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를 한다
딸이 워낙에 이야기하는 걸 좋아한다. 집에서도, 밖에 나가서도 이야기를 잘한다.
밖에 나가서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를 한다. 가끔 안 했으면 좋겠는 이야기도 막 하고 다닌다. 부부 싸움한 이야기, 나의 이기심, 이중성을 까발리는 이야기는 좀 안 했으면 좋겠는데 그런 이야기일수록 거침없이 한다. 없는 이야기를 지어내는 것도 아니고, 자기가 보고 들은 이야기를 하는 거니 뭐라 할 수도 없다. 그래도 부부싸움 같은 얘기는 하지 말라고 말조심을 시킬까, 하고 생각한 적이 있지만 곧 쓸데없는 짓이라는 걸 깨달았다.
우선 가벼운 에피소드 하나. 우리가 처음 집을 지어 이사 왔을 때 딸이 집 소개를 하곤 했다. 우리 집 거실을 소개할 때 딸이 여기는 tv방으로 소개하길래, 딸에게 'tv방은 좀 그렇고, 패밀리룸이라고 하는 건 어때?’ 하고 부탁했다. 그랬더니 그다음부터는 '여기는 엄마가 고상하게 패밀리룸이라고 소개하라고 부탁한 tv방'이라고 소개하는 게 아닌가? 완전 빵 터졌다.
가장 충격적이면서 재미있었던 에피소드는 부부싸움 랭킹 사건(?)이다. 친한 아이들끼리 모여서 누가 누가 더 많이 싸우는지, 자기 부모들의 부부싸움을 돌아가면서 얘기한 후 부부싸움의 빈도와 강도를 기준으로 순위를 매겼다는 말을 들었을 땐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비밀이란 없구나, 애들 앞에서는 숭늉도 마음대로 못 마신다는 말을 실감한다.
조심시켜봐야, 하지 말라고 해봤자 소용없다. 말하면서 죄책감만 가질 뿐이다. 종종 '이건 엄마가 말하지 말랬는데...' 하면서 이야기를 하는 아이들이 있다. 그러면 나는 하지 말라고 한다.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괜히 불편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근데 그래도 한다. 말려도 한다. 안 좋은 이야기일수록, 하지 말라고 한 이야기일수록 하고 싶은가 보다. 자신의 힘들고 불안한 마음을 누군가 들어주길 바라고, 더 나아가 공감받고 위로받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인 것 같다. 우리 집만 그러는 게 아니라 다른 집도 다 그러고 산다는 얘길 들으며 서로 위로받고 안심한다고 한다. 그러니 밖에 나가서 말하는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닐 지도 모르겠다.
가장 좋은 건 밖에 나가서 말하면 안 되는 이야기를 안 만드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알려지기 싫은 건 하지 않는 게 좋다. 부부싸움도 안 하면 좋고, 남의 이야기(특히 험담)는 되도록 안 하면 좋다. 근데 그게 마음대로 되나? 그게 되면 성인군자게?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나는 요즘 부부싸움은 문자로 하고, 아이 앞에서는 웬만하면 참으려고 노력한다. 남들의 이야기도 가능한 삼간다. 특히 매일 보는 선생님이나 자주 보는 사람들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는 웬만하면 안 하려고 한다. 나의 부정적 표현이 아이에게 선입견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정말 욕하고 싶을땐 아이가 없을 때, 아이가 없는 곳에 가서 하고 온다. 욕도 못 하고, 싸움도 내 맘대로 못 하니 참 피곤하다. 그래서 점점 안 하게 되긴 한다. 해서 뭣하나 싶고. 그렇게 안 하면 좋고, 한번씩 폭발할 거 같으면 저 멀리 나가서 빵! 터뜨리고 온다. 참 피곤한 인생이지만 어쩌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