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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 영 재 Aug 05. 2019

새로운 한일관계를 위한 센스메이킹

창의적 문제 해결과 Sensemaking

주어진 문제에 대해 통상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여러 해결방안이 신통치 않거나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을 때, 우리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문제에 새롭게 접근한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어떻게 해야 진정 창의적이고 효과적인 해결책을 도출할 수 있을까? 


일본 정부가 전략물자 수출 화이트리스트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함으로써 촉발된 한일 및 한미일 간 분쟁과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대응방안을 결정하는 데 ‘Thinking outside the box’ 접근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특히, 기존 Box 안의 질서는 무엇이며, 이 Box 밖의 상황은 어떻게 전개되는지에 대한 적절한 센스메이킹(Sensemaking)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We cannot solve our problems with the same thinking we used
 when we created them.

창의적 문제 해결 접근방법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파악된 문제에 대해 기존의 사고의 틀에서 곧바로 해결책을 도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 직면한 문제가 발생한 상황을 기존의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고 그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것이 창의적 문제 해결의 첫 단계이다. 우선 새로운 시각과 해석을 가능하게 하는 사고의 틀을 재정립하고 이로부터 도출하는 문제의 본질과 원인에 대한 신선한 통찰이야말로 창의적인 해결책의 근간이 된다.


뉴욕의 한 오래된 빌딩에서 엘리베이터 대기 시간이 너무 길다는 불평이 엘리베이터 문 옆에 거울을 설치하고 나서 사라졌다는 유명한 사례가 있다. 대기 시간에 대한 불평의 본질이 물리적 시간이 아니라 심리적 무료함이다는 통찰이 값비싼 엔지니어링 솔루션 대신 간단한 환경 변화 솔루션으로 문제 해결을 가능케 한 것이다.


창의적 문제 해결의 다음 단계는 이러한 새로운 사고의 틀과 통찰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솔루션이 갖춰야 하는 속성과 대안을 평가하는 원칙을 새롭게 정립하는 것이다. 문제의 본질이 심리적 무료함인 경우, 굳이 물리적 시간을 줄이는 솔루션을 고려할 필요 없이 비용 효율적으로 심리적 무료함을 감소할 수 있는 솔루션을 고려하면 된다. 


창의적 문제 해결의 마지막 단계는 새롭게 정립된 속성과 원칙에 부합하는 다양한 대안들을  만들어내어 최적의 솔루션을 선택하는 것이다. 브레인스토밍 등 대부분의 ‘창의적 사고 기법’들이 이 단계에서 적용된다.


Simply pushing harder within the old boundaries will not do.
- Karl Weick

창의적 문제 해결의 핵심인 새로운 사고의 틀과 문제의 본질에 대한 새로운 통찰에 이르는 중요한 과정이 센스메이킹(Sensemaking)이다. 의사결정과 문제 해결에 있어서 센스메이킹이란 불확실성과 복잡성이 높은 상황의 모호성으로부터 일관된 의미의 상황 인식과 이해를 만들어 내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상황 속의 다양한 인물, 장소 및 사건들 간의 연계성을 이해함으로써 그 미래 궤적을 예상하고  적절히 대응할 수 있게 된다.


작금의 상황이야말로 애매모호하고 복잡하고 불확실성이 높다. 일본 아베 정부는 왜 그토록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민감한가? 자국 소재산업의 피해가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수출 규제 확대를 결정한 일본의 셈법은 무엇인가? 아베 정부가 아시아에서 꿈꾸는 일본의 역할과 위상은? 그동안 일본 기업에 막혀있는 한국의 첨단 제조업 시장 기회에 대해 유럽의 소재 및 생산설비 기업들의 움직임은? 아베 정부의 결정을 묵인 또는 동조하는 듯한 미국 트럼프 정부의 속셈은? 일본 수출 규제에 따른 손해와 불편에 대해 우리나라 기업과 국민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과 의지는?


현 상황의 본질이 국가와 개인간 법률적 배상의 문제에 대한 정치적 해법을 찾아야 하는 것인지, 동북아 및 나아가 아시아 전체의 헤게머니 재편의 포석 단계인지 아니면 과거 향수에 젖은 일본 극우 정치세력의 불장난인지... 우리가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하고 어떤 일관된 의미를 새롭게 도출할 수 있느냐에 따라, 우리나라의 미래가 과거의 연장선 상의 Box에 그대로 갇힌 의사결정에 따를지 아니면 새로운 궤적으로의 출발이 가능할지 정해질 것이다. 


과거에는 기술의 발전이 빠른 IT분야에서도 새로운 기술 패러다임으로 전이하는 데 10~2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이전 단계의 기술 패러다임에 익숙한 사람들이 조직 내 의사결정 라인에서 물러나는 세대교체가 필요했던 것이다. 이제 일본으로부터 독립을 되찾은 지 60년이 넘었다. 일본에 의해 그리고 일본을 통해 새로운 문화와 기술을 접하고 일본이 해석한 서양 문화를 소비하던 세대도 두 번에 걸쳐 바뀔 시간이다.


개인적으로는, 3.1 독립운동 100주년인 2019년에 드디어  우리나라가 광복 이후 60년 역사의 굴레에서 벗어나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는 천재일우의 기회가 되도록 우리나라 국민과 기업 그리고 정부가 힘을 합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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