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태어나서 첫 6년 동안 ‘나’는 누구인지, 그리고 ‘나’를 제외한 나머지 세상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동의 눈높이로 열심히 탐구합니다.
첫 6년이 지나면 ‘학령기(7-12세)’라 불리는 초등학생 시기가 오게 됩니다. 학령기 동안에는 집 바깥세상을 탐험하고 배워나가게 됩니다. 학교라는 사회에서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교우관계는 어떻게 하는 것인지 등 사회에서 통용되는 법과 규율을 체득하며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더불어 아이들이 학교생활을 하며 성취감과 자신감을 쌓아가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학령기(7~12세)’가 지나고 나면 ‘청소년기(12-18세)’가 옵니다. 어린이에서 성인으로 가기 위한 건널목의 단계가 바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청소년기, 사춘기 시기입니다. 태어나서 처음 6년 동안 내가 누구인지 아동의 연령에 맞는 생각과 탐험을 했다면, 청소년기는 12-18세 인지발달에 맞는 ‘나’를 탐색하는 시기입니다.
인생의 발달에도 순서가 있어요.
청소년기에는 성호르몬의 분비가 왕성해지면서 어른의 몸으로 서서히 변화와 함께 뇌가 발달하며 인지능력도 향상됩니다. 청소년기의 호르몬 분출은 일생의 호르몬 변화로 본다면 가장 호르몬이 많이 나오는 시기입니다. 폭발적인 호르몬 분비로 인해 신체와 감정이 급격하게 변하기 시작합니다. 격정의 파도를 통해 변화하는 시기인 것이죠. 집채만 한 파도가 치는 바다 한가운데 있다고 상상해 본다면 청소년기의 변화를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청소년기는 신체와 심리가 점차 어른처럼 발달하면서 독립적인 성향도 두드러지게 발달하게 됩니다.
영유아 시절의 “내가 할 거야!”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보면 됩니다.
영유아 시절과는 달리 사춘기 아이들은 실제로 본인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능력이 훨씬 발달하게 됩니다. 뇌의 발달로 인해 좀 더 성숙한 생각이 가능하게 되기 때문이죠. 하지만 독립적이고 싶은 어른의 마음과 다른 한편에는 아직은 부모님께 의존하고 싶은 유아적인 소망이 함께 자리 잡고 있습니다.
내가 할 수 있을까?...
혼자 모든 것을 해결해 보고 싶지만 아직은 부모님의 도움이 필요한 것들이 많다는 것에 좌절하기도 하고 화를 내기도 합니다. 우리 뇌에서 이성을 담당하는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은 만 25세가 되어야 비로소 발달이 완성이 된다고 합니다.
청소년기에 뇌가 발달하지만 전전두엽은 다른 부위에 비해 발달이 덜 되어 있기에 아이들이 고차원적인 판단보다는 감성과 본능에 조금 더 치우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떠한 일에 쉽게 좌절하거나 흥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 것이죠.
하버드 대학교수이자 저명한 심리학자 에릭 에릭슨(Erik Erikson)은 각 나이별에 따라 성취해야 하는 발달과업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정해진 나이에 과업을 수행해 내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 나이에 맞는 과업을 잘 이루어 낸다면 인생에서 맞이하게 되는 어려움이나 다양한 일들을 성숙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됩니다.
에릭 에릭슨은 청소년기의 가장 중요한 발달 과업은 자아정체성을 확립해 나가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청소년기 아이들에게 자아정체성의 발달이 중요하다는 것은 많은 분들이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자아정체성의 발달이라는 것은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요?
To be continued...
* 본 글은 싱가포르 교민잡지 Korean World 2022년 10월호에 기고된 내용을 나누어 올리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