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오래 하고 싶다. 승무원

요즘 드는 생각이 있다.


'오래 하고 싶다. 승무원.'

16년을 비행하고 있다.


두 명의 아이를 낳고, 복직하고, 비행을 하고 있다.


아이를 낳고 복직하니, 스테이션에서 보장되는 나만의 시간이 더없이 소중하다.


아이들을 챙기기 위해 바쁘게 먹는 한 끼가 일상인 요즘.

파도소리가 들리는 짙은 파란색 바다에서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을 여유롭게 바라보고 있다.

비치 레스토랑에서 가격에 상관없이 내가 먹고 싶은 메뉴와 음료를 시키며 누리는 이 시간.


한 달 스케줄을 확인할 때 가고 싶은 나라가 나오면 그날이 오기까지 기다리는 설렘이 좋다.


동남아같이 저렴한 물가인 나라를 가면, 원 없이 나를 위해 맛있는 음식 커피를 대접한다.


요즘의 행복 포인트는
 '완벽한 한 끼를 찾는 것.'


그동안 지쳤던 나를 위해 나에게 물어본다.


'뭐 먹고 싶어?'


별안간 먹고 싶은 것이 떠오르면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가끔은 원하는 식당이 문을 닫을 수도 있지만, 괜찮다. 오늘처럼 근처에 더 좋은 식당을 발견하는 행운을 얻기도 하니깐.


오늘의 메뉴는 구운 치즈를 곁들인 새우요리.

새우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최고의 선택이다.

음식을 천천히 먹으며, 충전한다.


비행하며, 육아하느라 고생한 나를 위해 완벽한 한 끼를 대접하면 나 자신이 안다. 마치 친한 누군가 나를 좋은 곳에 데려가 맛있는 음식대접해 주는 듯한 느낌.


인생을 살며, 깨닫는다.

모든 일에는 보상이 따라야 한다는 것을.


너무 앞만 보고 살아온 나를 위해.

이제는 좀 천천히 가도 된다고 다독이고 있다.


이 순간을 통해, 나는 다시 비행할 수 있는 힘을, 그리고 좋은 아내, 좋은 엄마가 될 수 있는 힘을 얻는다.


이 순간이 좋다.


우울증을 의심했다가 이제 좀 괜찮다 느껴지는데 꼬박 3년이 걸렸다.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리고 실제로도 바빴다.

더 지쳐서 아무것도 못하기 전에 모든 것을 멈춘 것을 인생에서 가장 잘 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가치 있는 일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큰일이 나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게 나는 모든 것이 고갈된 나를 위해 내 시간 속에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차곡차곡 배치해 놓기 시작했다.


그렇게 회복하고 나니깐, 승무원은 나에게 너무도 천직이었다.


매번 같은 사람들과 일하지 않고, 전 세계 다양한 나라에서 펼쳐지는 인생의 불확실성도 좋다.


인생이 다채로운 느낌.


그래서 요즘의 관심사는 어떻게 하며 승무원이라는 직업을 건강하게 오래 할 수 있을까이다.


나이가 지긋하신 시니어 사무장님들을 보며 그들의 노하우를 엿본다.


스테이션에서 꼭 운동을 하시고, 적절한 취미활동으로 스트레스를 관리하신다. 음식도 한국이나 스테이션에서는 좋은 것을 먹으려고 노력하신다.


문득 그분들을 거울삼아, 건강하게 비행을 즐기며, 행복하게 나이 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눈앞에 놓인 푸른 바다와

파도 소리를 들으며







여러 가지 이유들로 글을 자주 올리진 못하지만 브런치 알림 창에 알람이 울리면 반가운 마음이 듭니다.

저의 이전 글들을 읽고, 구독을 해주시는 분들. 라이킷을 눌러주시는 분들.

그리고 851명의 구독자님들께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늘 구독자님들에게 좋은 일 행복한 일들만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