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가 될 때까지 기다려주자.
2017년 7월
독일 베를린은 자전거 도로가 아주 잘 만들어져 있고, 규칙도 있고, 사람들도 아주 많이 이용하고 있다. 자동차를 대신한 교통수단의 생활화가 된 상태라, 많은 성인들이 오토바이처럼 빠른 속도로 달려서 부딪힐까 무서울 정도였다.
매일 매일을 보다 보니, 남녀노소 2살부터 85살까지 골고루 모두 다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나도 가끔 버스, 지하철 노선보다는 자전거가 편한 코스도 있고, 버스 기다리는 시간도 너무 길고 하여 나도 자전거를 타기로 마음 먹었다. 그런데 아직 집을 정착하지 않았으니 짐을 늘리면 안된다는 생각에 아직도 자전거를 사지는 않고 있다. 그래서 우선 우리 게스트 하우스의 자전거를 빌려타기로 했다.
강민이의 유치원 친구들도 3살~6살 대부분이 자전거를 타고 등하원을 했고, 길거리에도 아주 어린 아이들의 타는 모습을 매일 보았다. 그런 모습을 보면 타고 싶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물어보면 강민이의 대답은 한결 같았다.
난 자전거 안 타! 절대 안 타고 싶어!
운동신경도 좋은 강민이가 왠 일일까?
이 아이는 본인이 잘 할 것 같은것만, 잘하는 것만 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아이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면 못 할 거라고 미리 생각하기때문에 무언가를 시작할 때 고민하는 시간이 꽤 걸린다.
나는 기다리기로 했다. 물론 이곳 독일 사회에서는 강민이 나이가(6살, 한국나이 7살) 두발 자전거 타기에 꽤 늦었다고 말하는 나이 이긴 하지만 상관없다.
너가 마음과 몸이 준비가 되었다고 느낄 때 타면 돼. 괜찮아.
강민이가 자전거가 타고 싶어지면 그 때 엄마가 너에게 꼭 맞는 자전거를 사줄께. 그리고, 잘 타게 될때까진 엄마가 뒤에서 잡아주면서 연습을 도와줄거야.
준비되면 얘기해, 언제든지!
그로부터 8개월이 지난 2018년 3월 어느날,
" 엄마, 나 이제 자전거 탈 준비가 됐어! 경찰 자전거가 갖고 싶어!
얼마나 반갑던지!! 기다리던 선물을 받는 기분이였다.
그래, 알겠어! 그때부터 조사에 착수했다. 어느 정도 크기의 자전거를 사야하는지, 가격은 얼마인지, 어디에서 사야하는지.. 참 나는 느리다.. 그리고 너무 신중해서 불편할때도 많다..
동네에서 자전거 파는 상점과, 가격 (169유로), 크기 (18인치-20인치) -> 자전거에 타서 다리를 쭉 뻗었을 때 까치발을 드는 정도가 적당함. 를 정했다. 생각보다 무지 비싸더라. 곧 또 바꿔줘야 할텐데말이다. 그래서 필요한 크기와 원하는 디자인을 중심으로 중고를 알아봤다.
가격: 50유로, 사이즈: 18인치, 안장조절 가능, 좌석: 뒷좌석유, 디자인: 경찰자전거(Polizei Fahrrad), 라이트와 스탠드 있는 것으로 구매했다.
1시간을 전철타고 가서 픽업해와야 했지만, 그래도 즐거운 여정이였다.
역시 준비된 사람은 추진력이 강하다. 처음부터 막 나간다. 몇 번을 넘어지고 쓰러져도 계속 시도한다. 나는 약속한대로 뒤를 잡아주며 계속 뛰었다. 등에 땀이 범벅이 되고, 손가락은 저렸지만 그저 나도 신이 났다.
내가 어릴적에 옆집 친구가 자전거를 잡아주던 이야기, 그러다가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혼자 탈 수 있게 된 이야기, 수도 없이 많이 넘어진 이야기, 지금은 아주 잘 탄다는 이야기 등 여러가지 자전거에 관련한 이야기를 해 주면서 자전거를 전철에 태워 집으로 돌아왔다.
Tip:
1. 아이들은 실제로 일어났었던 경험담을 듣는 것을 좋아한다. 비슷한 사례를 자신의 상황과 연결지어 스스로 용기를 북돋게 된다.
2. 처음 두 발 자전거의 바퀴는 18인치가 적당하고, 키에 따라 까치발을 세우는 정도가 알맞다.
3. 기어는 꼭 필요하지 않다.
4. 앞에 바구니나 뒷좌석이 있는 자전거는 아이가 좋아하는 인형이나 막대기 등을 실어서 다녀서 좋다.
5. 아이가 걸을 수 있는 나이가 되면, 2~3살 정도 (개인차이에 따라) 페달없는 자전거 (Lauf fahrrad) 를 타게 한다. 무게 중심잡는 연습이 익혀진다.
6. 익숙해지면 3~4살쯤 가장 낮은 16인치 두 발 자전거를 타게 한다. 페달없는 자전거에서 바로 연결하면 30분 내로 혼자서 탈 수 있게 된다. 씽씽카라고 킥보드도 아이들이 참 좋아한다. 하지만, 나는 선호하지 않는다. 한쪽 다리로 버티고, 다른 한쪽 다리로 속도를 내며 타는 건데 몸의 균형이 삐뚤어진다는 연구결과에 동의한다.
자전거, 씽씽카, 붕붕카 등 모두 아이들이 좋아하는 이유는 동일하다.
본인의 힘으로, 의지대로 무언가를 조정하여 원하는 대로 움직이게 할 수 있다는 뿌듯함.
아마도..우리 어른들이 지금 상태에서 그 같은 기분을 찾아본다면.....
움직이는 로봇트 안에 들어가서 직접 조종하며 걸어가고 하늘을 나는 기분과 같지 않을까?
마징가 제트나 태권브이처럼!
