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토피아 2: 둘은 사랑일까 vs 우정일까?

by 연이

**스포일러 주의!!**

(이미지 출처: 디즈니 코리아 유튜브)


사실은 닉이 주디를 더 사랑한다


나는 주디가 닉을 애정하는 것보다도 닉이 주디를 더 애정한다고 생각한다.


영화 내에서 주디에게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주디의) 목숨을 내놓을 필요까지는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정작 위기상황이 오고, 본인이 포버트와 결투를 하면서 비슷한 대사를 들었을 때 (목숨을 내놓을 것까진 없다, 우리 둘 다 같이 살자는 식의 대사였나), 본인은 주저 없이 목숨을 걸면서 주디를 살리려고 한다!


그러니까 결국 주디가 목숨을 바치는 건 싫었으면서, 본인은 기꺼이 주디를 위해 목숨을 바칠 수도 있었던 거다...! 세상에 이보다 더 확실한 애정의 표현이 어디 있을까?


회피형의 고백


이전 글에서 얘기했듯, 회피형 애착 유형인 닉이 자신의 마음을 주디에게 고백은 회피형의 속마음 그 자체처럼 느껴졌다. 그런 성향인 닉이 줄곧 두려워했던 감정을 마주하는 순간도 울림이 컸다.


바로 이 장면…!!

자신의 감정을 회피하지 않고 인정하는 것부터가 사실 일반적인 회피형이 아닌 유니콘급이라고 생각한다. 현실에 대다수의 회피형은 본인이 회피형이라는 사실조차 자각하지 못하거나 회피하기 때문이다.


그 장면에서 닉은 그간 외면해 왔던 감정을 고백한다. 주디는 자신을 증명해내야 한다는 불안에 시달렸다고 고백한다. 서로를 바라보면서 하는 둘의 고백은 둘의 다름을 넘어선 새로운 시작을 암시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둘은 사귀는 걸까, 아닐까


닉과 주디가 사귀냐 안 사귀냐, 둘은 우정이냐 사랑이냐라는 논쟁(?)이 많이 이어졌다. 1편부터 있던 이 논쟁이 10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어질 줄은 몰랐다…


1편을 보던 고등학생 때의 나는 둘이 사귀지 않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둘이 꼭 사귀었으면 좋겠다고 강력하게 생각했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 "You know you love me" (한국판 "왜 이래, 날 사랑하면서?") 같은 대화가 나오면서 둘의 관계가 그저 우정이라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2편은 아예 처음부터 '파트너'라는 말로 둘의 관계가 연인 관계가 아님을 못 박고 시작하는 느낌이라, 오히려 그러려니 하고 마음 편하게 본 것 같다. 그래서 마지막 장면의 닉의 대사는 예상치 못한 깜짝 선물 같았다.


Love you, partner. (사랑해, 파트너.)


다들 한마음 한뜻이었는지 이때 관객석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나는 걸 느낄 수가 있었다.


1편의 마지막 장면에 화답하는 듯한 대사라서 더욱 뜻깊게 느껴졌다.


남녀 사이의 우정?

닉과 주디의 관계가 완전한 우정으로 닫히기를 바라는 이들도 꽤 있었다. 남녀 사이를 사랑으로 엮으려고 하는 사회적 시선 속에 순수한 우정이란 귀하고, 그런 관계를 보존하고 싶다는 그 마음도 이해는 간다. 특히 성인이 되면서, 어떻게 보면 연인 관계보다 더 귀한 게 우정인 것 같다는 생각을 더 자주 하게 되었다.


하지만 우정과 사랑의 경계는 결국 한 끗 차이 같다. 남녀 사이에 우정이 없다는 이유도 실제로 그 우정이 불가해서라기보다, 언제든 사랑으로 불붙을 수 있는 불꽃 같은 관계라서 그런 것 같다. 그리고 실제로 깊은 우정은 많은 의미에서 사랑과 닮아있다. 그렇기에 나는 어쩌면 “고도로 발달한 우정은 사랑과 구별할 수 없다”는 나름의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내 결론: 아직 마음을 자각하지 못한 썸 단계

둘의 관계를 연인 관계로 규정짓기에는 서로를 애인으로 생각하진 않는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둘 사이가 순도 100%의 우정이라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그저 본인 스스로도 감정을 자각하지 못한 상태에 가까운 것 같다.


닉이 회피형 애착 유형이라고 생각하면, 특히나 그런 감정을 스스로 자각하지 못하거나 부정하는 게 더 이해가 된다. 한편, 어쩌면 주디는 닉도 좋아하지만 삶에 중요한 게 너무 많아서 아직 닉에 대한 감정을 자각하지 못하는 것 같다. 우리의 입장에서는 거의 1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영화상으로는 주토피아 1에서 일주일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라고 하니 당연한지도 모른다.

(*수정: 다만 주토피아 1의 마지막 교통 단속 장면에서 일주일이 지났다는 거라, 그 사이에 닉은 9개월간 경찰 학교를 수료하며 주디와 교류했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 본인 스스로 감정을 자각하지 못했을 뿐, 둘은 사귀기 전의 알콩달콩한 썸 단계에 있다고 생각한다. 둘 사이에 애정이 싹터서 3편에는 연인으로도 발전 가능하지 않을까?


팬들을 농락하는 디즈니의 썸 장사(?)

한편으로는 디즈니는 덕후들이 뭘 원하는지 뻔히 알면서 원하는 장면을 줄듯 말듯 주지 않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를테면 영화 초반에 닉과 주디가 마치 자녀를 둔 부모처럼 연기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닉이 “아빠”라는 티셔츠를 입은 장면을 예고편으로 써서 많은 이들이 닉주디 2세가 나오는 건 아닌지 기대를 했다고 한다.

또 많은 닉주디 팬들을 기대하게 했던, 닉이 수트를 차려입고, 주디가 예쁜 드레스를 입은 장면. 나도 보는 순간 아름다움에 잠시 숨이 멎는 듯했다.

(그런데 이때 닉이 수트를 입은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오묘한 표정을 짓는 것도 예사롭지 않다. 3편에 닉의 과거 사연도 더 나왔으면 좋겠다.)


이렇듯 디즈니는 많은 관객들이 닉과 주디의 커플링을 응원하고, 그들의 결혼이나 자녀계획까지(?) 꿈꾸고 있다는 걸 정확히 알고 있는 듯 하다. 관객들의 심장을 흔들어 놓는 지점을 잘 알면서도 줄듯말듯하다가 끝내 2편까지도 둘의 관계에 대해서는 정확한 답 대신에 해석의 여지가 가득한 마지막 장면을 남겨놓는 게 조금 괘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나는 닉이 주디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10년에 한 번만 할 거라고 해서 그 역시도 회피형답다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이게 주토피아 속편이 또 10년 뒤쯤에나 나올 거라는 암시가 아니겠냐는 다른 해석을 들었다...


디즈니는 제발 우리의 애간장을 태우지 말고 얼른 3편을 내주기를 바란다! 이대로면 3편은 자녀랑 같이 보러 가도 안 이상하겠다... (참고로 필자는 현재 미혼이다)


1편 vs 2편?


1편이 너무 명작이라 2편은 그에 미치지 못했다는 리뷰를 많이 봤다. 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1편에 이어서 2편에 더 확장해서 보여준 부분이 많아서 2편이 더 좋았던 것 같다. 1편에 처음 캐릭터를 소개할 때보다 2편에 인물 관계가 더 입체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다만, 2편의 주토피아 테마 송도 무척 중독적이긴 하지만, 1편의 'Try Everything'이 주는 어떤 그 두근거림과 설렘, 그리고 그 상징성을 도무지 따라갈 수는 없을 것 같다.

1편부터 이어져 오고 확장되는 주토피아 이야기가 계속되기를 바라며, 디즈니는 가급적 빨리 3편을 내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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