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의 세계

어쩌다 마주친 그대

by 무엇이든 씁니다

산책하는데 이웃집 아저씨가 작은 소쿠리를 들고 사부작사부작하며 뭔가를 따고 있었다. 사족이지만 아저씨 집 마당에 택시가 있는 걸로 봐서는 택시 운전사이신 것 같고, 앞집 고양이가 아저씨 마당의 새를 죽여서 격분하신 적이 있는 걸로 봐서 적어도 고양이보단 새를 좋아하고, 산책할 때마다 우리 여름이에게 이리 와 보라며 호감을 보이는 걸로 봐서 개도 좋아하시는 것 같다. 마스크를 안 쓰고 있기도 했고, 나름 사나운 진돗개인 여름이를 동반하고 있던 터라 가까이 다가서진 못하고 멀찍이 서서 아저씨에게 물었다.


"아저씨, 그게 뭐예요?"



사투리가 충청도 분이신 게 100% 확실시되는 아저씨가 하나를 집어 올려 내 쪽으로 보여주셨다. 사회적 거리를 유지한 상태에서는 꼭 땅콩처럼 보였는데, 고개를 쭉 빼고 자세히 보니 허리 잘록함이 없어서 땅콩은 아니고, 어둑어둑한 색깔이 생강이나 돼지감자처럼 보이기도 했는데 너무 매끈했다. 무엇보다 땅콩과 생강은 땅에서 캐는 것들이지 따는 것들은 아니지. 게다가 저 열매가 주렁주렁 달린 나무는 단풍나무처럼 보였다.


"이거유? 이거 마에유. 마! 이거 가져다 울타리나 나무 아래 조르르 심으면 이렇게 나무를 타고 올라가면서 열매가 달려요."


마요? 내가 넘나 좋아하는, 그냥 생으로 깎아 먹어도 맛나고, 갈아먹어도 맛나고, 죽 끓여먹어도 맛나고, 구워 먹으면 더 맛난 마라니!!! 세상에 마가 이렇게 열매처럼 달릴 줄은 꿈에도 몰랐다. 생긴 거나 이름이나 땅속 식물 같은데. 참으로 신기할세!


농약 안 쳤으니 그냥 껍질째 씹어먹어 보라고 몇 알을 나눠 주셨다. 덥석 받아서 입에 털어 넣었다. 아삭하고 끈적하고 밍밍한 마가 맞다. 새로운 것을 알았을 때, 그것이 나의 상식과 통념을 넘어설 때 느끼는 희열을 매우 많이는 아니고 열매 크기만큼 쬐끔은 느꼈다.


집에 와서 검색을 해보니 마의 종류도 많다. 내가 알고 있었던 길쭉하게 자라는 건 길어서 '장마', 감자처럼 생긴 '둥근 마', 산속에서 자라는 '참마'가 있는데 모두 땅속에서 자라고 '열매 마'는 넝쿨 줄기에서 자란다. 아저씨에게 얻어온 요 마, 당장 울타리에 심어야겠다. 그리고 친구들한테 자랑해야지! 놀러 오면 한 알씩 맛 보여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