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승무원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나요?

승무원을 꿈꾸는 반짝이는 눈을 기억하며


내가 승무원을 꿈꿨을 때도 그랬고, 지금도 승무원은 여자로서 한 번은 꿈꾸는 직업인 것 같다. 승무원 유니폼을 입고, 높은 구두를 신고, 깔끔한 올빽머리에 케리어를 끌고 전 세계를 다니는 모습. 어렸을 때 내가 꿈꾸던 커리어 우먼에 대한 환상이 승무원에 부합했다.


얼마 전 승무원을 꿈꾸는 친한 친구 동생이 있어 승무원의 직업에 대해 설명해준 적이 있다. 고등학생이었던 그녀는 반짝이는 눈으로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모습에서 승무원을 꿈꾸던 어린 나의 모습이 보였다.


내가 승무원을 꿈꾸던 시절.

내가 다니던 항공과 게시판에는 피라미드 그림이 그려져 있었는데, 가장 꼭대기에 항공사 승무원이라고 적혀있었다. 우리 과의 모든 학생들은 하나의 꿈을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 마침내 승무원이 되어 유니폼을 입고 학교를 방문한 한 학번 위의 선배님을 선망의 눈으로 바라봤던 그 시절 내가 어제처럼 생생히 기억난다. 단아하고, 예뻤던 그녀가 승무원 유니폼을 입고 환하게 웃는 모습에서 후광이 비쳤다. 나도 선배님처럼 멋진 승무원이 되고 싶었다.


독하게 마음먹고  오랜 기간 새벽잠을 줄여서 영어 공부를 하고, 수영을 다니고, 면접 준비를 한 끝에 나도 마침내 그녀와 같은 승무원이 되었다. 일이 서투른 막내 승무원 시절 정신없이 우당탕탕 비행을 하고 있는데, 우연히 가게 된 일본 퀵턴 승무원 리스트에서 낯익은 이름을 보게 되었다. 그녀였다. 마침내 내가 동경하던 선배와 비행을 하게 된 것이다. 그녀와 비행 하기 전날 밤 설렘에 잠을 설쳤다. 그리고 드디어 그날이 왔다. 그날따라 화장도 신경 쓰고, 머리와 유니폼도 정갈하게 준비해서 비행길에 올랐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브리핑 실에 들어가니 그녀가 보였다. 그녀에게 다가가 학교 후배라 인사를 드렸고, 선배님은 내가 학교에 다니던 시절 나의 동경에 대상이었다고 수줍게 고백했다. 그러자 그녀는 환하게 웃으며 기뻐했다. 그리고는 내 등을 토닥여주며 승무원 준비하느라 고생 많았다며 꿈을 이룬 것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는 말을  말을 건넸다. 


내가 간절히도 꿈꿨던 직업 승무원.

내가 참 많이 사랑하는 직업 승무원.

그런 나의 직업을 꿈꾸며 반짝이는 눈으로 나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그녀가 참 예뻐 보였다. 그러다 문득 나의 글을 보는 승무원을 꿈꾸는 분들의 반짝이는 눈이 떠올랐다. 그녀들과 만날 수는 없지만 글로나마 한잔 마시며 어떤 사람이 승무원이 되면 좋은지 이야기를 해본다그녀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 글을 쓰게 되었다.


1. 행을 좋아하는 사람이 하면 좋은 직업이다.


승무원이 되면 무료로 전 세계를 여행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한 달 동안 스케줄을 배정해주는 부서가 짜여준 대로 내가 원하는 항공사가 취항하는 모든 나라를 갈 수 있다. 혹시 비행으로 원하는 나라가 나오지 않는다면 휴가를 내서 90% 할인된 금액으로 항공권을 구매해서 여행으로도 갈 수 있다. 물론 휴가가 잘 나오는 직업은 아니지만 나의 경우는 1년의 한 번은 8일의 휴가를 내어 내가 원하는 나라로 떠났다. 베네치아, 밀라노 회사가 취항하지 않는 곳으로 떠난다는 것은 새로운 설렘을 주었다. 승무원이 되었을 때 인터넷으로 전 세계 여행 가이드북을 샀다. 매 비행 갈 때마다 책꽂이에서 해당 나라의 책을 꺼내 케리어에 담았고, 그 책과 함께 전 세계를 눈에 담았다. 여행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승무원 하기 좋은 성향이다.


2. 외향적인 사람이 하면 좋은 직업이다.


승무원이라는 직업은 팀으로 배정되어 팀으로 짜인 동일한 승무원들과 비행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중국, 일본 같은 단거리 혹은 중거리, 장거리 비행도 팀이 아닌 처음 본 승무원들과도 함께 비행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짧으면 하루 길면 3박 4일의 일정 동안 처음 본 사람들과 비행을 하고, 마음이 맞는다면 체류지에서 함께 투어를 갈 수도 있다. 나 또한 파리 비행에서 처음 비행에서 만나고 이코노미에서 근무한 6명의 승무원과 친해져서 파리 체류기간 동안 함께 붙어 다니며 투어를 했다. 그 후로도 친해져 한국에서도 연락하고 만나고, 친하게 지냈다. 처음 만난 사람과도 잘 어울리고, 그것을 좋아하는 외향적인 성향의 사람이라면 승무원을 하기에 적합하다고 말할 수 있다.


3. 민감하지 않은 사람이 하면 좋은 직업이다.


승무원은 시차 적응을 잘해야지 오래 할 수 있는 직업이다. 한국시간은 새벽인데, 미국은 해가 쨍쨍한 시간이라 정신이 몽롱한 상태로 쇼핑몰에서 쇼핑을 다녔던 기억이 난다. 또한 한국시간은 오후 7시인억지로 잠을 자고 한국시간 새벽 3시에 일어나 비행 준비를 하고 뜬 눈으로 12시간 장거리 비행을 해야 하만 한다. 그러기에 졸음이 밀려오는 장거리 비행을 하기 위해서는 한국 시간이 낮이라도 무조건 비행준비 6시간 혹은 8시간 전에는 잠을 자 놔야지만 12시간 장거리 비행을 견딜 수 있다. 따라서 잠자는 것에 있어 민감하지 않은 사람이 좋다. 나의 경우는 감사하게도 머리만 대면 자는 성격이라 12년 비행 동안 많은 승무원이 먹는다는 수면유도제(멜라토닌)를 먹지 않고서도 시차 적응을 잘하며 비행할 수 있었다. 내가 아는 민감한 성향의 선배는 시차 적응과 불면증으로 결국  승무직을 그만두었다. 시차 적응은 승무원으로서 매비행 직면해야 하는 상황이기에 자신이 어떠한 성향인지 파악하는 게 아주 중요하다.


4. 잘 웃고, 밝으며 상냥한 사람이 하기 좋은 직업이다.


승무원과 미소는 밀접한 관계이다. 우선 승무원 면접에서부터 7분 정도의 면접에서도 쉬지 않고 미소 지어야 한다. 힘들 트레이닝 과정을 거쳐 승무원이 되고서도 팀장님과 부팀장님께 매 비행 평가를 받게 되는데 잘 웃는지, 승객에게 친절하게 서비스를 하는 승무원인지를 중점적으로 보고 평가를 한다. 한 번은 팀에 신입 승무원이 들어왔는데, 얼굴은 예뻤지만 잘 웃지 않고, 도도한 표정을 가진 승무원이었다. 그녀는 서비스를 할 때도 잘 웃는 성향이 아니라 무표정인 상태로 서비스를 했고, 승객이 무언가를 문의했을 때 도도한 표정으로 문의에 응대해서 승객이 무시받는듯한 느낌이 들었다는 컴플레인을 여러 건 받았다. 매 비행에서도 차가워 보인다는 코멘트를 들었고 결국 그녀는 정직원으로 전환되지 못하고 회사를 나가야만 했다. 그러기에 억지로 꾸며서가 아닌 타고나길 잘 웃고, 밝으며 상냥한 사람이 하기 좋은 직업이다.


내가 갓 승무원이 되었을 때 비행기 멀미가 너무 심해 그만둔 동기도 있었고, 나이가 많은 상태로 입사해 매비행 자신보다 나이 어린 선배들에게 업무를 배우는 과정에서 깨지고, 스트레스를 받다가 결국 그만둔 동기도 있었다. 또한 좋은 학교를 나와 승무원이 된 후 승무원이 하는 업무가 자신이 생각했던 업무가 아니었다고 그만둔 동기도 있었다.


막연한 환상으로 승무원을 꿈꾸고 있다면 꿈꾸기 전 나의 성향이 승무원이 되기 적합한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모든 걸 생각해 보았을 때 승무원이라는 직업이 잘 맞을 것 같다면 도전해보시길 바란다. 전 세계를 만날 수 있고, 승무원 세계에서 배우는 많은 것들은 당신을 매력적이고, 우아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우리가 비행기에서 만나는 날.
언젠가 내 선배가 그랬듯

그 누구보다
열심히 준비했을 당신에게
그동안 고생 많았다고,

꿈을 이룬 거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마침내
승무원이 된 당신에게








*이미지 출처: Unsplash







매거진의 이전글 승무원은 오후 5시 오사카에 도착하고 무엇을 했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