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자, 어른 사람에게 동심이 찾아왔다.

사실 관심이 없었다.

언제 매미가 우는지, 언제 장미가 피는지에 대해서

어른 사람이 된 나에게는 그것 말고도 신경 쓸 것들이 많았기에 관심을 가질 여력이 없었다.


하지만 4살 여자아이를 키우자, 관심이 생겼다.

찔 듯이 더운 7월 중순 경쯤 매미가 길게는 5년 동안 땅속에서 자라 나무를 타고 올라가 마침내 매미가 된다는 것과 수컷 매미만 울 수 있고, 암컷 매미는 울 수 없다는 것.

이 여름 한철을 보내고 알을 낳고 매미들은 죽는다는 것을.

이 여름 한철을 보내기 위해 그 오랜 시간을 땅속에서 보내야만 하는 사실을 알았을 때 너무도 놀라웠다.


아이가 잠든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아침.

마음 가득 행복함이 찾아온다.

부스스 일어난 얼굴로

"아침이야? 엄마."

라는 말로 하루를 시작한다.

함께 계란 토스트에 우유를 마시고 있는데 매미 우는 소리가 가에 들렸다.

"엄마 매미 소리 들려요. 매미 보러 나가요."

아침 먹을걸 정리하고, 아이 옷을 입히고, 모자를 씌우고, 선크림을 바른다.


여기저기 매미를 찾아다닌다.

그러다 매미를 만나는 순간. 아이는 폴짝 거리며 신나 한다.

이 모습을 보는 순간이 참 좋다.

아이의 순수함에 정화되는 기분.


눈 오는 날 설레는 마음으로 당근을 썰어 눈사람의 코를 만들고, 검은 점토로 눈을 만들어 봉지에 챙겨 남편과 함께 아이손을 잡고 나가 만든 눈사람과

비 오는 날이면 아기에게 장화 신기고, 우비를 핑크색 작은 우산게 하면 이 귀여운 생명체는 신나 하며, 물 웅덩이에서 노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 좋다.


가을이 되면 예쁜 낙엽들을 골라 선물로 건네는 4살 아이의 예쁜 작은 손.

6월 초 장미가 만발하는 아파트 화단을 보며 장미에게 건네는 웃음 가득한 인사와 함께 맡는 장미 향.


아이 눈으로 보는 우리나라의 사계절과 그 사계절을 온몸으로 느끼고 즐거워하는 아이를 보고 있자니 내 마음속 깊숙이 숨어 있던 동심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나의 어린 시절을 돌이켜보면 햇볕 쨍쨍한 여름이면 할머니가 살고 계신 시골로 내려가 아빠와 오빠와 함께 물안경을 끼고, 수영복을 입고 시원한 계곡물에 얼굴을 넣었다 뺐다 하며 다슬기를 잡았다. 돌에 딱 붙어있는 여러 개의 다슬기를 잡을 때 손에 촤르륵 감기는 손맛에 희열을 느꼈다. 가져온 채집통에 다슬기가 많이 채워지면 질수록 할머니가 끓여주실 다슬기 국이 기대가 됐다. 열심히 다슬기를 잡다 배가 고파지면 중간중간엔 엄마가 준비해주신 시원하고 달달한 수박을 맛있게 먹었다.


다슬기를 다 잡고 나면 할머니 집으로 가서 깨끗이 씻었다. 머리를 말리고 마루에 누워있으면 할머니께선 아궁이에 불을 떼시고 청양고추와 소금을 넣어 다슬기 국을 끓여주셨다. 이쑤시개로 다슬기 살을 콕콕 빼먹기도 하다가 매콤한 다슬기 국의 얼큰한 국물 맛에 또 한 번 감탄하기도 했다. 옆에는 찐 감자가 가득 담긴 바구니 놓여 있었고, 찐 초록의 동그랗던 모기향이 토독토독 떨어져 회색 잔재를 남겨놓았다. 나의 어린 시절 여름날은 더위보다는 시원한 여유로움으로 억되고 있다.


내 부모가 그랬듯이, 나 또한 4살 아기를 키우며 자연과 함께하는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주고 있다.


너와 함께하는 시간 덕분에
어른 사람에게
동심이 찾아왔다.

그러자 너와 함께한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모두 소중해졌다.





*이미지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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