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불로소득
킁킁. 앗, 이 냄새는? 하던 일을 멈추고 모든 감각을 코의 신경에 집중한다. 코를 벌름벌름거리며 최대한 많이, 흐읍하며 숨을 깊게 들이마신다.
깨가 쏟아진다. 해와 바람에 바짝 마른 들깨 더미를 도리깨로 툭툭 내리치자 투두둑 투두둑하고 깨가 쏟아진다. 한 해 동안 여물었던, 장마도 견디고 태풍도 이겨낸 코투리 속 낱알들이다. 깨 터는 소리에 냄새가 뒤따라 오면서 깨 터는 냄새가 진동을 한다. 터는 데는 리듬이 있다. 냄새는 리듬을 타고 바람을 타고 춤을 춘다. 가볍게 코끝을 톡 건드리기도 하고, 한 번에 폐까지 가닿을 기세를 부리기도 한다.
들깨 터는 냄새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냄새다. 깨를 볶는 것도 아닌데 털기만 해도 고소한 냄새가 진동을 하다니. 놀랍기만 하다. 불의 힘을 빌리지 않고 그냥 바짝 마른 채로 이 정도 강력한 존재감을 발휘하는 냄새도 드물다. 할머니는 잘 마른 깨를 털었을 뿐이고, 나는 공짜로 이 좋은 냄새를 맡는다.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앉아서 얻은 불로소득이고 바로 이웃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혜택을 받는 이른바 외부효과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나저나 들기름이 얼마나 나오려나. 할머니 4남매에게 한 병씩 돌아가기는 하려나. 긴 장마에 깨 농사가 잘 안됐다고들 하는데 할머니네는 그냥저냥 할 것 같다고 하신다. 할머니의 그냥저냥은 잘 됐다는 의미다. 깨 터는 소리에 어깨를 들썩이고, 캐 터는 냄새에 황홀해하며 할머니가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시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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