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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버는 완벽한 동기

돈을 버는 이유에 대해서

고등학교 2학년 무렵.

갑자기 집안이 어려워지고 난 후 생각보다 '돈'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20년 전 부모님이 5억이라는 전 재산을 땅에 투자하셨고, 땅이 그린벨트로 묶여 하루아침에 가난 속으로 떨어져 버린 후 '돈'의 무서움을 알았다.


스무 살 이후 가장 좋았던 것은 돈을 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때 당시 나에게 있어서  돈을 버는 가장 강력한 동기는 '우리 가족의 생계'였다.


'열심히 돈 벌어서 우리 가족 호강시켜 줘야겠다.'


이것어떤 동기보다 강력한 동기였다.

비행에서 버는 모든 돈은 빚을 갚는 사용되었다. 그 마저 남은 돈은 적금통장에 들어갔다. 비행 가서도 룸서비스를 사 먹는 것은 사치로 여겼다. 비싼 옷은 생각도 안 했으며, 이대나 홍대에 있는 로드샵에서 가격이 합당하면 그때야 마침내 지갑을 열었다.


절약이 생활이었던 그때.

그녀를 만났다.

비행 한지 3년 차쯤 되었을 때였던 것 같다. 그녀의  얼굴도 이름도 기억나지 않지만 10년이 지나도 그녀가 나에게 건넨 말은 내 인생을 변화시켰다.


동남아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어두운 비행기 안.

승객들은 모두 잠이 들었고, 나보다 선배였던 그녀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요즘 절약하는 게 유행인가 봐. 주니어들 사이에 1억 모으기가 유행이라 비행 갈 때도 도시락 싸들고 다니는 사람도 봤어. 그것도 물론 좋지만, 내 동기를 보면 그렇지도 않다는 생각이 들어."


그리고 들려준 그녀의 동기의 이야기는 이러했다. 갑자기 집안이 가난해진 그녀는 비행하는 동안 집안을 위해 무조건 절약하고, 희생했다고 했다. 그리고 얼마 전 결혼을 했는데, 병에 걸려 병원에 입원했다고 한다. 병원에서 그녀는 자신의 몸도 돌보지 않고, 절약과 희생을 한 것을 후회한다고 했다. 그리고 그녀는


"여행도 결혼 전에 부모님 모시고 많이 다녀와야 해. 나중에 결혼하고, 아기 생기면 모시고 싶어도 챙길 가족이 많아서 어려워. 예쁜 옷, 예쁜 가방도 젊었을 때 들어야 예쁘고. 돌이 켜봤을 때 너무 희생만 하고 살면 나중에 나이 들어 후회해. 모든 건 시기가 있어."


라는 말을 덧붙였다.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이건 마치 누군가 그녀의 입을 대신해 나에게 깨달으라고 말을 해주는 것만 같았다.


그날 이후 내 삶은 변했다.

비행에 자리가 비면 늘 어머니를 모시고 함께 떠났다. 아버지께서도 일이 쉬시는 날이면 함께 떠났다. 그렇게 15개가 넘는 나라에서 좋은 추억을 만들었다.


또한 1년에 한 번 생일 때는 호텔 뷔페에서 가족을 모시고 가 식사를 했다. 부모님은 우리 형편엔 웬 호텔 뷔페냐고 하셨다. 하지만 나는 1년에 한 번만 우리도 좋은 곳에서 식사하자 설득시켰고, 비행으로 번 돈으로 맛있는 식사를 대접했다. 그렇게 매년 사진첩에 호텔 뷔페에서 찍은 가족사진이 차곡차곡 쌓였다.


64세에 아버지께서 예상 치 못하게 일찍 돌아가실 때 들었던 생각이 있다.


'어려운 시절 부모님 모시고 여행 다니고, 호텔 뷔페 가서 식사하길 정말 잘했다.'


는 것이었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모든 건 시기가 있었다.


선배말대로 결혼을 하니 우리 부모님만 비행에 모시기에는 지금의 내 가족도 있기에 어려웠다. 나중에 돈 많이 벌어서 효도해야지라고 생각해도 나이가 차고 결혼을 한 후 아기가 생기면 그것도 쉽지 않았다.


그리고 또 하나 그녀의 말을 듣고, 중고샵에 가서 그 당시 작은 샤넬 가방을 50만 원을 주고 샀다. 나에게 사주는 첫 명품 가방이었다. 회사에 갈 일이 있을 때 마땅히 들을 가방이 없었고, 대부분의 승무원들이 명품 가방을 들고 다녔다. 회사의 분위기도 맞출 겸 고생한 나에 대한 첫 소비였다. 반드시 명품을 구매할 필요는 없지만, 처음 사용한 명품 가방은 질이 좋았고, 유행 타지 않고 세련된 스타일이라 어디든 잘 어울렸다.


그렇게 그녀의 말대로 내 삶은 좋은 방향으로 변화되고 있었다.


장거리 비행 후 한국에 도착한 어느 날.

한 달에 비행시간이 100시간 가까이 나왔던 때가 있었다. 그날은 월급날이었기에 팀원들은 핸드폰 은행 어플을 켜고 월급을 확인하기 바빴다.

그러던 중 그 당시 대리인 후배들이 과장인 나의 월급을 궁금해했다. 그녀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어플로 월급을 확인해 보니 '800만 원'이라는 숫자가 찍혀있었다.


"와, 과장은 다르긴 다르네요."


라는 그녀들의 부러운 눈빛에 웃음으로 답하고, 인사를 나눈 후 헤어졌다.

인천공항 벤치에 앉아 적금통장으로 350만 원을 보내고, 카드 값과 기타 금액을 입금하니 통장에는 얼마 남지 않았다. 현타가 왔다. 무엇을 위해 돈을 버는 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 시간 희생 하고, 절약하는 삶에 번아웃이 왔다.


그때 생각했다.


'나는 나에게 뭘 해주지?'


슬기로운 의사생활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의사 채송화는 캠핑용품을 산 것을 이익준에게 자랑을 한다. 이익준은 필요 없는 것을 왜 사냐고 했고, 그녀는  소비가 자신을 행복하게 한다고 답하는 장면이 인상 깊게 기억이 난다.


'나는 날 위해 뭘 해주는 가?'


라는 질문에는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 것을 아는 것과 그것에 돈을 쓰는 행위가 포함되어 있다.


한 번은 여행으로 제주에 간 적이 있다. 그때 신라 호텔에 머무르며 수영장에서 하는 플로팅 요가를 한 적이 있다. 아침 8시 새소리를 들으며, 아침 햇살과 함께 요가를 했던 그날의 기억은 나에게 돈을 버는 완벽한 동기가 되었다.


마흔의 언저리에서 생각한다.


'돈을 버는 완벽한 동기'에 대해서.

나의 경우 오랜 시간 희생과 절약만 하고 살아오니 돈을 벌어 무엇하나라는 현타가 왔다.


'내가 좋아하는 것에 돈을 쓰는 것' 가족을 위해 희생하며 돈을 절약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를 위해 돈을 쓰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와이에서 선셋 요가를 예약하기 위해 돈을 쓴다. 그동안 사고 싶었던 고급스러운 선글라스를 사고, 질 좋은 가디건과 반팔 니트도 구매했다.


다낭여행에서 좋은 호텔에서 머물 수 있도록 돈을 쓴다. 그곳에 맛있는 조식 뷔페를 먹고, 자쿠지가 있는 수영장에서 추우면 몸을 녹이기도 하며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직원들의 친절한 서비스와 고급스러운 부대시설을 이용하며 느낀다.

내가 좋아하는구나.

이것들을.


1년에 한 번이라도 좋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위해 돈을 쓰는 것 그 자체가 의미가 있음을.


누리며 깨닫는다.

'돈을 버는 완벽한 동기'를.

내가 좋아하는 것을 챙기며,
가족도 함께 챙겨야 한다는 것을.

그래야
지치지 않고
삶이라는  
짧지만 긴 여정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나는 나에게 뭘해주지?'에 대한 답들. 내가 좋아하는 것들.











*이미지 출처: Unsplash, 비행하고 글 쓰는 행복한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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