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 법석2

좋아하는 것들의 장소

by 무엇이든 씁니다

주말 아침 첫 시작은 산책이다. 곧 비가 온다고, 비가 오기 전에 빨리 다녀오자고 남편이 졸라댄다. 어제 늦은 시간까지 불금을 즐긴 딸은 아직 잠이 덜 깨서 비몽사몽 하다. 싫다고, 더 잔다고 할 법도 한데, 일어나 쫄래쫄래 잘 따라나선다.


매일 같은 길을 가도 매번 다른 길이다. 특히 봄에는 하루하루가 다르고 매일매일 새롭다. 지난주 산뜻하게 예뻤던 산수유 꽃은 어느새 빛이 바래 있었고, 수줍게 군데군데 피어있던 진달래는 지천에 활짝 피어 있었다.


꽃길을 따라 걷는 따님


내가 진달래에 푹 빠져 있는 동안 딸과 남편이 사라졌다. 불러도 대답이 없다. 나만 두고 먼저 내려간 줄 알고 씩씩거리며 뛰어가는데 어디선가 소곤소곤 거리는 소리가 나를 멈춘다. 두 부녀가 언덕 위에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엄마, 여기 네 가지 색이 있어!’ 딸이 손을 내밀며 올라와 보라고 했다. 와! 여기 예쁘다!



진달래와 개나리, 산매화와 주목이 함께 어울려 피어 있고, 여름이가 킁킁거리며 자기가 좋아하는 남새를 쫓고 있었고, 남편과 딸이 나란히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꿈 이야기였다. 딸아이의 현재 꿈은 작가 아니면 패션 디자이너다. 꿈이야 매번 바뀌는 것이지만, 늘 창작 욕구가 큰 딸은 창작하는 꿈을 품는다. 앞으로 뭘 창작할지 모르겠지만, 뭐가 됐건 오늘 우리가 함께 보낸 시간, 우리가 함께 있었던 장소, 그 안의 계절과 자연, 빛과 바람과 냄새, 그리고 우리가 나눴던 이야기들이 먼 훗날 창작과 행복의 토양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다가, 아니 멀리까지 갈 것도 없지! 지금 여기가 바로 그곳이지, 그곳은 그렇게 멀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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