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것을 사랑하다
매일 가다가 딱 하루 안 갔던 거 같은데 전혀 다른 시공간으로 바뀌어있다. 보라색 제비꽃 밭이었는데 하루 만에 하얀색 씀바귀 꽃밭으로 변해있다.
씀바귀 꽃을 좋아하는 친구에게 사진을 보내주려고 사진을 찍는데 갑자기 바람이 불고 꽃이 흔들린다. 초점이 자꾸 빗나가서 바람이 그치기를 기다리면서 가만 꽃을 보고 있노라니 꽃이 흔들릴 때 더 예쁜 것 같다. 아, 맞다. 나는 흔들리는 것을 사랑하지.
까맣게 잊고 있던 옛날 생각이 났다. 난 어릴 때부터 교회를 다니다 말다를 반복했다. 아주 어릴 땐 할머니 손에 이끌려 다녔고, 고등학교 때는 남자 친구 만나서 놀려고 다녔고, 대학 때는 성경 공부를 핑계로 이 교회 저 교회를 전전하면서 다니다 말다를 반복했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도 이 교회 저 교회를 기웃거렸다. 믿는 거 같다가도 아닌 거 같고 나의 믿음은 늘 보잘 것 없고, 자꾸 흔들렸다.
미국에서 체류할 때 미국사람 친구의 손에 이끌려 정말 미국 사람들만 다니는 교회에 갔다. 미국 생활에 이런저런 도움도 받고 영어 공부도 하려던 실용적인 목적 때문이었다. 그때 목사님과 (안 되는 영어로) 면담을 하는데, 나한테 신을 믿느냐고 물었다. 음...한국에서는 늘 믿는다고 했는데 미국에서는 이상하게 솔직해졌다. 난 잘 모르겠다고, 믿는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다고, 나의 믿음은 늘 흔들린다고 했다. 그랬더니 그 목사님이 바로 그게 믿는 거라고, 확고한 게 믿음이 아니고 늘 질문하고 의심하고 흔들리는 게 믿음의 증거라고 했다. 그때부터 난 흔들리는 것을 긍정하고 사랑하게 되었다. 오늘도 난 흔들린다. 사정없이 흔들린다. 고로 너무나 존재한다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