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식탁이 된 기분

#9. 빨강 체크 홈드레스

by 무엇이든 씁니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자 홈드레스가 필요했다. 나의 홈드레스 고르는 기준은 외출복보다 까다롭다.


위아래가 하나인 원피스일 것-코디할 필요 없음, 입고 벗기 편함

가슴이나 허리를 조이지 않을 것-그동안 충분히 많이 조여왔음

제법 톡톡한 천일 것-노브라 커버

금방 잘 마르는 천일 것-밤에 빨아서 다음 날 아침에 입을 수 있어야 함

잠옷도 되고, 간단한 외출도 가능한 옷



이렇게 많은 조건을 한번에 충족시키는 홈드레스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 당근 마켓에서 혜성과 같이 나타났다. 게다가 플러스 알파다. 조건으로 내걸지도 않았던 평소 애정 하는 체크무늬에, 내 옷장에 가득 찬 블루 계열도 아닌 빨간 색이었다. 여기에 하얀 앞치마만 두르면 알프스 소녀 하이디의 옷처럼 약간은 동화적인 느낌이 나는 옷이였다.


디자인이 예뻐서 직구로 구입했는데, 55인 자신에게 조금 커서 한 번도 못 입었다고 했다. 오호! 좀 마른 체형이시군요. 그럼 저에게 딱 맞겠군요, 어디시죠? 당장 갈게요. 다행히 당장 갈 수 있는 반경 300미터 안에 위치하고 있었다. 냉큼 가져와서 잘 입고 있다. 100%, 200% 만족이다. 그런데 한 가지 불만이랄까, 홈드레스를 입고 있는 내 모습을 처음 본 사람 열이면 아홉이 이렇게 묻는 게 아닌가?


"그 옷 테이블보로 직접 만든 거예요?"


뭬야? 테이블 보라니! 직접 만든 거냐니? 그렇게 허술해보인다고? 이래 봬도 거금 7천 원 주고 산 옷이라고!!! 완전 새옷은 아니지만 한번도 안 입은 새옷 냄새나는 새옷이라규!!! 같은 말을 계속 듣다 보니 가끔 내가 식탁이 된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