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azon is taking over retail
책부터 시작하여, 초기에 가격 파괴로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과 경쟁자들을 잿더미로 만든 다음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기존 리테일 부문을 하나씩 정복해 온 아마존. Amazon이 상장 이후 Walmart의 기업가치를 따라잡는 데 18년이 결렸으나, 그 이후 2배로 뛰는 데는 2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런 아마존이 지난 6월 16일 유기농 식료품 체인인 Whole Foods Market (WFM)을 137억 불에 인수한다고 발표하였다. 이후 아마존의 시총은 인수가액보다 더 오르는 반면 직접적인 경쟁업체인 Supervalu의 주가는 14%, Kroger의 주가는 9% 하락하였고 리테일 부문의 강자인 월마트와 타겟도 각각 4.6%와 5.1% 씩 주가가 하락하였다.
아마존은 왜 WFM을 인수하고자 하는지, 또 주식시장은 왜 이렇게 반응하는지 이해할 수 있는 몇 가지 키워드를 살펴보자.
Grocery Market: 식료품/신선식품 시장은 연간 매출이 7~8천억 불의 가장 큰 리테일 세그먼트로서, 현재 아마존의 시장점유율은 0.2%이고 WFM의 점유율도 1.2%에 불과하여 향후 아마존+WFM의 성장 잠재성이 크다. 참고로 월마트의 점유율은 15%대 수준이다.
Cold Supply Chain: 현재 식료품/신선식품의 온라인 쇼핑 비율은 2~3%로 다른 리테일 부문 대비 매우 낮은 수준이다. 원래부터 경쟁이 치열하여 마진이 낮을 뿐 아니라, 기존 온라인 쇼핑 품목에 비해 부패하기 쉽고 배송 패키징도 어려워서 아마존의 Amazon Fresh 서비스도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었다. 이제 아마존은 WFM을 통하여 단숨에 전국을 커버하는 냉장 배송망과 460개의 매장 및 40년에 가까운 경험과 노하우를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Last Mile Delivery & Pick-up: 식료품/신선식품의 경우 특히 빠른/신속한 배송이 중요한데, 하루아침에 전국 460개의 매장이 말단 배달 및 고객 픽업 기지로 확보되었다. 가정에서 바코드 리더와 Alexa 음성 주문 기능을 가진 Amazon Dash Wand로 식료품을 쉽게 주문하고 2시간 배달받거나 직접 픽업하는 시나리오가 현실적으로 가능해진 것이다. 더욱이 식료품 외에 아마존에서 주문할 수 있는 다른 상품에도 적용 가능하다.
Data & Machine learning: 온오프라인 채널을 연계한 고객, 주문 및 배송 데이터 확보를 통하여 식료품/신선식품 분야에서의 인공지능 개발이 가속화되어 새로운 혁신이 가능해졌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 실험적으로 운영해 온 계산대가 없는 매장인 Amazon Go가 본격적으로 확산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Whole Foods Market 인수 발표로 식료품/신선식품 시장을 뒤흔들었던 아마존이 바로 그다음 주에는 패션 부문에서 Prime Wardrobe 서비스의 베타 론칭을 발표하였다.
온라인 쇼핑으로 옷을 살 때 가장 큰 고객 pain point를 정면으로 돌파하는 서비스로, 고객은 주문한 옷을 배송받아 직접 입어 보고 사고 싶은 옷만 선택하여 지불하고 나머지는 공짜로 반송하면 된다. 주문한 옷 중에서 3개 이상 구매하면 10% 할인, 5개 이상 구매하면 20% 할인을 받을 수 있다.
‘반품’이라는 온라인 패션 쇼핑몰의 가장 큰 문제를 역으로 고객에게 가장 유리한 서비스 요소로 뒤바꿔 경쟁 우위를 차지하려는 아마존의 전략적 발상의 전환이 신선하면서도 무섭다. 아마존이 이미 데이터 분석을 마치고 계산이 나와서 추진하는 것인지, 아니면 손실을 무릅쓰고 이제부터 데이터를 모으려는 것인지 궁금하다. 아무튼, 프라임 워드로브 베타 서비스를 발표하는 당일 다른 패션 리테일 회사의 주가는 추풍낙엽 신세...
리테일 분야에서 디지털 변혁 (Digital Transformation)을 가장 앞서서 이끌었던 아마존과 Jeff Bezos의 영향력은 리테일 분야를 넘어서 클라우드 서비스 AWS와 스마트 스피커 Amazon Echo를 통해 고객의 일상 곳곳에 퍼져 나가고 있다. 이제 검색과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모바일 생태계를 구축한 Google, 그리고 아이폰과 아이패드 및 맥 컴퓨터를 통해 ‘단일’OS 기반의 10억대 기기와 높은 구매력과 충성스러운 고객으로 구성된 생태계를 가진 Apple과의 일전(一戰)이 불가피해 보인다. 아니면 이 세 거인들이 상호보완적으로 공존하는 메타 생태계가 가능할 것인가? Stay tun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