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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영호 Jul 29. 2021

피트니스운동과 자기주도 학습과의관계

결국 운동도 공부였군

40대 아재로서 예전의 권투 영화, 특히 '록키 4'의 주인공 '록키'와 소련의 영웅 복서 '드라고'의 훈련 장면을 교차 편집하면서 보여주었던 장면이 갑자기 생각난다. 미국의 자존심인 록키는 친구의 복수를 위해 소련으로 혈혈단신으로 넘어가 통나무 끌기, 나무 베기, 팔 굽혀 펴기, 턱걸이 등의 맨몸 운동을 하며 시합을 대비하는 반면 소련의 대표 복서로 미국의 아성을 넘고자 만들어진 인간 병기(?) 드라고는 최첨단 시설과 의료진, 훈련진들의 도움을 받으며 기계적이고 체계적인 훈련에 임한다.


그리고 둘은 시합에서 마주하고 처절한 싸움 끝에 당연히 미국의 영웅 '록키'가 승리를 거둔다.


영화 얘기는 각설하고 여기서 소개된 훈련법을 자기 주도 학습에 비유해서 설명한다면 어떨까? 좀 억지스러울 수 있지만 록키의 훈련법은 (비록 코치가 한 명 있긴 했지만) 자신에 대해서 스스로 잘 알고 있기에 그에 맞춘 계획을 실천하는 자기 주도적 학습태도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반해 드라고는 '너에 대해서는 우리 코치진과 의료진이 잘 알아'라는 태도로 온갖 편리함을 갖추고 주입시켜주는 학원 서비스라고 보면 되겠다. 


결국 자기 주도적 학습과 사교육의 대결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위의 선수들이 하고 있는 헬스 운동과 공부와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예전부터 운동을 띄엄띄엄 다니긴 했지만 운동을 손에서 놓지는 않아서 헬스장을 편안하게 생각하고 다니고 있었다. 그러다가 트레이너로부터 PT(personal training)을 받으며 운동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 나는 로키처럼 나에 대해서 내가 잘 아니깐 나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면 된다는 생각에 PT는 생각도 안 했다가 후배 선생님들의 적극적인 권유로 PT를 받게 되었고 이후 몸의 자그마한 변화를 겪게 되면서 생각도 바뀌게 되었다. 그리고 바쁜 일상 속에서도 운동을 그나마 꾸준히 다니며 느낀 점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헬스 운동과 학습(공부)과의 공통점이 무척 많다는 것이었다.


1) 조그마한 효과라도 보려면 꾸준해야 한다.(최소 한 달 이상) 평소에 놀다가 시험 때 잠깐 공부하는 것은 암기식 과목에만 도움이 될 뿐 근본적인 뇌근육이 없기에 좋은 점수는 받지 못한다.
2) 혼자 하는 것도 좋지만 더 큰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지도가 필요하다. 공부도 부모님이든, 교사든, 학원강사든 처음에는 지도가 필요하다.
3) 첫 3주 정도는 지도를 통해 습관을 형성해야 한다. 하루 지도 받았다고 습관이 생기지 않는다. 꾸준히 3주간의 습관을 형성할 수 있을 정도로 학습 코칭을 받아야 한다.
4) 지도가 없이 혼자 하고 싶은 자만심에 빠질 때 원래의 안 좋았던 모습으로 되돌아간다. 무조건 혼자 공부하는 것만이 훌륭한 학업자세는 아니다.
5) 그래서 매뉴얼이 있어야 한다. 곁눈질로 보고 배우는 것으로는 제대로 된 자세를 배우지 못한다. 공부도 효율적인, 효과적인 노하우들이 있다. 무조건 책상에 앉아 있는 것은 시간낭비이다.
6) 자세가 안 좋으면 오히려 위험하다. 잘못된 학습법이 장기화가 되면 시간 낭비일 뿐이다. 암기, 문제풀기, 학원 다니기 등의 자세가 오히려 공부의 본질을 놓치게 한다.
7) 조금씩 하지만 한 번 할 때 의식하고 집중해야 효과가 극대화된다. 10분이라도 몰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자신에게 질문하고 모르면 찾아보는 등의 능동적 자세가 필요하다.
8) 서로 다른 부위를 교차하며 진행하듯 공부도 서로 다른 과목 및 분야를 나누어서 집중적으로 해야 한다. 하루종일 수학하지 말고, 나눠서 하거나, 수학을 하더라도, 개념이해시간, 기초문제 풀이시간, 기본 또는 응용문제 풀이 시간 등으로 나눠서 공부의 무료함을 적극 제거해야 한다.
9) PT 등의 지도를 받게 되면 돈이 든다. 공부도 제대로 된 컨설팅을 받으려면 돈이 든다. 스스로 또는 부모님의 코칭이 있으면 제일 좋겠지만, 학업 코칭(또는 학원 및 과외)을 받게 되면 당연히 돈이 든다. 제일 중요하면서도 돈이 안 드는 코치는 해당과목 학교 선생님이다.
10) 아무리 훌륭한 운동을 제공해도 받아먹는 것은 본인이다. 본인이 거부하면 효과는 없다. 공부도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비싸고 훌륭한 학원을 다녀도 자신의 뇌를 움직이지 않으면 돈, 시간 낭비이다.
11) 자기만족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함도 있다. 공부를 통해 자기만족, 자아실현을 하면 좋겠지만 대부분은 부모님, 선생님, 친구들 등의 이목을 신경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비교하기 시작하면 운동도 전국대회에 나가야 하는 것처럼, 공부도 끝이 없게 된다.(전국 1등 말고는..) 스스로 과거보다 얼마나 나아졌는지에 집중해야 한다.
12) 쉽게 근육이 생기지 않듯이, 공부도 금방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그래서 6개월, 1년 이상 해야 하는 것이다.
13) 포기하고 돌아오면, 다시 처음부터 해야 하듯 공부도 한 번 감을 잃어버리면 다시 처음부터 해야 한다. 중3 기말 고사 후 고1 첫 중간고사를 보는 친구들이 제일 당황한다. 학교급도 달라졌지만 그 만큼의 공백으로 인한 공부에 대한 감을 잊어버린 것도 한 몫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13) 땀나도록 하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 공부도 마찬가지로 집중하고 지치고 힘들어질 정도의 부지런함이 필요하다. 1시간 공부한 후 생색내는 아이들이 있고, 공부했다는 것을 벼슬처럼 부모님이나 선생님에게 강조하는 학생들이 있다. 그러나 진짜 열심히 운동, 아니 공부를 하면 그럴 여력이 있지 않을 것이다. 한 시간을 하더라도 몰입하면 뇌가 지치게 된다. 하지만 그 효과는 나중에 서서히 발휘가 된다.


코로나 19 상황 속에서 운동량이 급격히 떨어진 큰 아들의 몸이 심각해짐을 느끼고 저번 주부터 같이 운동을 다녔다. 상술인지 모르지만 트레이너들의 진단 끝에 PT 50회를 받기로 하고 거금을 주고 계약했다. 그리고 운동을 같이 다닌 지 일주일이 지난 지금 아빠로서 깨닫게 되었다.

'우리 아들이 왜 공부를 어려워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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