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영화 <만약에 우리>의 원작, <먼 훗날 우리>

가슴 속에 묻어둔 그들의 시절인연은 축복일까, 저주일까?

by 연이


최근 <만약에 우리>라는 영화가 화제다. SNS에는 "전 남자친구가 생각난다", "눈물이 펑펑 났다"는 후기들이 넘쳐났다. 심지어 영화를 보고 갑자기 이별했다는 후일담까지도...


'도대체 어떤 영화길래…?!?!'


대체 무슨 내용이길래 이렇게들 난리인지 궁금해서 찾아봤다. 아쉽게도 나는 현재 외국에 있어서 한국 리메이크본이 아닌 원본 영화 <먼 훗날 우리>를 보게 됐다. 괜찮은 선택이었던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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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의 매력


원작이 중국 영화이다 보니 한국의 분위기와는 또 다른, 외국 영화만의 분위기가 있었다. 특히 현재 시점이 흑백 영상으로 나올 때 되게 매력적이었다. (왜 흑백인지는 영화를 보면 나중에 나온다.) 그리고 후술하겠지만, 원작의 내용이 리메이크 버전보다 좀 더 날 것의 느낌이 난다.


~~스포일러 주의~~


이야기는 남자주인공 (린젠칭)과 여주인공 (팡샤오샤오)가 베이징에서 고향으로 가는 귀성열차에서 만나면서 시작된다. 청춘과 열정 외에 가진 건 많지 않지만, 그들은 베이징에서 살아남고야 말겠다고 다짐한다. 다른 나라를 배경으로 하는 내용이었지만, 그들의 빛나는 모습에서 서울에 상경하는 꿈 많은 청춘들의 삶이 보이는 것 같았다.


image.png?type=w773 낭만적을 의도한 듯 하나, 주인공들의 안전을 걱정하게 하는 장면들이 많았다는 게 함정...

한편으로는 리메이크판 <만약에 우리>에서는 안 나올 법한, 날것의 장면들이 많았다. 여주인공이 조건만 따지면서 이상한 남자들을 만나는 장면도 꽤나 적나라하게 나온다. 그래서 여주인공에게 되게 정이 안 가서 대체 이게 무슨 감동적인 영화가 될 수 있는지 의아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의 환경에서 벗어나고 싶은 여주인공의 마음을 이해해 볼 수도 있을 것 같았고, 영화가 전개될 수록 남자가 여주인공에게 아깝다는 생각이 더 들었다.


특히 리메이크판 <만약에 우리>의 같은 장면과 달리, 원작 <먼 훗날 우리>에서 여주인공이 먼저 남주인공에게 다가가 키스하는 장면이 무척 매력적이다. 오히려 여주인공이 먼저 다가가는 모습이 '남주가 저러거도 안 반할 수가 있나?' 싶었다.


image.png?type=w773 잘 좀 해라 남주야!!

더 나아가 주인공들이 대학을 다니기는 커녕, 지하철에서 불법복제 CD를 판다. 그들이 사는 환경도 정말 '저런 데에서 사람이 산다고?' 싶은 생각이 들만큼 열약한 환경이다.


심지어 영화 중간에 갑자기 남주인공이 잡혀서 감옥에 가기도 한다! 여러모로 약간 덜 다듬어진, 하지만 그래서 더 현실적이고 매력있는 전개였다.


기억에 남는 장면은 주인공들이 아끼던 소파를 뒤로 하고 떠나는 장면이다. 소파가 서서히 멀어지는 걸 비추는 연출이 왠지 모르게 여운이 진해서 기억에 남는다. <만약에 우리>에서도 같은 상징성을 지닌 소파가 나온다. 하지만 원작의 정감 가는 누더기 소파에 비해 왠지 너무 새것 같아서 원작을 본 입장에서는 조금 아쉽기도 했다...

image.png?type=w773 원작의 누더기 소파에 비해 너무 모던한(?) 소파


슬프면서 아이러니했던 장면들

영화 속 주인공이 여자를 잃고 나서야 성공을 이룰 수 있었다는 게 참 아이러니했다. 그 둘은 "만약"을 가정하지만, 어쩌면 이별이 그가 성공적인 게임을 만들 수 있게 해준 기폭제가 되었다는 사실이 참 묘하다. 서로를 잃고 나서야 직업적으로 성공한다는 전개는 LA를 배경으로 한 어떤 영화를 떠오르게 한다.


그리고 금전적으로 성공하고 난 뒤에 오히려 여자와 자신의 아버지의 마음을 놓치는 주인공의 모습도 아이러니했다. 영화 초반에 여자가 만났던, 마음이 아닌 조건만 내세우며 여자를 사로잡으려는 전남친들의 모습을 남자가 닮아 버린 것 같아서 참 아이러니했다. 또, 남자 주인공은 게임을 통해 영화 속에 수많은 다른 사람들이 마음을 전할 수 있게 도와주면서, 정작 그는 끝내 그의 마음을 게임에서처럼 제대로 전하지 못했다.


"만약"을 가정하게 되는 '시절 인연'

영화를 보면서 그들의 관계를 "시절 인연"이라고 부르는 말에 공감했다. "만약 우리가 ~했다면 어땠을까"를 이제 와서 가정하는 건 참 의미가 없지만서도, 안타까운 마음에 자꾸 그 질문을 곱씹게 되는 것도 어쩔 수 없나보다.



다른 건 몰라도 특히 여주인공이 헤어지려고 했을 때, 그녀를 쫓아나선 남자 주인공이 지하철 문을 앞에 두고 아무것도 안 하는 장면은 정말 두고두고 생각난다. 그는 왜 그 순간에 아무것도 안 했을까? 만약 그가 다른 행동을 했다면, 그들의 미래도 크게 달라질 수 있었을까?


image.png?type=w773 ㅜㅜㅜㅜㅜㅜ

내 생각에 남주는 여주를 잡을 기회가 정말 많았다. 헤어지고 나서 지하철에서도 기회가 있었고, 나중에 아버지네 식당에서 그녀를 다시 만났을 때도 기회가 있었고, 게임을 만들고 나서도 기회가 있었다. 게임에서는 전한 미안하다는 말, 사랑한다는 말이 여자 주인공을 끝내 붙잡지 못한 게 참 아이러니하고 안타까웠다.


"I miss you."
"나도 보고 싶었어."
"내 말 뜻은 내가 널 놓쳤다고."


하지만...한편으로는 영화 속 두 사람의 재회를 보면서, 남자의 아내 분이 생각나는 것도 어쩔 수 없었다. 아내 분의 입장에서 생각하자면 정말 배신감 드는 재회일 것 같아서 보는 왠지 내가 죄 짓는 기분이 들었다.

image.png?type=w773 아름다운 장면이지만...내가 부인이라면...ㅂㄷㅂㄷ

아내가 남편을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지 자세히 나오지는 않지만, 자신과 함께 하는 삶이 흑백이라고 생각하면 얼마나 비참할까? 그런 의미에서 현재 함께 하는 사람에 대한 예의는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둘의 이별이 너무 갑작스럽게 일어났기 때문에, 영화 끝에서야 진정한 둘의 마무리(closure)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제는 서로에 대한 기억을 간직한 채 오래 살아가겠지.....


눈물이 나지 않았던 이유, 그리고 진짜 눈물 버튼

사실 나는 영화를 보면서 마지막까지 거의 울지 않을 뻔했다. 전애인이나 사랑이 떠오른다는 사람들과 달리, 나는 그런 비슷한 경험이나 공감대를 나누지는 않는 것 같았다. "만약 영화에서 나오는 것과 같은 게 사랑이라면, 난 정말 사랑을 한 적이 없구나" 싶은 느낌? 그들의 사랑 이야기는 내가 공감할 수 있는 범주를 아득히 넘어섰다.


그런 내게 눈물 버튼이었던 장면 중 하나는 남자 주인공이 만든 게임에 나오는 대사였다. 남주가 여주를 보내고 저런 생각을 했겠구나... 싶어서. 마지막 장면 속에 나오는 게임을 보면서는 더 슬펐다.


인생에 한 번이라도 그런 깊은 사랑을 하고 그 사랑을 추억에 묻어 두는 건 축복일까, 저주일까? 내가 가늠하지 못할 만한 그런 감정을 평생에 한 번이라도 경험해 본 게 축복이라던 사람들도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평생 후회 속에서 흑백 세상에 살아가는 주인공을 생각하면, 그건 어쩌면 얕궂은 저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단순한 연애 영화가 아니었다

영화 맨 처음 대사 중 하나에 춘절(설날)마다 안 좋은 일이 생긴다고 하니까, 매년 춘절이 나올 때마다 무슨 일이 생기는 게 아닌가 불안이 들었다. 영화의 바탕이 된 소설의 제목은 《춘절, 귀가》인 걸 보니, 기존에는 단순히 연애 이야기만이 아니라 가족에 대한 이야기도 중요하게 생각한건가 싶었다.


내가 눈물을 줄줄 흘렸던 것도 사실은 영화 마지막 장면에 아버지의 편지를 보면서였다. 연인으로의 관계는 끝났지만, 여주인공(샤오샤오)와 아버지와의 관계는 여전히 있었다는 점에서 그랬다. 서로가 서로의 집이자 가족이 되어준 게 아닐까 싶었다.


그리고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끝나는 게 아니라, 쿠키 영상으로 사람들의 이별 그리고 사람들의 사연이 나오는데, 약간의 내레이션 같은 게 나온다. 그걸 보면서 더 울었다. 사실 그게 오히려 더 울었던 것 같아서, 다 영화를 보고 나서야 진가를 느끼게 되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마지막에 주인공이 아버지에게 하는 독백도 눈물이 났고, 그게 이 영화가 말하려는 사랑 이야기의 전부구나, 단순히 연인 간의 사랑 이야기에만 국한된 내용이 아니구나 싶었다.


결론

<만약에 우리>를 인상 깊게 본 사람이라면, 한번 원본과 비교해봐도 좋을 것 같다. 한국을 배경으로 한 리메이크 버전과는 또 다른 감성, 그리고 가족 이야기에 더 집중한 원본만의 매력이 분명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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