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먹게 될까?
오늘 두릅을 따야 할 것 같아."
카톡으로 남편의 지시(?)를 받았다 . 아침에 출근하다가 두릅을 보긴 봤는데 바빠서 못 딴 모양이다.
바로 마당으로 나갔다. 내 키에 두릅나무가 너무 컸다. 깨금발로 서도 손이 닿질 않아 마당 난간에 올라서서 팔을 쭈욱 뻗었다. 두릅순에 겨우 손이 닿았고, 힘껏 분질렀다.
똑!
이 느낌 뭐지? 말로는 설명 못하겠다. 똑! 똑! 똑! 하고 드룹 따는 느낌이 너무 좋았다. 이것으로 말할 것 같으면 내 손으로 딴 생애 첫 두릅이다. 먹기는 많이 먹었지만, 두릅을 직접 딴 것은 처음이다. 손에 가시가 박혔지만 기분은 최고였다.
두릅나무는 몇 년 전 남편이 사서 심은 것이다. 어느날 일산시장에 가서 마른 나뭇가지 같은 걸 하나 사와서 두릅나무라면서 마당에 심길래 코웃음을 쳤다. 마른 나뭇가지에서 두릅이 날 것같지도 않지만, 설사 난다해도 한 가지에 하나만 나는데 누구 코에 붙이려는지...헛웃음만 나왔다. 그런데 이듬해 마른 나뭇가지에 두릅순이 보란듯이 나기 시작했고, 이후 점점 퍼지더니 지금은 열개 남짓의 가지가 올라와 있다. 최소 열개 정도의 두릅이 나오면 세 식구가 세 개 정도의 두릅을 먹을 수 있게 됐다.ㅎㅎㅎ
내년에 이 두릅은 누가 먹게 될까? 이사 가면서 두릅 매니아 남편은 두릅나무를 캐 갈 기세지만 난 두고 갔으면 한다. 솔직히 욕심이 나기도 했지만, 엄마가 집주인에게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놔두고 가라고 한다. 8년간 집주인과 세입자간 있을 수 있는 문제로 서운한 것도 있었지만, 나는 대체로 이 집에 만족하면서 살았다. 우리 딸은 이 집에서 건강하게 자라났고, 행복한 유년시절을 보냈다. 특히 아저씨에게 고마운 것이 많다. 우리가 긴 여행을 떠나면 주인 아저씨는 우리 집 반려견 여름이를 챙겨주었고, 그 더운 날 마당의 잔디도 다 깎아주셨다. 우리가 심은 두릅나무는 남겨두고, 살면서 있었던 자잘한 서운함은 훌훌 털어버리고, 대체로 좋았던 지난 8년의 기억만 안고 이 집을 떠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