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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영호 Jun 01. 2019

학생부 종합전형 시대의 교사의 역할 변화

고교학점제와 연관성

2018년 교육부는 국가 교육회의를 통해 수시의 비중을 줄이고 정시를 약 30%선에서 다소 늘리겠다는 발표를 하였다. 그리고 올해 대학들이 그에 발맞춰 2022학년도 입시전형에서 그에 맞는 변화를 보여주는 발표를 하고 있다. 물론 국민의 기대와는 거리가 먼 발표 결과들이라 많은 이들이 실망을 적잖이 표현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결국 입학사정관제 그리고 학생부 종합전형의 큰 틀은 포기하지 않고 약간의 보완을 거친 채 유지하겠다는 생각이다. 수시냐, 정시냐의 논쟁은 이제 다소 소모적인 과정으로만 남을 수밖에 없게 된 듯하다. 그리고 교사들도 그에 맞는 역할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교육현장에서 교육에 전념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현장교사로서 체감하고 있는 현장의 변화에 대해서 다소 개인적인 소감과 의견을 표현하고자 한다.


1. 기존의 교사상

내가 고3일 때만 해도 선생님들은 열심히 교과서를 가르치며 직접 칠판에 그 내용을 요약해주시고 문제지를 풀면서도 주도적으로 풀이과정을 상세히 설명해주셨으며 그런 과정을 우리 학생들은 또한 열심히 받아 적었다. 수업이 끝나면 방과 후 수업의 일환으로 똑같은 선생님들로부터 다른 문제지로 똑같은 방식의 수업을 받아왔다. 그리고 이어지는 늦은 시각까지의 야간 자율학습이 있었고 선생님들은 몽둥이를 들고 교실과 복도를 돌아다니며 우리가 성실히 자습에 참여하는지를 창문 너머로 감시하셨다.

물론 정시가 전부였던 시대였기에 - 평가방식이 객관식 문제가 전부였던 시대였기에 - 그에 맞는 교육의 목표, 내용, 방법이었으리라 생각한다.

대학상담 또한 간단했다. 수능 점수가 나오면 사교육 기관에서 나눠주는 한 장 짜리 배치표를 보며 그 점수에 맞는 대학 및 학과를 설명해주시며 '그 대학 아니면 갈 데 없다'라는 식으로 상담해주셨다. 짧으면 5분, 길면 10분이면 끝나는 입시 상담이었다.

그리고 우리들은 점수에 맞춰서 대학 및 학과에 들어가 적성과 흥미 따위는 저 멀리 버리고 고등학교 때 교실에서 밤까지 남아있었던 성실함과 참을성으로 대학을 다니곤 했다.

성인이 된 지금도 그때의 인내와 수동적 성향을 몸에 지닌 채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생활한다.

 

2. 학종 시대의 학교 변화

2004년 서울대학교에서 입학사정관제를 부분적으로 도입하고 실시한 이래 학생부 종합전형은 항상 최대치로 그 몸짓을 키우고 있는 상황이다. 교육부에서 아무리 정시를 늘린다고 해도 결국 30%이며, 학부모님들의 바람과는 달리 대학들은 논술을 줄이고 학종을 유지하거나 소폭 확대하고 있다. 결국 학종은 앞으로도 정권과 상관없이 - 독재가 아니라면- 살아남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에 맞춰 교육도 바뀌어야 한다.

아니, 학생들은 이미 발 빠른 학부모님들의 대처와 함께 학종의 성향을 갖고 입학하고 있다.

물론 교육도 조금씩이나마 바뀌고 있다.


첫째, 교육과정의 변화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문이과의 구분이 사라지고 있고 선택과목의 확대를 꾀하고 있다. 학습자의 자율적 선택권을 겉으로나마 강화한 것이다.


둘째, 수업방법의 변화이다.

교육과정에 맞춰 수업을 하게 되었고 이를 관찰하여 기록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일체화하는 학교들이 증가하고 있다. 즉, 학종을 위해 기존의 문제풀이식 수업에서 탈피해서 과정 중심 평가와 함께 토론, 발표, 보고서 작성 등의 수업과 조별 활동을 통한 협력합습, 과목 간 연계를 통한 프로젝트 학습 등이 그 증거이다.


셋째, 진로상담과정의 변화이다.

기존의 점수 위주의 대학, 학과 상담을 떠나 학생의 진로검사 등을 통해 성향, 흥미, 관심사를 바탕으로 올바른 진로를 찾을 수 있도록 상담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학과의 인재상, 졸업 후 전망뿐만 아니라 교육과정, 교수님들의 성향까지 스스로 파악하고 조사하여 자신에게 맞는 대학을 가고 있다. 일례로 S대 공과대학을 합격하고도 H대 특성화학과를 가기도 하여 S대 교수님이 시대의 변화에 대해서 한탄하신 일을 직접 듣기도 하였다. 예전이었으면 큰일 날 선택이었음은 당연하다.


넷째, 학교 프로그램의 변화이다.

문제풀이식 방과 후 수업은 여전하다. 하지만 이를 상쇄하기 위해 천편일률적이었던 학교 단체 프로그램 대신에 학생의 진로를 강화하고 탐구능력을 함양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독서 프로그램, 토론 프로그램, 탐구 및 발표 프로그램들이 그것이다. 대회 역시 하루에 끝나는 대회보다는 장기간에 걸쳐 이루어지는 대회가 주를 이루고 있으며 단순한 글짓기 대회보다는 독서-글짓기-토론- 발표로 이루어지는 대회로 변모하고 있다.


3. 교사의 역할

물론 이러한 변화를 모든 교사가 잘 수행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나 역시 따로 책을 사고 관련 자료를 찾아보며 공부를 해도 막상 학생과 대화를 하면 머릿속이 하얘지는 경험을 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러한 시대의 변화에 같이 보조를 하지 못한다면 결국 학생들의 미래는 과거에 우리가 겪었던 모습과 다를 바가 없게 된다. 그렇기에 이미 학종 시대에 길들여진 학생들의 성향과 그에 맞는 눈높이를 지니고 있는 부모님들, 나아가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고 있는 시대상에 걸맞게 교사들도 발맞춰 가야 한다. 즉, 의식의 변화와 시대에 대한 학습을 해야 한다.


1) 방과 후 수업 및 야간자습에 대한 의식 변화

여전히 내가 있는 학교 및 주변 학교들은 방과 후 수업 참여율과 야간자습 참여율을 대단히 중시하고 있다. 제주도라는 지리적 문화적 특성으로 인해 인근 학교와의 입시 경쟁이 아주 치열한 상황에서 관리자들은 위의 지표로 학교의 수준을 평가 내리곤 한다.

솔직히 이 부분에 대해선 무엇이 옳은 결정인지 나 역시 헷갈린다. 학생들의 자율적 참여를 지지하면서도 학부모님들의 자녀에 대한 강제 방과 후 및 야자 참여 요청에는 난감할 때가 있다. 물론 교육자의 의무 차원에서 그들을 모두 강제로 참여하게 하여 공부를 시키고 싶은 마음도 있다. 하지만 대다수가 사교육에 참여하는 상황에서 야자가 끝나고 학원을 가고 있기에 그들은 결국 늦게 자게 되고 정규수업에는 집중을 못하고 잠을 자버리기도 한다. 야자를 하고 싶다면 학원은 극히 제한적으로만 가야 한다. 즉, 스스로 계획하고 공부를 하는 습관을 지니고 있지 않은 채 학원과 야자를 병행하는 것은 오히려 자녀의 건강과 학교생활 모두를 망치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오히려 방과 후 수업도 선택과목을 확대하여 취약 과목을 공부하도록 하거나 심화과목을 듣도록 하고 정규수업과는 또 다른 방식의 수업을 해야만 학생들의 참여를 증가시킬 수 있을 것이다.

야간 자습 역시 교사의 강압이나 감시에서 벗어나 교실에서 친구들끼리 멘토링 방식으로 수업을 하거나 하브루타 식으로 대화하며 공부하도록 허용하는 변화도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혼자 하는 공부는 집이든 독서실이든 자신만의 공간에서 할 수 있도록 가정에서도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물론 학교는 학생들이 원한다면 학교를 개방하여 학생들의 자율적 참여를 허용할 수도 있다.


2) 진로 상담

단순하게 대학 및 학과 소개에서 그치거나 점수에 맞는 대학을 보여주는 것 이상으로 교사들도 각종 대학 설명회, 교육청 진로진학 연수 및 워크숍 등에 적극 참여하여 올바른 진로 상담을 해주어야 한다. 즉, 대학에 대해서 많이 알아야 하며 학과 및 전공에 대해서도 공부해야 한다. 나 역시 진로 교과서를 포함하여 대학 소개 책들과 자료를 꾸준히 읽고 기록하고 있다. 그렇게 해도 모든 대학을 다 아는 것이 아니기에 여전히 상담은 힘들다.  하지만 대교협의 '대학 어디가'사이트를 보는 법을 가르침으로써, 대학 홈페이지에서 자료를 얻는 방법을 보여줌으로써 스스로 진로를 모색하도록 한다면 시간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3) 탐구 지도 활동

그 전에는 학생들에게 행사에 참여하도록 독려하거나 학생의 보고서 결과물을 읽고 학생부에 그 내용을 기록하는 정도였었다. 하지만 이제는 왜 그 행사가 중요한지, 그 행사를 통해서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학생들에게 알려주어야 하며 이를 위해 교사들도 관련 공문이나 자료를 읽고 서로 의논하며 학생들의 참여를 끌어내야 한다. 아울러, 보고서 및 탐구 지도를 할 때에도 단순히 '잘했다, 못했다'라고 말하기보다 무슨 책을 더 읽어야 하며, 어떤 자료를 찾고, 어느 분야를 더 탐구해야 하는지와 같은 구체적인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교사는 자신의 과목 외에 다양한 독서를 통해 학생들에게 조언을 해주어야 한다. 물론 나는 영어교사이기에 과학분야는 잘 모른다. 그러면 과학 선생님에게 물어보며 어떤 말을 해주어야 할지 조언을 얻기도 한다.


4) 수업 및 평가

여전히 주입식 교육을 한다. 나 역시 그렇다. 학생수가 많고를 떠나 이 방식이 가장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별 활동을 통해 수준별 학습지를 배부하고 스스로 독해를 하고 자신의 생각을 발표하거나 조별 토의를 유도한다. 기존의 수행평가는 집에 가서 할 수도 있었지만 과정 중심 평가는 말 그대로 수업과정의 흐름 속에서 3-4차시에 걸쳐 학생의 수행을 직접 관찰하며 평가하는 방식이다. 그렇기에 다양한 학습자 중심의 평가도구를 찾고 개발하여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지필평가와 같은 방식을 고수하는 교사들도 있다. 지속적인 자기 계발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하는 숙명이 바로 교사의 숙명인 것이다.


3. 고교학점제 시대의 교사와 학생들의 변화 예측

2022년이면 고교학점제가 부분적으로 시행된다. (특성화고는 그전에 시행된다.) 그리고 2025년이면 본격적으로 도입된다. 고교학점제는 대학교의 교육과정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필수과목이 있으며 선택과목이 있다. 그리고 총학점을 이수만 하면 졸업을 할 수 있다. (물론 대학교에서도 조기졸업은 가능했으나 그리 쉽지도 않았다.)


중요한 것은 어떤 선택과목들이 생길 것이냐이다. 대학교 때를 떠올려보자. 전공과목도 있었지만 교양과목도 있었다. 그렇다. 우리 선생님들은 이제 교사 자신의 흥미와 주특기를 살려 색다른 과목을 만들 수가 있게 된 것이다. 이미 시범적으로 교육학 및 심리학, 철학, 국제 경제, 스페인어 같은 과목들이 온라인 공동 교육과정, 오프라인 공동 교육과정으로 만들어지거나 학교 자체에서 개설되어 학생들에게 가르쳐지고 있다. 만약 내가 커피에 관심이 많아 바리스타 과목을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극단적인 예이긴 하지만)


결국, 교사들은 자신의 주전공 말고도 정말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싶은 과목을 개설하기 위해 부지런히 자기 연찬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달플 수도 있지만 재미있는 수업을 만들 수도 있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전에 해결해야 할 일은 산적하게 쌓여 있긴 하지만 교사가 조금만 노력한다면 교사에게도 신나고 학생들에게도 즐거운 수업이 이루어질 수 있으며 그렇기에 더욱 개별화된 관찰과 기록이 가능할 수 있고 그것이 학종 시대가 바라는 학생부 기록으로 이어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즉, 지금의 학종은 고교학점제로 가는 중간 과정이기도 한 것이다. 그 말은 결국 되돌릴 수 없는 교육의 흐름이며 싫든 좋든 교사나 학생, 학부모 모두가 동참을 해야 하며 그 속에서 부정적 측면들을 고쳐나갈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여기서 수시냐, 정시냐의 논쟁은 전혀 논외임을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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