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수업을 하면 생기는 일

공개와 노출의 부작용

by 무엇이든 씁니다

딸아이가 저학년 때는 공개수업을 하면 꼭 갔었다. 딸이 꼭 와달라고 신신당부를 하기도 했고, 저학년 때는 학교에서 잘 지내나 궁금하기도 했다. 공개수업을 지켜보는 부모의 마음은 복잡하다. 자식의 사회생활을 지켜보는 재미도 있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보이면 속이 부글거린다. 공개수업은 그야말로 공개용이어서 공개수업의 주인공은 단연 발표 잘하는 아이다. 발표도 안 하고, 대답도 잘 안 하고, 자세도 삐딱하고, 태도도 불량하면 지켜보는 부모는 속에서 천불이 난다. 다른 거 다 잘하는데 발표를 잘 못 하는 아이 엄마의 굳은 얼굴을 본 적이 있다. 그 한 번의 공개수업으로 아이에 대한 편견이 생길 수 있다. 어느 하루 어떤 수업의 단면을 보는 것이 서로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 건지 회의감이 들어 이후 공개수업에 가지 않았다. 안 보는 것이 나도 편하고, 아이도 편하다. 아이들도 부모에게 자신의 사회생활을 다 보여주기보다는 편집해서 보여주고 싶을 것이고, 나머지는 개별 상담 때 선생님에게 들으면 된다.


집에서 하는 온라인 수업은 매일 공개수업을 하는 느낌이다. 특히 우리 집은 복층으로 위아래가 뻥 뚫려 있어서 소리가 다 들린다. 나는 의도적으로 안 들으려고 노력한다. 그게 수업을 하는 교사나 아이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공개수업 참관을 중단했던 이유처럼 들리면 들리는 대로 신경이 쓰는 게 싫어서다. 교사의 입장에서도 부모들이 함께 수업을 듣고 있다고 생각하면 굉장히 부담스러울 것이고, 아이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내 의지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수업 내용은 계속 노출된다. 들으려고 하면 얼마든지 들을 수 있다. 내 휴대폰을 이용해서 과제를 찍어서 올리기도 하고(그 흔적이 휴대폰에 남고), 기술적 도움을 요청하기도 하고, 교과서와 노트와 시험지가 책상에서 뒹굴고 있다. 아이가 무슨 공부를 하고 있고, 어느 수준으로 수행하고 있는지 마음만 먹으면 다 알게 된다. 위두랑 게시판에 아이들의 과제가 업로드되어 있어 마음만 먹으면 다른 아이들과 비교도 가능하다. 딸은 엄마 속도 모르고 자꾸 잘한 아이들 결과를 나에게 보여준다. 견물생심이라고 보면 마음이 생기는 법, 필요 이상의 정보는 쓸데없는 개입과 불필요한 평가, 비교의 유혹에 시달리게 한다.


나의 경우는 아이의 일거수일투족을 보는 것이 괴롭지만, 못 보는 부모들의 경우도 못 봐서 괴로울 것이다. 내가 출근하고 아이가 혼자 집에서 온라인 클래스를 하고 혼자 밥도 챙겨 먹어야 한다면 그 또한 아이가 제대로 줌에 접속하고 제대로 수업을 하고 있는지, 무슨 문제는 없는지, 유튜브를 보거나 게임을 하는 건 아닌지, 밥은 제대로 먹고 있는지 걱정되고 불안할 것이다. 이렇듯 원격 수업은 옆에서 지켜봐도 괴롭고, 못 봐도 괴롭다. 이 상황이 길어지면 모두의 정신 건강에 안 좋을 것 같다. 하루빨리 학교에 가서 이런저런 꼴을 안 보고 싶다. 학교에서의 일은 선생님과 아이에게 맡기고, 난 아주 가끔만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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