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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무원이 경험해 본 승무원의 장점

막연히 승무원을 동경했었다.

세련되고 예쁜 유니폼을 입고, 하이힐을 신고 케리어를 끌고 전 세계를 다니는 모습. 우연히 하늘을 지나가는 비행기를 보는 날이면 비행기가 사라질 때까지 보곤 했었다. 


승무원이 되기 전에는 승무원의 장점은 확실했다. 전 세계를 무료로 여행할 수 있다는 것과 많은 월급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사람마다 견해의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여성들 사이에서는 선망의 직업이라는 점이라는 장점도 있었다.


이번생에 승무원은 처음이라 승무원이 되기 전 알던 장점과 승무원이 되고 직접 경험한 후 알게 된 승무원의 장점에 대해 적어보고자 한다. 혹시 승무원을 꿈꾸는 분들이 있다면 도움이 되는 글이길 바란다.


1. 한국의 여름이 짧게 느껴진다.


아이를 낳고 한국에서 여름을 보내며 생각했던 게 있다. 한국의 여름은 정말 덥다는 것을.


승무원을 하면서 느꼈던 한국의 여름은 짧았다. 매일 전 세계 어디론가 출근하는 모든 곳이 시원했다. 비행을 하기 위해 이동하는 공항 리무진 버스와 도착해서 내린 인천국제공항은 늘 시원했다. 또한 내가 비행을 하는 동안 탑승하비행기의 적정온도는 24+_1의 온도를 유지해야 한다. 따라서 기내에 있을 때는 가디건을 입을 정도로 선선했다. 그리고 해외 호텔에서도 머무는 시간 동안도 시원하게 지낼 수 있으니 체감되는 한국의 여름이라는 계절이 짧게 느껴졌다.


2. 출퇴근 길이 편하다.


승무원이라는 직업을 하며 좋았던 점은 출퇴근 길이 편했다는 점이었다. 승무원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나의 경우는 집 앞 3분 거리에 있는 공항 리무진 버스 정거장에서 리무진 버스를 이용한다. 공항 리무진 버스는 고속도로를 거쳐 공항으로 가야 하기에 안전상의 이유로 앉아서 가야 하는 규정이 있다. 푹신한 의자에서 편하게 출근하고, 퇴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 코로나의 여파로 운행하는 리무진 버스 운행 횟수가 적어져 버스 간격이 길어진 단점이 있다.)


3. 전 세계 어디든 할인된 비행기 티켓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다.


승무원에게는 할인티켓 제도가 있다. 물론 승객들이 차지 않는 비행기 자리에 대해서지만 파리, 런던, 뉴욕 어디든 왕복 30만 원이 넘지 않는 가격으로 여행을 다녀올 수 있다. 사실 비행 자체도 여행이 되긴 하지만 비행은 거기에 따른 업무적 부담감이 있기에 여행으로 떠나는 것을 더 선호한다. 하지만 승무원의 직업의 특성상 많은 비행이 배정되어 있을 때는 휴가를 부여받기 어려운 점이 있다. 나의 경우는 짧은 휴가가 나올 때라도 틈틈이 여행을 다녔다. 그리고 운 좋게 7일 이상 휴가가 나왔을 때는 망설임 없이 가고 싶은 곳을 향해 짐을 챙겼다. 그리고 다음날 나는 그곳에 서있었다. 목적지는 늘 달랐다. 그곳이 발리이던 방콕이던 베네치아이던 나는 떠나왔고 많은 것들을 경험할 수 있었다.


4. 정년이 보장된다.


내가 경험해 본 승무원이라는 직업은 본인이 그만두거나, 본인이 어떠한 잘못을 하지 않으면 해고되지 않는 직업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한 명의 승무원을  만들기까지 많은 돈이 들어가는데 채용시킨 승무원을 그만두게 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업무 강도가 높은 직업이기에 여자 승무원이 정년이 되어 퇴사하는 것을 본일은 손에 꼽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년퇴직을 하시는 여자 사무장님들을 보면 운동을 꾸준히 하시고, 승무원에 직업에 애정이 있는 분들이라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남자 승무원들분들은 대부분 사무장님이 되시고 정년을 채우고 나가신다. 그런 면에서의 장점이 있다.


5. 임심 하면 바로 쉴 수 있다.


한 번은 동남아 비행이었는데, 함께 일한 갓 결혼했다던 승무원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비행에 도착하고 보니 임신을 한 것이었다. 그 승무원은 돌아오는 비행 편에서는 일을 하지 않고 승객처럼 앉아서 돌아올 수 있는 엑스트라 승무원으로 업무를 변경시켜 준 것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승무원은 임신을 하면 그날부터 비행을 하지 않는다. 그 어떤 혜택보다도 내가 경험한 승무원의 혜택 중 이 부분이 가장 만족도가 컸던 부분이었다. 생각보다 임신 초기엔 입덧으로 힘들고 임신 막달에는 배도 무겁고 쉽게 피로함이 찾아와 힘이 든다. 임신한 동기 언니와 카페에서 나와 도란도란 수다 떨면서 공감했다.


"승무원이라는 직업은 임신하면 다는 점이 진짜 좋다."


늘 쉼 없이 비행하다 오랜만에 만나는 꿀 같은 임신휴직 기간은 너무도 달콤했다. 


6. 아기 낳고 하기 좋은 직업이다.


승무원이라는 직업은 아기 낳고 하기 좋은 직업이다. 아이를 봐주실 양가부모님의 도움 혹은 이모님의 도움으로 다시 비행을 하는 많은 복직 동기들을 보았다. 비행을 하게 되면 아기엄마 때 그토록 원하던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된다. 또 하나 자고 싶을 때까지 잘 수가 있다. 아기 엄마 승무원들은 공감한다. 아기 낳고 하기 정말 좋은 직업이라고.


나의  경우는 아이가 할머니와 애착관계도 잘 형성되어 있었고 남편이 육아 시간을 써서 아이를 함께 돌봐주어 아이도 건강히 잘 키우며 비행을 병행할 수 있었다. 언젠가 로마 비행에 승객이 적어 대학생이 된 딸을 데리고 오신 여자 팀장님을 보며 미래의 나의 모습을 떠올려보기도 했다. 딸과 함께 발리에서 같이 수영하고, 네일샵에서 나란히 앉아서 예쁜 네일하고 팔짱 끼고 쇼핑하는 모습. 상상만 해도 행복해진다. 


언젠가 승무원을 그만두었을 때
가장 그리워할 장점들이라고
생각한다.    

12년을 비행을 했지만,
아직도 많은 장점이 있는
내 직업이 참 좋다.









*이미지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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