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아치는 운명 속, 나를 지키는 법에 대해서

브런치가 너무도 오랜만이다.


그동안 나는 몰아치는 운명 속에 서있었다.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쉽사리 쓰지 못했다.


그 사이 엄마가 아프셨다.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모시고 가는 길에 기도를 했다. 별일이 아니기를.

대학 병원에서 수많은 검사를 했다.


수액을 맞고, 누워있는 엄마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언제 이렇게 시간이 지났을까?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

늘 다정한 말로 나를 사랑해 주시고, 단호하게 잡아주셨던 같은 여자가 봐도 정말 멋있고 닮고 싶었던 우리 엄마가 어느새 힘없는 할머니가 되어 침대에 누워있었다.


육아와 비행 그리고 엄마의 간병을 병행하기 위해서 요양 보호사를 구했고 엄마를 부탁드렸다.


새벽 비행 가는 날.

새벽 3시 10분부터 알람이 요란하게 울렸다.

혹여 아이들이 깰까 서둘러 알람을 껐다.


나는 매일 아침 10분짜리 명상을 듣는다.

오늘 하루도 행복한 일들이 있을 것이라는 확언의 명상인데, 오늘따라 발 끝에 떨어진 내 감정을 추스르기에는 명상은 역부족이었다.


'내 인생은 왜 이렇게 순탄치 못할까?'


라는 자기비판적 사고가 계속되었다.


그러던 중 밀리의 서재의 오디오 북에서 이관호작가의 '너를 위해 사는 것이 인생이라고 니체가 말했다'라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아직 창밖은 어두운 새벽 4시 15분.

유니폼을 다림질 하며, 오디오 북을 틀었다.


아무 생각 없이 셔츠를 다리다가, 오디오북에서 들리는 반복되는 구절에 잠시 다림질을 멈췄다.


"네 잘못이 아니다. 네 잘못이 아니다. 네 잘못이 아니다."


귀에서 겉돌다 지나가버린 명상과는 달리, 책에서 나에게 건넨 반복된 위로는 마음 깊숙한 곳에 전해졌다.


엄마가 아프신 것도, 내 인생에 찾아온 순탄치 못한 모든 상황도 내가 원해서 생긴 것이 아니었다. 내 잘못이 아니었다.


어쩌면 나는 이 말을 다른 누군가에게서 듣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내 잘못이 아니라는 이 말을.

오디오 북에서 반복되던 이 말에 눈물이 왈칵 났다.

뜻하지 않게 만난 '위로'였다.


그렇게 마음을 추스르고 비행을 갔다.

바쁜 비행을 마치고 호텔로 가는 셔틀버스를 탔다.

그러다 우연히 나이가 지긋하신 여자 팀장님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팀장님께서도 얼마 전 어머님께서 편찮으셔서 병원에 모셨다고 하셨다.


나 또한 어머님을 병원에 모셨다고 말씀드리자, 어머니께서 젊으신데 아프셔서 마음이 너무 안 좋겠다며 진심 어린 위로를 건네주셨다.


"아이도 어린데, 어머니까지 아프셔서 마음이 안 좋으시겠어요. 하지만 이제 부모님들은 아프신 연세가 되신 거니깐 감정적으로 너무 깊게 들어가서 힘들어하지는 말아요. 묵묵히 비행하면서 이 시간을 지나가다 보면 이 상황도 괜찮아질 거예요.


그리고 비행 끝나고 바로 집에 가지 말고 공항에서 맛있는 식사랑 커피 한잔 마시고 잠깐이라도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진 후에 집에 들어가요. 집에 가면 다시 육아해야 할 테니.


자신을 잘 돌봐야지, 어머님도 아이들도 잘 돌볼 수 있어요."


팀장님의 말씀을 듣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만 같았다.


늘 느낀다.

연륜이 담긴 지혜에는 참 배울 점이 많다는 것을.

팀장님의 진심이 담긴 위로와 조언이 마음에 전해졌다.


나의 인생을 한번 돌이켜보았다.


'인생의 나락이라는 것이 이런 것인가?'


라고 느꼈던 일들도 시간이 지나면 어느새 지나가 있었다.


다만 인생에 처음 찾아온 역경 속에 있을 때, 어떻게 나를 잘 보호할 것인가가 늘 나에겐 가장 큰 관건이었다.


역경 속에 서있을 때 내가 늘 되뇌던 구절이 있다.


'이 시간이 영원하진 않다. 이 또한 반드시 지나간다.'


'네 잘못이 아니다. 네 잘못이 아니다. 네 잘못이 아니다."


'이보다 더 잘할 수 없다. 나는 충분히 잘하고 있다.'


가끔은 이 마법 같은 주문들도 역부족일 때가 있었다. 하루에 수많은 아르바이트로 잠을 못 자며 버텨냈던 한 달 아르바이트 비용이 고스란히 부모님의 빚을 갚는데 들어갔을 때 현타가 오곤 했다.


하지만 내가 포기하지 않고 이 모든 것을 버틸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가족' 덕분이었다.


나의 무한 긍정의 원천.

우리 집이 어려워지기까지 나는 부모님께 많은 사랑과 가르침을 받았었다.


부유했던 집에서 별안간 가난한 집이 되었을 때마저도 우리 가정에서는 단 한 번도 싸우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이 시간 또한 지나간다며 서로를 응원하며, 고난의 무게를 나눴다. 우리 집엔 늘 긍정만이 존재했다.


그렇게 시간은 지나고 우리 가족은 그 고난을 잘 이겨냈다.


감사하게도 고난이 지나간 자리엔 작은 것에도 감사하는 마음이 자리 잡았다.


그리고 인생에 고난이 찾아왔을 때 어떻게 그 상황을 지혜롭게 잘 이겨 낼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

내 삶의 원동력인 엄마의 아픔을 통해 나는 또다시

몰아치는 운명 속에서 나를 지키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


철학자 니체의 한마디 한마디가,

그리고 비행으로 만난 팀장님의 진심 어린 조언이 다시 나에게 일어날 힘을 주었다.



어쩌면
나에게 찾아온
이 고난은

나를 더 성장시키기 위해
찾아온
스승인지도 모르겠다.

영원할 것 같던
지금
이 순간도
지나가고 있다.

이 또한
반드시 지나간다.











*이미지 출처: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