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살펴보고 데이터를 분석하기
아들 마르코가 6학년 때 친구랑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어떤 나이 많은 아주머니가 말을 걸었다.
"몇 살이니. 여기 학교 다니니" "어디 가니"
"버스정류장에요"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떤 아저씨가 1톤 트럭을 타고 지나가다가
"어디까지 가니, 태워 줄까?"
"아니요. 괜찮아요"
"이 근처에 사니?"
"아니요. 다른 데 살아요."
"너 전에 ㅇㅇ리에서 본 거 같은데. 거기 살지? 너희 엄마 아는 것 같은데"
"우리 엄마 모르실걸요?" (일단 내 아들은 나에 대해서 잘 파악하고 있다^^)
"비도 오고 추운데 아저씨가 태워다줄께"
옆자리를 보니 검은 비닐봉지가 보였다.
계속 괜찮다고 하는데도, 아저씨는 여러 번 물어봤다. 아마 어쩔 수 없이 승낙하게 되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그래서 결국 마지막 카드를 썼다.
" 엄마가 모르는 사람 차 타지 말랬어요!"
제주 지역의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어른들에게 깎듯하다. 모르는 사람도 어른이면 지나가다가 인사를 하는 아이들도 많다. 어른들이 대체적으로 권위적이어서일까, 대부분 좋은 어르신들이 많이 만나봐서일까. 모른다.
제주에는 타지에서 와서 임시로 살고 있는 사람들도 많아서 사실 어린이들이 위험에 노출이 꽤 되어 있는 편이기도 하다.
마르코는 공부를 아주 잘하는 똑똑한 아이는 아니다.
그 대신, 어떤 낯선 상황을 만났을 때. 무조건 겁먹지 않고, 긴장하지 않고, 상황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차분하게 판단하고 행동하는 아이다.
문제지에서 정답을 골라내는 능력보다는 현실에서 빠르게 상황을 판단하는 능력을 가진 아이다.
우리가 그렇게 가르쳤냐? 특별히 그렇지 않다.
가끔 질문을 던졌다.
'만약 길에서 어떤 사람이 너한테 시비를 걸어. 어떻게 할 거야?'
'그런데 그 사람이 칼을 들고 있어. 어떻게 할 거야?'
'어떤 모르는 사람이 너한테 도와달래. 어떻게 할 거야?'
'골목이야. 키 큰 형들 다섯 명이 길을 막고 돈을 달래.'
'시내에서 수상한 사람이 너를 따라오고 있어. 그냥 느낌이 이상해. 어떻게 할래?'
'전화기 밧데리가 다 돼서 전원이 꺼졌어. 너 자주 꺼지잖아. 어디로 가서 도움을 요청할 거야?'
구체적인 상황, 인물, 장소 등을 제시하면서 시뮬레이션을 같이 돌려본다. 상상극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걸 종종 했었다. 주로 저녁식사시간때. 실제 행동까지 하면서 몸싸움 흉내까지 가기도 하고. 진지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웃으면서 재미로 주고받고 넘기기도 했었다. 그게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지만, 세상에는 예상치 못한 일들이 많이 발생하니까 다양한 상상을 하면서 대처 방법도 생각해 보면 좋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다.
몇 년 전의 이야기지만, 그때 집에 와서 이야기를 담담하게 해 주는데, 듣는 나는 긴장되고 걱정이 가득했다. 본인이 어떤 부분을 자세히 보았고, 왜 그렇게 생각했고, 이 상황에는 이 대답이 맞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면서 그 사람을 헷갈리게 만드는게 목적이었고, 혹시 몰라 주변을 이미 둘러봤었다며 해 주는 말이 기특하고 고마웠던 기억이다.
오늘 저녁, 상황극 하나 질문 던져 보는 거 어떨까요?
상상할 시간을 주고, 대답을 충분히 듣고, 엉뚱해도 진지하게 들어주고,
적당히 적용할 수 있는 팁을 주는 것까지.
**거기에 엄마 아빠의 경험담을 곁들여 주면 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