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엄마가 카페에서 아가씨를 만나면 드는 생각.
그녀가 살고 있는 시간대를 부러워하다.
by 비행하고 글 쓰는 행복한 그녀 Jul 23. 2022
공부하러 들린 카페.
오랜만에 플레인 요구르트 스무디를 시켰다. 달달한 플레인 요거트맛이 입안에 퍼졌다.
더운 한여름 날씨와 참 잘 어울렸다.
어느새 6월.
우리 집 아파트 담장엔 2주 전부터 장미가 만발하였다.
오래도록 지속되던 비.
글을 쓰지는 않았지만, 기억나는 에피소드나 깨달음은 메모지에 적어두곤 하였다.
카페에 앉아 논문을 읽고 있는데, 날씬하고 키가 큰 갈색 머리에 하얀색 미니스커트를 입은 아가씨가 내가 앉은 테라스 앞 테이블에 앉았다.
바람을 타고 나에게 온 그녀의 은은한 꽃향기가 나는 향수 향이 마음에 들었다.
나에게도 저런 시절이 있었었다.
나에게 잘 어울리는 원피스에서 하이힐을 신고 긴 머리를 나풀거리며, 남자 친구 혹은 친구를 만나러 다녔던 나의 20대가 떠올랐다.
나도 모르게 마음속 목소리가 들려왔다.
'참 좋은 때다.'
많은 나이 때가 젊음을 부러워하겠지만, 나는 그중에서도 예쁘게 나를 꾸미고 내 인생을 살던 아가씨의 삶에서 아이를 낳고, 기르는 엄마의 삶을 살게 되었을 때 그 부러움의 크기가 더 크게 느껴졌다.
높은 하이힐에 예쁘게 화장하고, 예쁜 옷을 입고 출근하던 나는 어느새 어여쁜 5살 딸과 늠름한 1살 아들의 엄마가 되었다.
내 팔에는 예쁘고 작은 핸드백 대신 딸아이의 유치원 가방이 자리 잡았다. 비행이 없는 날 동기들과 함께 가던 핫플레이스 대신 내 아이가 친구들과 행복하게 노는 집 앞 놀이터가 나의 아지트가 되었다.
이렇게 나이를 먹어간다.
인생에서 만난 내 가족을 떠나 내가 선택한 남자와 결혼을 하고, 내 아이를 낳아 기르며 엄마로서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문득 내 눈앞에 앉아있던 갈색 머리 아가씨를 보니 참 좋겠다 생각이 들면서도, 참 힘들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의 나는 연애하며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며 많은 에너지를 썼었다.
'나는 과연 누구랑 결혼할까?'
라는 막연한 불안감이 늘 존재하던 그때.
누군가에게는 한없이 부러운 빛나는 시절을 살아간다고 해도 인간은 그 시간대에 맞는 고민을 안고 살아가야만 하는 존재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내 손에 아이의 유치원 가방과 늘 가는 놀이터가 이젠 익숙해졌고, 하이힐보다는 단화와 운동화가 편해졌지만 나는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시간대가 좋다.
결혼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하며 사라졌고, 아이를 낳으며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말할 수 없는 풍족함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우연히 카페에서
아기 엄마가 된 내가
아가씨를 만났을 때
잠시 그녀가 살고 있는 시간대를 부러워했다.
하지만 다시금 생각해보니
나는 내가 빛나던 시간대에
막연히 꿈꾸던 인생을
살고 있었다.
그러자
지금의 나의 시간대가
더 좋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