험하는 도중  보스를 깨부술 수 있는 보물 및 아이템이 곳곳에 숨겨져 있으며 그 성에서 상대하기 벅찬 부하들을 정신없이 쳐부수다 보면 어느 덧 보스를 쉽게 이길 수 있을 정도의 레벨로 성장해 있다는 것이다.

우리 인생도 이와 비슷할 것 같다.

위의 그림처럼[ 수능, 결혼, 육아, 취업, 내집마련] 같은 보스들이 존재하며 ‘승진’, ‘소개팅’, ‘과제’, ‘중간-기말 고사’ 같은 중간 보스들도 존재한다.

갈수록 그 힘은 더욱 세고, 이기기도 어려운 상대들이다.

하지만 1단계인 수능(물론 그 전에도 보스들은 많이 있다.)을 어렵사리 포기하지 않고 처리한다면

2단계 보스인 취업 부터는 그 경험치와 레벨업 된 정신과 자세로 보다 쉽게 헤쳐나갈 수 있으리라 본다.


예를 들어, 고등학교 때 ‘학종’을 준비하며 ‘자기소개서’를 작성해 본 친구들은 취업시 제출해야하는 자소서를 충분히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취업 준비시 스스로 정보를 찾고 공부하며 자신을 성장시킨 사람은 승진공부 역시 이와 비슷하게 할 수 있을 것이고, 인간관계를 중시하며 ‘팀플’(협동)을 중요시 여겼던 학생은 대학에서도 조별활동 및 팀 프로젝트 등을 보다 수월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아이 육아를 힘들지만 그래도 배우자와 함께 최선을 다해 참여한 사람이라면 둘째 아이부터는 좀 더 쉽게 육아를 할 수 있으리라 장담한다. 가정 생활을 중시하며 훌륭한 결혼 생활이라는 보스를 잘 마칠 수 있다면 노년에 맞닥뜨리게 되는 얘기치 못한 숨겨진 보스들의 퀘스트를 무난히 헤쳐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결국 1단계 보스가 중요하다. 그것이 수능이든, 친구 관계든, 가정 생활이든 그 1단계 보스를 상대하면서 우리는 자기도 모르게 다음 단계로 성장해나갈 수 있는 능력들을 습득하게 된다. 그러니, 우리 절대 포기하지 말자. 10대에 포기한다는 것은 결국 게임에서 1단계도 못 마치고 게임을 접는 것과 다름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안다.

최종보스 및 숨겨진 보스를 클리어 했을 때 느끼는 쾌감과 지나간 ‘보스전’ 및 각종 퀘스트 경험 등이 주마등처럼 지나갔을 때 느끼는 안도감 및 약간의 허무함, 그리고 자신이 그동안 게임에 쏟아부은 노력에 대한 뿌듯함을 말이다.


6) 기타

이 외에도 게임마다 다르겠지만 ‘지도’라는 요소 역시 아주 중요한 핵심 메뉴이다. 지도가 없으면 우리는 아마 드넓은 평원에서 헤매다가 어려운 몬스터들을 갑작스럽게 맞닥뜨려 게임오버되거나 예상치 못한 퀘스트를 접하게 되어 결국 방황만 하다가 게임을 접어버리기 일수이다.


우리 인생에서의 지도에 해당되는 것은 무엇일까?

부모님의 보살핌, 친구와의 우정, 선생님들과의 상담 및 조언, 각종 매체에서의 충고, 독서에서 얻는 정보 등이 이에 해당될 것이다.

게임과 달리 지도가 여러개 있다는 것이 차별성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그 지도를 선택하는 것은 오로지 본인에게 달려있다는 것도 다른 점이다.

그 지도가 올바른 지도인지, 막다른 길로 가는 지도인지는 본인의 경험과 통찰력, 그리고 성장하겠다는 의지에 달려있음을 명심하여야 할 것이다.


그 외에 미니 게임적 요소들이 있는 경우도 있다. 왜냐하면 최종 보스에만 몰두하여, 또는 주어진 퀘스트나 레벨업 등에만 매달리다 보면 게임은 너무 빨리 끝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어진 시나리오 외에 카지노 게임, 추격 게임, 포커 게임, 미니 스포츠 등이 수록되어 있어서 메인 퀘스트와는 달리 소소한 재미를 주기도 한다.


실제로도 우리 인생에는 미니 게임적 요소들이 다분하다.


요즘 들어 [욜로yolo],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등의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일도 중요하지만 가끔은 취미활동을 하거나, 가족과 여행을 간다거나, 친구들과 퇴근 후 즐거운 한끼 식사를 하는 등의 미니 게임들이 더욱 두드러지게 중요시 되고 있다.


우리 인생은 생각보다 길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지나고나면 짧게 느껴지지만)


그 긴 인생을 우리 윗 세대들은 회사에 온 몸을 바치셨다. 그 결과 미니 게임이 주어졌을 때 그 게임을 즐기는 법을 모르시는 경우가 많아 결국 술자리로 이를 대신하고는 했다. (나의 아버지도 여전히 그러하시다. 퇴근 후 언제나 막걸리를 한 병 드신다. 어머니가 아프셔도 술 마신다. 왜? 일 이외에는 해본 것이 없는 분이기 때문이다. 감정 표현에 서투른 세대들의 안타까운 자화상이다.)




3. 의미

결국 RPG게임과 우리의 인생은 상당 부분이 닮았다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러한 게임을 통해서 더 나은 인생을 살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이렇게 보면 게임이 마냥 나쁘다고만 할 수도 없는 것 같다. 실제로 Jane Mcgonigal은 [Gaming can make a better world]라는 주제로 TED에서 ‘워크래프트’게임을 통해 우리는 영웅의 습성을 익히기도 하고, 퀘스트 등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실제 세계의 문제를 해결하는 법을 배울 수도 있다고 주장하였다.


위에서 여러 공통점을 말하였지만 결국 인생은 성장해나가는 데 그 의의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꼭 성공을 하라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어제보다 나은 오늘, 그리고 더 나은 내일을 조금씩 만들어가기 위해 방구석에만 있지 말고 다양한 경험들을 하며 레벨을 올리다 보면 결국 인생이 보다 역동적이고 생동감 넘칠 수 있게 되지 않을까하는 조심스런 생각을 해본다.


우리, 오늘부터 지금까지의 삶이 불만스럽다면 다시 ‘리셋’하고 ‘new start’버튼을 눌러 각자 자기만의 최종 보스를 잡으러 새로운 모험의 세계를 떠나는 것은 어떨까?


그 모험의 끝은 의지를 실천으로 옮기는 한 계속될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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