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단단해졌다
2023년 7월 1일
독일, 잉골슈타트 기차역
기차에 내리면 출구가 두 곳인데, 그냥 몸이 따라가는대로 갔더니,,
빨간색 캐시미어 스웨터에 청바지를 입고 쪼리를 신은 85세의 아름다운 여인, Iri가 손을 흔들고 있다.
그녀가 마중 나와있다. 항상 귄터가 서 있던 자리에 Iri가 나를 바라보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기분이 묘했다. 얼마전에도 만났던 것 같은 익숙함과 다른 세상에 들어온 것 같은 비현실감이 동시에 교차하고 있었다.
그녀가 운전하는 건 처음 본다. 귄터가 거칠게 몰던 오래된 하얀 BMW는 이제 Iri 손에서 아주 부드럽게 달렸다. 85세에 손가락이 불편한데도 스틱으로 변속할때는 너무나 멋져 보였다!
자동차, 귄터의 집으로 가는 길, 집 앞의 Roundabout, 장미꽃, 먼저 무지개다리를 건넌 루찌의 침대, 수많은 책들... 모두가 그대로인데. 귄터만 없다. 기분이 이상했다. 그런데 그가 그저 잠깐 어디에 나간것 같은 느낌이다.
눈물이 날 줄 알았다. 그런데 우리는 웃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서 웃음이 보여서 나는 행복해서 더 웃게되고 그런 나를 보고 그녀는 또 웃고..
그래, 우리 단단해졌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