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비

소주병 그분이 오셨네

by 무엇이든 씁니다

우리 가족은 저녁 먹고 꼭 동네 산책을 한다. 여름이를 산책시키기 위해서 시작된 거지만 어느새 우리 가족이 하루를 마감하는 소중한 의식 비스름한 것이 되었다.


동네 한 바퀴를 돌고 집에 거의 다 왔을 때 갑자기 여름이가 이웃집 울타리로 뛰어들었다. 남편이 순발력 있게 줄을 붙들긴 했지만 놀란 듯했다. 우이씨, 깜짝 놀랐네. 뭐가 있는 거야? 하며 풀숲을 들여다보았다. 어둑어둑해서 잘 보이지 않았다. 보통 고양이를 보고 흥분하는 경우가 많아서 고양이겠지 생각했는데 이런,,, 두꺼비가 떡 버티고 있었다.


저어기 그분이 보이나요? 좀 더 가까이 가볼게요.
떡두꺼비라는 말이 실감나는 위풍당당 자태


두꺼비 생긴 모양이 울퉁불퉁한 데다 밤에 보니 으스스한 느낌마저 있었다. 신기해서 쳐다보면서도 우리 쪽으로 튀어 오를까 봐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두꺼비도 잔뜩 긴장했는지 몸이 부풀어 올랐다. 우리가 보고 있을 땐 일시 정지했다가 딴 데를 보는 듯하면 긴 뒷발을 뻗어 하나, 둘, 셋, 세발자욱 정도를 움직였다.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그 사이 소식을 들은 동네 아이들이 뛰어나왔다. 두꺼비는 안 되겠다 생각했는지 과감하게 성큼성큼 움직였다. 징그러우면서도 귀여운 뒤태를 자랑하며 깜깜한 풀숲으로 사라졌다.


주종을 바꾸라는 계시인가? 소주 한 잔 생각나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