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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가여니 Jun 28. 2022

분명 무의미하지 않다

  이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려고 하는 사람과 굳이 필요하지 않을 때도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사람. 어지간히 덥지 않으면 에어컨을 켜지 않는 사람과 추울 정도로 에어컨을 켜고 있는 사람. 배달음식을 최소화하려는 사람과 집 앞에 있는 식당에서도 배달을 시키는 사람. 정말 필요할 때만 소비를 하는 사람과 물건을 계속 새것으로 바꾸는 사람. 최대한 쓰레기가 나오지 않도록 장을 보는 사람과 항상 식료품을 배달시키는 사람. 물티슈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사람과 휴지 쓰듯이 물티슈를 사용하는 사람. 과도한 육식을 지양하는 사람과 고기를 많이 먹는 것이 미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환경보호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내가 전자의 사람이고 후자에 속하는 사람들을 모두 비난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렇게 의미가 전달될까 봐 글을 쓰기 전 고민을 했다. 나는 전자에 속하기도 하고 후자에 속하기도 한다. 일회용품을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다가도 '한 번인데 뭐 어때' 하며 비닐이나 플라스틱을 사용하기도 하고, 집에서 음식을 해 먹다가도 귀찮아져 배달음식을 가끔 시키기도 한다. 에어컨이나 난방을 되도록이면 적게 틀려고 하지만, 이 글을 적고 있는 지금도 더워 미치기 일보 직전이라는 이유로 에어컨 앞에서 노트북을 두드리고 있다. 나는 완벽한 친환경적인 생활을 하고 있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생각이 없어서 쓰레기를 마구 만들고 있다는 식의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누구나 전자에 속하기도 하고 후자에 속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 우리 주변에는 분명히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기후위기와 환경보호를 최소한 의식하고 살아가는 사람과 내일이 없을 것처럼 소비하는 사람 말이다. 



  이미 인류와 지구의 데드라인을 2050년, 심지어는 2040년으로 예견하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는 시점에서, 극강의 편리함과 소비의 만족감을 계속해서 추구하는 이 분위기에 나는 도통 적응할 수가 없다. 이전에는 옵션으로 여겨졌던 건조기, 식기세척기, 제습기 등과 같은 가전제품은 이제 필수로 구비해야 하는 수준이 되었고, 망가지지 않았음에도 전자기기나 차를 새것으로 바꾼다든가 유행에 따라 옷이나 물건을 계속해서 산다든가 하는 경향은 여전히 존재한다. 어떻게든 쓰레기를 줄이고 최소한의 에너지를 배출하면서 생활하려는 쪽이 있는 한편, 당장의 편함이 더 중요한 쪽이 있다. 이들의 무심함은 기후위기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는 정도여서, 기후위기는 사실은 몰래카메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환경이 급격하게 변하는 것이 피부로 느껴지는 요즘인데도, 단순 스트레스 해소를 목적으로 소비를 하고 에너지를 물 쓰듯 쓰는 것에 아무런 죄책감이 없는 사람들이 아직도 다수로 존재한다는 사실은 나는 이해하기가 힘들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나조차도 육식을 즐기고, 더우면 에어컨을 켜고 추우면 난방을 하고, 불가피하게 비닐과 플라스틱을 사용하고 있기에 이런 글을 쓰면서도 과연 그럴 자격이 있는가 하며 한 발짝 뒤로 물러나게 된다. 나는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 저 사람은 저 행동만으로 아무 생각도 없고 문제의식도 없는 사람으로 규정할 자격이 나에게 있는가. 일회용품을 줄이는 노력을 한다는 사실만으로 도덕적 허세에 빠지는 것은 아닌가. 생활에 부족함이 없으니 입 바른 소리를 편하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닌가. 그러나 동시에 물티슈를 한 번에 여러 장 쓰고 버리고 에어컨을 강풍으로 계속해서 틀어대는 사람을 보면 나도 모르게 색안경을 끼게 되는 것이다. 혼란스럽다. 



   하루 종일 일을 하고 와 지쳐 편리함을 먼저 찾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내가 평소에 사고 싶었던 것을 사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행위 자체를 비난할 수는 없다. 환경 보호를 이유로 눈앞의 행복을 모두 희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금의 기후 위기는 개인의 노력만으로 바꿀 수 없을뿐더러, 이미 변화시킬 수 있는 지점은 넘어섰는지도 모른다. 전 세계의 국가와 기업이 모두 협력한다고 해도 가속화된 환경 변화는 막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는 태도로 에너지를 마구잡이로 사용하거나 옷이나 물건을 유행에 따라 계속해서 소비하거나 일회용품을 아무런 의식 없이 사용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다. '나 하나가 아껴서 뭐해'와 같은 개인의 생활방식이 모여서 이런 결과를 낳지 않았는가. 조금의 불편함은 감수하지 않는 태도가 쌓여 이렇게나 많은 플라스틱을 지구에 안겨주지 않았는가. 소비를 권장하는 분위기가 모여 쓰레기를 만들고, 육식을 권장하는 분위기가 공장식 축산업을 키워 온난화를 더욱 가속화시키지 않았는가. 분명히 개인이 사회에 기여하는 바는 적지만, 절대적인 0은 아니다. 다른 것은 모두 제쳐둔 채 편리함과 순간의 만족감만을 추구하는 우리의 생활방식이 지금의 위기를 가져왔듯이, 그 반대의 노력도 절대 무의미하지 않을 것이다. 쓰레기를 완벽하게 만들지 않을 수는 없지만 줄이려는 노력, 차를 안 탈 수는 없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는 노력, 고기는 좋아하지만 일주일에 하루는 채식을 하려는 노력. 이 노력들이 모여서 사회 분위기를 만들고 우리가 처한 현실을 바꾼다. 분명 무의미하지 않다. 


  

  그러는 너는 잘하고 있냐고 되묻는다면 할 말이 없지만 나를 위해서라도 이 글을 쓴다. 분명 무의미하지 않다는 믿음을 가지고 하루를 시작한다. 에어컨 대신 선풍기를 켜고 일회용품을 쓰지 않기 위해 텀블러와 용기 그리고 장바구니를 준비한다. 아무런 변화를 가져오지 않더라도 최소한 나는 노력했음을 나 자신은 알지 않는가. 분명 무의미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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