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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가여니 Aug 29. 2022

글을 쓸 소재가 없다

결국 이렇게 되고야 말았다. 글을 쓸 소재가 없다.


어지러운 일상 속에서 생각의 배출구가 되어주는 글쓰기는 가끔 이렇게 숙제가 되어 나에게 돌아온다. 멋들어지게 사는 게 이러네 저러네 늘어놓던 내 글쓰기의 실체가 이것이다. 소재를 발견하여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글을 쓰기 위해 소재를 미친 듯이 찾아 헤매는 꼴이다. 아마 정기적으로 글을 쓰는 자라면 모두 그럴 것이다. 그럴 거라 믿고 싶다.


글로 풀어쓸만한 소재거리가 없을까 하며 별거 없는 하루 동안 나는 안테나를 세운다. 아침에 일어나 기분이 좋으면 좋은 대로 안 좋으면 안 좋은 대로, 하루를 시작하는 마음에 대해 써볼까 생각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어떤 사람과 부딪히기라도 하면 기분이 나쁜 동시에 '이걸 두 장 짜리 글로 풀어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고 생각한다. 요가를 하거나 달리기를 하는 도중에도 글로 쓸 만한 깨달음을 얻을 수 없을까 생각한다. 실상은 너무 힘들어 헛구역질을 하며 빨리 이 시간이 끝났으면 좋겠다고 되뇌일 뿐이다. 새로운 사람과 만나거나 오래된 친구와 시간을 보내거나 집안일을 하거나 피곤한 하루를 끝내고 집으로 터덜터덜 돌아오거나 하는 동안 나는 내내 촉각을 곤두세운다. 뭔가 쓸 거리가 없을까. 반짝이는 포인트가 없을까. 


그러나 없다. 모두 스쳐 지나가는 단상일 뿐이다. 새 글을 어서 만들어내야 하는 나는 초조해진다. 이렇게 주객이 전도된다.



하지만 장점이라면 장점이고 단점이라면 단점일 수 있는 것은 내가 꾸며내는 데 서툴다는 사실이다. 포장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내게 큰 인상을 주지 못한 주제에 대해 이런 문장 저런 문장을 써 가면서 한 장 두 장 부풀리지를 못한다. 대단한 글쟁이도 아니면서 진심이 아니면 글이 안 써진다나 뭐라나. 유려하고 세련된 문장으로 가득차 있어도 그 안에 진심이 있는지 없는지는 분명히 읽는 사람에게 전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비록 가상의 독자들에게 새 글을 빨리 보여주지 못하더라도 나는 기다리는 걸 선택한다. 글로 쓰지 않고는 못 배길, 내 머리 속에서 끄집어내지 않고는 못 배길 무언가가 오기를 나는 기다린다. 언제나 그랬듯이 언젠가는 올 것이다. 

그리고 오늘도 나는 내 무기인 솔직함을 장착하고 타이핑을 한다. 글쓰기 거리가 없음에 대해 글을 쓰기로 한다.  


그나저나 이제 글쓰기 자체를 주제로 이렇게 글을 써버렸으니 이제 정말 총알이 다 떨어져버렸네. 비상시 카드를 써버렸으니 다음엔 어떻게든 뭔가를 찾아서 써야할텐데,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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