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주도 학습 편
학교에서 영어교사로서 학생들에게 많은 원성을 사는 편이다. 시험 범위가 중학교에 비해서 갑자기 증가하기도 하거니와 문제 역시 주어진 교과서 범위의 문제 스타일에서 벗어난 변형된 문제를 내고 있기에 학생들의 원망 섞인 눈초리를 많이 받는다. 물론 나 혼자 시험 범위를 정하고 문제를 출제하는 것은 아니다. 동교 교사와의 협업 속에서 우리 학교 학생들에게 영어교육 및 영어학습의 방향을 보여주기 위해 범위 및 문제의 난이도를 정한다. 그렇다면 고등학교 영어 내신 공부의 방향과 방법을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고등학교 영어 내신 시험은 영어 독해능력을 측정하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목적 및 취지와 거의 비슷하다.
문제는 대상이 고등학교 1학년이라는 것이다.
중학교에서 갓 올라온 학생들에게 '고등학교 시험은 이런 것이다'라는 것을 보여주었을 때 학생들은 적잖이 당황하였다. 그 이유는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영어 시험 차이에서 비롯된다.
우선 중학교에서는 보통 교과서 2-3개 과 범위 내에서 문제를 내지만 정말 다양한 요소를 물어본다. 어휘, 문법, 회화, 독해 내용, 그리고 기타 추가 심화 문제까지. 문제는 한정된 범위에서 내야 하고 각종 학원가 및 문제집 등에서 이를 철저하게 다루기 때문에 변별을 위해서 문법 문제 혹은 영어 질문 및 영어 선택지를 통한 영어 해석 능력을 요구하는 문제로 제공된다는 점이 있다. 그래도 평균 점수는 대략 60-70점 사이에서 형성될 것이다.
이에 반해 고등학교는 범위가 교과서뿐만 아니라 모의고사, 유인물, 추가 읽기 자료 등을 활용해 범위 자체를 확장시켜 변별력을 끄집어낸다. 여기서 학생들은 엄청난 시험 범위에 1차적으로 당황한다. 본교 1학년의 영어 점수를 보면 벌써 1학기 2차례, 2학기 한차례의 시험을 치렀는데 보통 평균은 50~60점 범위 내에서 형성된다. 아무래도 중학교 때는 받아보지 못한 점수를 받았으리라.
다음으로 내용적으로 들어가 보면 다양한 문제를 내는 중학교 영어와는 달리 보통 고등학교는 수능 스타일의 독해능력을 묻는 형태로 문제를 주로 낸다.(물론 학교마다 차이는 있을 수 있다. 영어 실력 수준이 이미 높게 형성되어 있는 학교인 경우, 문법적 요소와 쓰기 등의 서술형 요소를 추가해서 변별력을 확보하기도 한다.) 익숙한 지문이지만 내용이 약간 다른 지문들 속에서 문제를 풀어내야 한다. 빈칸 추론, 주제 및 제목, 요지 선택, 요약하기, 글의 순서 및 문장 삽입 문제 등 문제 스타일은 수능과 별반 차이가 없다. 하지만 여기에 소재와 내용만 다를 뿐, 다른 지문을 통해 이를 측정한다는 것이 학생들을 곤경에 처하게 한다. 마치 EBS 교재와 연계를 한다고 해놓곤 체감 연계율이 떨어지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영어와 같다고 할까? 평소 영어 독해능력을 함양하지 않으면 크게 향상될 수 없다. 즉, 중학교 때처럼 공부는 했지만 배운 것을 적용하고 활용하지 않으면 욕만 하고 끝나버릴 수 있다.
마지막으로 어휘 수준에서 차이가 난다. 앞서 설명한 대로 중학교는 교과서 어휘를 위주로 내되, 변별력을 위해서 문제와 보기를 영어로 내는 수준이다. 하지만 고등학교는 필수 수능 영어 어휘 내에서 빈도수가 적은 어휘를 제외하고 타 교과서의 어휘 수준에서 출제를 하는 경우가 많다. 즉 고등학교 1학년(또는 해당 학년)이라면 이 정도 어휘는 공부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 교과서만 열심히 해서 풀면 좋겠지만 평소에도 어휘 공부를 꾸준히 해야 함을 의미한다.
학원 다니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내신을 준비해주는 학원 입장에서는 30문제의 내신 시험을 대비하기 위해 1000문제의 변형 문제를 준비한다는 데에 있다. 1000문제 정도면 충분히 지엽적인 문제까지 모두 다루기 마련이다. 핵심에서 점점 멀어지는 문제에 집착할 확률이 높다. 이러한 함정에 빠지지 않고 학원의 문제를 스스로 소화할 수 있으면 학원은 충분히 도움이 될 수 있다. 간혹 학생들이 가져오는 학원문제를 보면 나 조차도 안 쓰는 문법 용어를 들이밀며 질문하는 경우들이 있다. 물론, 그런 지엽적인 문제를 낼 수밖에 없는 학교 시험도 존재할 것이다. 그렇다고 그런 사소한 부분에 집착하다가 큰 줄기를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
교과서 변형 내신 문제지 1-2권을 반복해서 풀되, 왜 그런 문항이 출제되었는지를 - 무엇을 물어보기 위해 출제되었는지를 - 분석해보는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모의고사는 일단 문제 유형에 상관없이 다음의 사항을 유념하며 풀어보아야 한다.
1) 주제 찾기
2) 주제에 대한 근거 밑줄 찾기
3) 접속부사(however, for example 등) 밑줄 긋기
4) 문법적 요소(분사, 관계사, 주어-동사 수의 일치, 품사 등)에 밑줄 긋기를 꾸준히 스스로 해보면 좋다.
하나도 모르겠다면 '해주세요'라고 부탁하기보다 먼저 나서서 해보고 모르면 친구나 선생님에게 질문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학교 어휘 수준과 고등학교 어휘 수준의 간극이 아주 크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매일 5-10개 정도의 어휘를 외우되, 그 어휘의 예문까지 해석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수준은 수능 필수 어휘로 정하는 것이 좋다.
여기서 국어란 독해능력을 의미하며, 독해 능력은 글의 주제와 주제에 따른 근거, 그리고 글의 구조를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평소 국어 실력이 좋으면 영어실력도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는 하지만, 국어에서의 접근법과 영어에서의 접근법의 차이는 있다. 두 언어의 차이가 존재하는 것처럼. 수능영어독해는 topic sentence(주제)에 대한 supporting details(근거)를 전개해나가는 writing essay에 바탕을 두고 있다. 즉, 주제문이 어디 있는지에 따라 글쓴이의 의도와 전체 글의 구조가 달라지며 반드시 모든 문장은 그 주제문에 대한 '왜(why)'에 대한 대답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예를 들어 첫 문장에 "There are some good reasons to learn English."가 나오면 이에 ('왜'에 대한) 대답으로 "When we acquire English, we can understand better by using English."가 나올 수 있으며 마찬가지로 이에 ('왜'에 대한) 대답으로 "English is spoken in most countries, so it is possible that we can reduce the emotional and physical gap among people if we learn how to speak English."가 올 수 있다.
이처럼 문장과 문장은 긴밀히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즉, 첫 문장에 스스로 '왜?'라고 물어보고 그 대답이 두 번째 문장과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영어 지문의 특징이다.(물론 모두 이렇지는 않다. 수능 독해 및 내신 시험에서는 원문을 발췌 및 편집하다 보니 맥락이 끊기는 허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평소 독해할 때 계속 '글쓴이가 무엇을 강조하는 거지?', '왜 이 말을 반복하지?', '왜 이렇게 말했지?' 등의 질문을 해 나가며 읽어나가는 연습을 해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영어 지문 하나에는 그에 따른 주제와 근거('왜'에 대한 대답)가 반드시 있고 그 순서는 응집성(coherent) 있고 논리적(logical)으로 전개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예전처럼 문법을 위한 문법공부로 접근하기 보다 문장구조에 대한 이해를 위한 공부를 할 필요가 있다. 보통 '천일문'과 같은 문장구조를 끊어 읽기하며 문장구조에 대한 이해를 돕는 교재들은 시중에 많이 있다. 내신 시험에서 많이 차지하는 서술형 및 주관식 문제인 경우 보통은 문법문제를 많이 내는 편이다. 그 중에서 문장배열, 숙어표현을 활용한 문장쓰기, 또는 특정 구조를 활용한 주제문장 쓰기들이 많다. 이는 교사가 특정의 의도를 갖고 문법문제를 내는 경우가 많음을 의미한다. 단수한 문장구조보다는 동명사 주어, 가목적어/진목적어 문장구조, 완료부정사 구문, It- that 강조구문 등의 특수구문을 활용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공부도 틈틈히 해야 한다. 문법서는 최소 1년 동안 2회에서 3회 정도 완독할 수 있도록 하되, 오늘 학교에서 수동태에서 배우면 그 부분만 따로 그 문법서를 살펴보고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구체적인 수능영어독해법은 필자의 '고교영어학습법'을 참고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